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에게 일상적으로 욕설… 핵심 측근들 경쟁사로 떠나검사 출신 이력으로 '소송 제약사' 이미지… "경영 일선 물러나"
  • ▲ YTN 방송화면 캡쳐
    ▲ YTN 방송화면 캡쳐

    윤재승 대웅제약 회장이 직원들에게 폭언·욕설을 한 사실이 알려지며 기업 이미지에 치명타를 입게 됐다.

    업계에서는 그간 곪아왔던 것이 터졌을 뿐이라며 윤 회장이 회사 내부에서 보여왔던 행동의 일부가 이제서야 드러난 것이라는 분위기다.

    27일 YTN은 대웅제약 윤재승 회장이 직원과 나눈 대화 녹취록을 입수해 보도했다. 이 녹취록에서 윤 회장은 직원에게 ‘정신병자 XX 아니야, 이거?’, ‘이 XX’ 등 폭언을 쏟아낸 것으로 확인됐다.

    윤 회장은 "왜 그렇게 일을 해. 이 XX야. 미친 XX네. 이거 되고 안 되고를 왜 네가 XX이야"라며 "정신병자 X의 XX. 난 네가 그러는 거 보면 미친X이랑 일하는 거 같아. 아, 이 XX. 미친X이야. 가끔 보면 미친X 같아"라고 말했다.

    대웅제약 직원들은 해당 매체에 이 같은 윤 회장의 욕설과 폭언이 일상적이었다고 토로했다. 언어폭력으로 인해 퇴사하는 직원이 100명에 이른다고 밝히기도 했다.

    ◇ 최측근 핵심 임원들 찬밥 신세… 경쟁사로 대거 이직

    실제로 대웅제약은 제약업계에서도 유난히 퇴사와 이직률이 높은 회사로 꼽힌다. 이는 업계 특성상 이탈이 잦은 영업직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회사의 주요 임원들까지도 해당된다.

    대웅제약은 윤 회장이 회장직에 오른 다음해인 2015년에 본부장급 임원이 대거 교체됐다. 그러면서 올 들어서는 40대 초반의 CEO를 내세우고 젊은 인재들을 주요 보직에 전면 배치하며 '윤재승표 혁신 인사'라고 강조했다.

    윤 회장은 2015년 당시 30대였던 김희진 부장을 경영관리본부장에 발탁했고 40대였던 김양석 연구본부장을 자리에 앉히면서 젊은 인재들을 주요 보직에 배치했다.

    당시 대규모 조직 개편에서 제외된 글로벌사업본부에 있던 전승호 이사가 본부장을 거쳐 올해 대표이사까지 오르게 됐다.

    이처럼 젊은 인재를 중심으로 한 물갈이 인사가 진행되면서 수십년간 대웅제약에 근무하며 '대웅맨'으로 불렸던 임원들은 자연스럽게 경쟁사로 이직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지난해 서울제약 부사장으로 영입된 박재홍 부사장은 윤재승 회장의 최측근으로 불리며 가장 오래 대웅제약에 남아있던 인물이다.

    박재홍 부사장은 대웅제약이 대규모 물갈이 인사를 단행한 2015년 전문·일반의약품 영업을 총괄하는 본부장 자리에 올랐다가 9개월여만에 교체됐다.

    이후 대웅제약은 영업조직을 전문의약품과 일반의약품으로 분리한 뒤 일반의약품 본부장에 40대 초반이던 류재학 본부장을 발탁했다.

    대웅제약과 보툴리눔 톡신 균주 출처를 두고 법정싸움을 진행 중인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에서 약가·대관·홍보를 총괄했던 핵심 인재인 주희석 전무를 2016년 영입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에 공개된 녹취파일은 빙산의 일각일뿐 퇴사한 임원들은 물론 직원들도 윤 회장의 욕설이 담긴 녹취파일 하나쯤 갖고 있지 않은 사람이 없을 것"이라며 "그동안 공개되지 않고 버텨왔던 것이 신기할 따름"이라고 전했다. 

    ◇ 검사 출신 이력 '소송 아이콘'… "경영 일선 물러나겠다"

    윤 회장은 검사 출신이라는 이력을 갖고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이러한 배경으로 인해 대웅제약은 업계 내부에서 각종 소송에 얽혀 있다.

    뇌기능개선제 '글리아타민'과 보툴리눔 톡신 '나보타' 관련 소송이 대표적이다. 글리아타민은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 대조약으로 지정받기 위해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제기한 상태다.

    그간 대웅제약은 대웅바이오의 '글리아타민'이 대조약으로 지정돼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면서 종근당 글리아티린이 '원개발사 품목'이 아닌 '제네릭'이라며 식약처의 대조약 선정에 이의를 제기해 왔다.

    대웅제약은 식약처를 상대로 지난해 12월 13일 행정심판을 제기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식약처는 지난 4월 '의약품동등성시험기준' 관련 고시 개정을 통해 '원개발사 품목' 조항을 '원개발사의 품목 중 허가일자가 빠른 것'으로 변경했다. 종근당글리아티린이 대조약으로 선정되는데 문제가 없도록 고시를 보다 구체적으로 개정한 것이다.

    그럼에도 대웅제약은 글리아타민의 대조약 지정 당위성을 주장하며 식약처를 상대로 다시 행정심판을 제기했다.

    또 나보타 관련 메디톡스와 민·형사 소송을 진행 중이다. 해당 소송은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톡신 균주를 도용했다는 메디톡스의 주장에 따라 이뤄졌다.

    업계 관계자는 "윤 회장이 검사 출신이다보니 대웅제약 법무팀은 경쟁사는 물론이고 정부부처와도 소송을 진행할만큼 다툼소지가 있을 경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며 "이러한 이유로 내부에서는 원만한 해결보다는 법적해결로 밀어붙이는 경향 때문에 직원들이 곤혹스러웠다는 분위기다"고 말했다.

    한편, 윤 회장은 이번 욕설 논란과 관련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윤 회장은 공식입장을 통해 "모든 책임은 저에게 있다. 업무 회의와 보고과정 등에서 경솔한 저의 언행으로 당사자 뿐만 아니라 회의에 참석한 다른 분들께도 상처를 드렸다"며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이후 즉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자숙의 시간을 가지겠다"며 "저를 믿고 따라준 대웅제약 임직원분들께도 진심으로 사과 드린다"고 밝혔다.

    대웅제약은 이에 따라 전승호, 윤재춘 공동대표 중심의 전문 경영인 체제로 운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