원칙상 ‘자본잠식’기업도 조건 충족시 상장 가능상폐 기준 강화돼…‘옥석 가리기’ 과정일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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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외적 불안요인으로 코스닥의 조정세가 장기화되면서 일부 종목은 상장폐지 절차까지 밟고 있다.

    올 초 900선을 넘어서던 코스닥 지수는 8월 현재 700대 중반에서 불안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게다가 지난달부터는 미중 무역전쟁이 대두되면서 700선 아래로 내려갔으며 지난 13일에는 터키발 악재로 하루새 3% 넘게 빠졌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코스닥 시장 침체가 계속되는 가운데 부실기업들의 상장폐지도 줄을 잇고 있다.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코스닥 시장에서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했거나 심사 중인 기업만 18여곳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지난해 감사보고서에서 의견거절이나 한정 등의 판정을 받아 상장폐지 위기에 놓은 기업만 15곳이다. 수성, 우성아이비, 파티게임즈 등이 있으며 현재는 거래정지 상태다. 거래소는 이들 기업으로부터 개선 계획서를 받고 현재 상장폐지 여부를 심사 중이다.

    또 올 상반기에는 반기보고서 제출 결과에 따라 와이디온라인, 일경산업개발, 행남사 등 3개사가 추가로 상장폐지 위기에 놓인 상태다.

    이들은 지난해 말 이미 자본잠식률 50% 이상, 자기자본 10억원 미만으로 관리종목에 지정됐다. 

    대부분 불성실공시나 재무상태 부실 등으로 인한 경우가 다수를 차지한다.

    거래소는 현재 이 종목들에 대해 상장폐지 여부를 심사 중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14일까지 일차적으로 감사보고서를 제출하도록 했으나 지연 사유가 있는 경우 10일 이내 제출 기한을 추가로 부여했다”고 전했다.

    코스닥 상장사들의 줄 상장폐지로 인해 일각에서는 ‘코스닥 살리기’의 일환으로 상장이 쉬워지면서 부실기업이 너무 쉽게 시장에 진입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4월부터 코스닥 상장 요건 중 세전이익‧시가총액‧자기자본 요건만 충족하면 ‘계속사업이익이 있을 것’과 ‘자본잠식이 없을 것’ 요건을 충족하지 않아도 되도록 변경됐다.

    원칙적으로는 자본잠식 기업이라 하더라도 다른 조건을 만족하면 상장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당국은 재무적으로는 불안정하지만 혁신기술을 가진 초기기업들의 상장을 독려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당기순이익 요건도 법인세차감전 계속사업이익이 50억원 이상이며 시가총액 기준도 기존 300억원에서 200억원으로 대폭 완화했다. 

    반면 부실기업에 대한 심사가 강화되면서 일시적으로 상장폐지가 늘어났다는 분석도 있다.

    거래소는 코스닥 상장사에 대한 실질 심사 요건을 높여 벌점이 15점 이상 누적된 상장사에 대해 즉시 상장적격성 실질심사를 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과거에는 벌점이 15점 이상 누적됐어도 이후 1년간 추가 벌점을 일정 이상 더 받지만 않으면 상장폐지 심사 대상까지는 되지 않았으나 이제는 바로 심사대상이 되기 때문에 한결 까다로워진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심사대상인 기업들은 대부분 상장한 지 10여년 이상 지난 기업”이라며 “오히려 불건전 기업들의 옥석 가리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