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채소 가격 일주일새 '고공행진'신선식품 이어 우유 등 가공식품까지 인상
  • ▲ 지난 14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 채소 코너ⓒ김보라 기자
    ▲ 지난 14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 채소 코너ⓒ김보라 기자
    짧은 장마와 폭염으로 먹거리 가격 오름세가 심상치 않다. 상추, 양배추 등 채소부터 수산물까지 줄줄이 올라 식탁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치솟은 먹거리 물가…추석까지 계속될까
    16일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사이트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으로 채소 가격은 일주일 전보다 15.1% 올랐다. 양배추가 전주에 비해 83.5% 뛰어 가격 상승 폭이 가장 컸다. 

    오이 역시 한 주 새 48.9% 오른 것을 비롯해 쪽파(41.2%)와 풋고추(39.7%), 무(30.9%), 호박(21.9%), 깻잎(15.5%)도 상승했다. 특히 배추 1포기는 5570원으로 1개월 전(3616원)보다 54.0%, 무는 1개가 3441원으로 1개월 전(2266원)보다 51.9% 각각 뛰었다.

    폭염에 수온이 올라가면서 생선류도 1주일 새 3.3% 올랐다. 품목별로는 갈치가 12.9% 올랐으며 삼치(3.3%)와 참조기(1.7%), 오징어(1.0%)도 상승했다. 폐사를 우려한 어민들이 출하 대신 관리에 집중하면서 전월보다 출하량이 줄어 가격이 상승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소비자들은 천정부지로 치솟은 먹거리 가격 때문에 불만을 터트리는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14일 오후 서울의 A 대형마트. 채소 코너에서는 소비자들이 채소를 선뜻 구매하지 못하고 주변만 서성이고 있었다. 이 곳에서 만난 주부 30대 김씨는 "보통 다섯개에 2000원정도 하던 오이가 개당 1000원이다"면서 "안 오른 게 없어 장을 보기가 겁난다"고 푸념했다.

    또 다른 주부 50대 전씨는 "전에는 10만원 들고 나가면 어느 정도 장을 볼 수 있었는데 지금은 어림도 없다"면서 "가격이 매일 오르는 것 같다. 이제는 직접 만드는 것보단 사서 먹는 게 저렴할 것 같다"고 말했다.

    먹거리 가격이 계속오르면서 자영업자도 울상을 짓고 있다. 요식업을 운영 중인 이 모씨는 "올해 폭염으로 들여오는 식재료 가격도 20~30% 정도 올랐다"면서 "장사하는 데 너무 힘이 든다"고 현 상황을 설명했다.

    문제는 기상청은 이번 무더위가 9월을 지나 10월까지 지속될 것으로 관측하면서 물가 측면에서 부정적인 요인이다. 이 때문에 추석 물가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계속되는 폭염으로 앞으로 출하되는 물량도 상황이 좋지 않을 것으로 보여 추석 물가에까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정부는 천정부지로 오르는 농산물에 대해 비축물량 방출, 출하조절, 할인판매 등 수급안정 대책도 추진할 계획이다. 추석물가 안정을 위해 성수품 수급안정 방안 등을 포함한 추석 민생대책도 다음 달 초 발표한다.

  • ▲ 대형마트에서 우유를 구매하고 있는 소비자의 모습ⓒ연합뉴스
    ▲ 대형마트에서 우유를 구매하고 있는 소비자의 모습ⓒ연합뉴스
    ◇가공식품도 '꿈틀'…도미노 인상 오나
    더 우려되는 건 가공식품도 인상 조심을 보이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의 참가격을 통해 지난달만 살펴보면 다소비 가공식품 30개 품목의 판매가 가운데 수프(6.3%)ㆍ소시지(6.0%), 콜라(4.6%) 등 13개 품목 가격이 전달에 비해 올랐다.

    16일부턴 서울우유협동조합가 흰우유 1ℓ당 3.6% 가격을 인상했다. 이번 가격 인상은 2013년 이후 5년 만이다.

    서울우유의 가격 인상 결정으로 매일유업, 남양유업 등 우유업체가 인상 행렬에 동참할 것이란 게 업계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다만 이들은 "여러방면으로 신중하게 검토 중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는 입장이다.

    우유를 원재료로 하는 빵과 커피 등의 가격도 줄줄이 오를 가능성이 커서 우유발 물가인상이 우려된다. 롯데리아는 오늘부터 소프트콘 아이스크림 가격을 500원에서 700원으로 40% 올린다. 11년 만의 인상이다. 

    아이스크림류 제품인 토네이도 가격도 인상한다. 토네이도 초코와 녹차는 2000원에서 2200원으로 10%, 토네이도 딸기는 2200원에서 2300원으로 4.5% 상승했다.

    생수와 술 가격도 올랐다. 제주개발공사는 지난 1일 제주 삼다수 0.5ℓ와 2ℓ 제품 출고가를 용기별로 6~10% 인상했다. 보해양조는 보해 복분자주 출고가를 오는 22일 10% 인상한다. 이에 따라 보해 복분자주 375㎖ 제품은 5000원에서 5500원으로 500원 인상된다. 

    문제는 내년 최저임금 인상(8350원(+10.9%)) 등으로 공급측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진 가운데 폭염까지 덮치면서 물가 불안이 확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앞서 올해  최저임금이 16.4% 오르면서 업계 전반의 물가가 계속 들썩였다. 

    현대경제연구원 오준범 선임연구원과 신유란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향후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 상승, 고용 비용 증가 등 공급측 인플레이션 유발 요인들로 물가 불안이 예상된다"면서 "제품 가격이 원가 상승 대비 과도하게 오르지 않도록 관리하고 담합,사재기 등 불공정 거래 행위를 철저히 감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 ▲ 한산한 신원시장의 모습. ⓒ뉴데일리 DB
    ▲ 한산한 신원시장의 모습. ⓒ뉴데일리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