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동새우, 베이컨, 샐러드 등 25개 공동구매… 본사 배제된 물품 구입 정말 '효율적'일까
  • ▲ 미스터피자 로고.
    ▲ 미스터피자 로고.

    미스터피자 가맹점주들이 점포 운영에 필요한 물품을 더 저렴하게 공동구매 할 수 있도록 하는 협동조합이 정식으로 창립됐다. 그간 '갑'이라는 프레임에 서 있던 프랜차이즈 가맹본부가 더이상 갑의 위치를 지킬 수 없게 된 것이다.

    이번에 창립된 미스터피자 구매협동조합은 냉동새우, 베이컨, 햄, 샐러드 등 비필수품목 25개를 더욱 저렴하게 공동구매해 가맹점 수익성을 극대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동재 미스터피자 구매협동조합 추진위원회 추진위원장은 “이번 구매협동조합 설립은 미스터피자 가맹점주들의 미래에 대한 보험이면서 동시에 현재의 수익을 증가시킬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안”이라고 말했다.

    표면적으로 건강한 프랜차이즈 시스템 구축을 위한 첫발인 셈이지만, '효율적'인 방안이 최선의 방안인지를 살펴봐야 할 필요는 남는다. 프랜차이즈의 근본인 '맛의 균일화'가 효율성에 밀려 깨지는 순간, 프랜차이즈로서의 가치는 사라져버리고 만다. 서울에서도, 부산에서도 똑같은 맛을 원하는 소비자들이 프랜차이즈 매장을 찾는다.

    미스터피자는 지난 9일 이미 서울시 중재로 비필수품목 25개를 선정했다. 여기에는 새우, 베이컨, 햄, 샐러드 등이 포함됐다. 맛의 균일화를 크게 해치지 않는 선에서 일부 물품의 사입을 허용한 것이다.

    지난 수년간 오너리스크와 물품 강매 논란 등 각종 악재가 겹치면서 미스터피자 가맹점주들은 매출 직격탄을 맞아야했다. 가맹점 입장에서는 허탈할 일이다. 본사를 믿고 점포를 냈던 많은 가맹점주들이 텅 빈 테이블을 바라봐야만 했다.

    지속적으로 본사와 맞서 싸우던 가맹점주들이 한 단계 나아간 것이다. 공식적으로 가맹점주들이 원하는 물품을 원하는 가격에 공동구매할 수 있게 됐다.

    가장 큰 문제는 사입의 체계화다. 사입이 가능했던 것이지, 본사의 물품을 구매할 수도 있었던 가맹점주들이 이번 협동조합 설립으로 사입의 정당성을 확보하게 됐다. 사입과 관련한 결정을 내릴 때 본사는 배제될 가능성이 크다.

    피자 레시피와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로도 진출했던 미스터피자의 비법의 진짜 소유주는 본사이지만 그 레시피를 실현하기 위한 재료를 선택할 수 없게 됐다. 점포마다 맛이 천차만별인데다 기본적인 메뉴마저 맛이 완전히 바뀔 수 있는 가능성이 남는다.

    새우 피자에서 새우가 다르면, 같은 피자라고 할 수 없다. 피자 반죽과 치즈가 같다고 다 같은 피자라고 할 수 없는 것 아닌가.

    프랜차이즈의 근본을 깨는 결정을 두고 '효율적인 선택', '공정한 프랜차이즈 시스템의 시작'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는 속단하기 어렵다.

    아쉬운 것은, 이제 모든 미스터피자 매장에서 똑같은 피자를 먹을 수 없게 된 것뿐이다. 가맹점주들의 수익성 극대화를 위한 선택을 소비자들은 할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