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적 재정운용에 세 부담 가중납세자연맹 "월급쟁이 '냉혹한 누진세' 계속"
  • ▲ 세금.ⓒ연합뉴스
    ▲ 세금.ⓒ연합뉴스

    문재인 정부가 봉착한 경제 난국을 타개하려고 470조원이 넘는 슈퍼예산을 짠 가운데 세금 부담으로 월급쟁이 '유리지갑'이 더 얇아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확장적 재정 운용에도 재정수지와 국가채무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고 강조했으나 퍼주기 논란 속에 적자국채 발행 규모는 지난해보다 1조3000억원이 늘어날 전망이다. 나랏빚은 740조원을 돌파하게 됐다.

    정부는 28일 국무회의에서 내년도 예산안과 2018~2022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내년도 예산안 총지출 규모는 올해보다 9.7% 증가한 470조5000억원이다.

    정부가 밝힌 내년도 총수입은 올해보다 7.6% 늘어난 481조3000억원 규모다. 이 중 국세 수입은 299조3000억원(일반회계 291조7000억원·특별회계 7조60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1.6% 증가가 예상됐다.

    국세 수입 증가는 반도체·금융업종 등 법인 실적 개선과 지난해 법인세율 인상 등의 영향이 크다. 법인세는 79조3000억원으로 올해보다 25.7%(16조2000억원) 더 걷힐 것으로 전망됐다.

    세입 규모로는 소득세가 법인세를 앞선다. 정부가 내다본 내년 소득세 수입은 80조5000억원으로 올해보다 10.4%(7조6000억원) 증가할 것으로 추산했다.

    소득세 가운데 비중이 가장 큰 세목은 급여에서 세금이 원천 징수되는 근로소득세다. 내년 예산안에 반영된 월급쟁이 세 부담액은 총 37조2000억원으로 전체 소득세의 46.3%에 달한다. 34조원으로 전체 소득세의 45.3%를 차지했던 지난해와 비교하면 근로소득자 세 부담이 1.0%포인트(P) 늘어나는 셈이다. 근로소득세가 내년도 국세 총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2.4%에 달할 전망이다.

    2012년 20조원대였던 근로소득세는 꾸준히 늘어 2016년 처음으로 30조원을 돌파했다. 지난해도 9.5%의 높은 증가율을 보이며 34조원대를 기록했다. 근로소득세 징수가 늘면서 세수실적 1위도 2015년부터 소득세가 차지하고 있다. 이전까지 부동의 세수실적 1위는 부가가치세였다.

    한국납세자연맹은 "근로소득세수 증가는 2014년부터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한 것과 '냉혹한 누진세' 효과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냉혹한 누진세란 물가인상을 고려한 실질임금인상분이 아닌 명목임금인상분에 대해 증세가 이뤄져 실질임금인상이 영(0)이거나 줄어들어도 소득세는 증가하는 것을 말한다.

    정부는 경제활력을 높이고 국민 삶의 질을 개선한다며 재정을 확장적으로 운용할 방침이다. 덩달아 국민 세 부담도 가중될 수밖에 없다. 납세자연맹에 따르면 조세 부담에 4대 연금 등 사회보험료 부담까지 포함하는 국민부담률은 지난해 27%에 근접했다. 다른 선진국에선 세금으로 분류하는 각종 부담금 등 준조세까지 합하면 국민부담률은 34.3%에 육박한다. 납세자연맹은 "2013년 대비 2016년 국민부담률 인상률은 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0.6%보다 3.3배나 높다"면서 "현 정부의 소득세 최고세율과 올해 세제개편안의 종합부동산세 인상 등을 참작하면 앞으로 국민부담률은 계속 상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 경제.ⓒ연합뉴스
    ▲ 경제.ⓒ연합뉴스
    정부는 확장적 재정 운용에도 재정수지와 국가채무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는 태도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수지 적자 규모는 내년 33조4000억원(-1.8%)으로 올해 28조5000억원(-1.6%)과 비교해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GDP 대비 국가채무도 올해 39.5%와 비슷한 39.4% 수준으로 유지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퍼주기 논란 속에 불어나는 복지예산을 감당하고자 정부는 올해도 적자국채 발행을 예고한 상태다. 지난해 28조8000억원보다 1조3000억원 늘어난 30조1000억원 규모의 적자국채를 신규로 발행할 예정이다. 나랏빚은 741조원을 넘어서게 됐다. 올해 추가경정예산을 기준으로 40조원 이상 늘어나게 된다.

    중기 재정수지도 다소 악화가 불가피하다. 정부는 앞으로 5년간 GDP 대비 재정수지는 -2%대 후반, 채무비율은 40% 초반 수준에서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 임기 말인 2022년 기준으로 재정수지 -2.9%, 채무비율 41.6% 수준이다.

    지난해 정부는 재정수지를 GDP 대비 -2.0% 내외로 관리하겠다고 했었다. 경제 난국을 재정 지출 확대로 덮으려다 보니 1년 만에 재정수지 관리 목표를 -3% 이내로 후퇴해 설정한 것이다. 앞서 2016~2020년 재정운용계획에서 재정수지를 -1%대 초반에서 관리하기로 했던 것과 비교하면 정부의 재정 의존도가 커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