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취수장 없는 낙단보 등 대상… 백제보도 3.5m까지 수위 낮춰가뭄에 지자체도 골치… 충남도, 도수로 가동 허가 등 사전준비
  • ▲ 타들어 가는 농심.ⓒ연합뉴스
    ▲ 타들어 가는 농심.ⓒ연합뉴스
    정부가 오는 10월 4대강 보(洑) 추가 개방을 계획하면서 강물을 끌어다 농업용수로 쓰는 농민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물 이용에 불편이 없게 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연례행사가 되어가는 가뭄에 과거 지향적인 4대강 물관리 정책까지 겹쳐 농민들은 이중고를 호소하고 있다.

    29일 환경부 등에 따르면 오는 10월 정부의 4대강 보 추가 개방 계획이 발표될 예정이다. 일각에선 10일쯤 발표가 이뤄질 거라고 구체적인 날짜까지 언급된다.

    정부는 지난 6월 4대강 보 개방 1년을 맞아 모니터링 중간결과를 발표하며 하반기부터 보 개방 대상을 확대하겠다고 했다. 대규모 취수장이 없는 낙동강 낙단보·구미보는 최대 개방, 대규모 취수장이 있는 한강 이포보, 낙동강 상주보·강정고령보·달성보·합천창녕보·창녕합안보는 취수장 운영에 지장을 주지 않는 수위까지 개방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한강 강천보·여주보, 낙동강 칠곡보는 대규모 취수장이 현재 관리수위에 근접해 있어 다른 보 모니터링 결과를 보고서 개방을 검토하겠다고 했었다.

    알려진 바로는 강천보·여주보·칠곡보는 애초 계획대로 이번 추가 개방 대상에서 빠질 전망이다. 주변에 대규모 취수장이 없는 낙단보 등은 개방이 불가피해 보인다. 정부는 양수장과 취수장 등 제약요인을 고려해 비교적 소요비용이 적게 드는 보부터 개방할 방침이다.

    기존에 제한적으로 개방했던 일부 보의 확대 개방도 예고됐다. 백제보가 대표적으로, 현재 관리수위 4.2m에서 20㎝를 내린 상태나 이달 말부터 3.5m까지 수위를 50㎝ 추가로 낮추기로 했다.

    정부는 보를 추가 개방해도 농업용수 등 물 이용에 불편이 없게 용수공급대책을 보강하겠다고 밝혔다. 양수장은 수위가 내려가도 물을 퍼 올릴 수 있게 취수구를 낮추는 작업을 진행한다. 지하수는 관측공을 추가로 뚫고 물 공급이 여의치 않을 땐 물차를 투입하는 방안을 마련한다. 취수장은 대책비용이 많이 들어 낙단보처럼 주변에 취수장이 있지만, 주된 수원이 아닌 곳을 우선 개방 대상으로 검토할 것으로 관측된다.
  • ▲ 세종보.ⓒ연합뉴스
    ▲ 세종보.ⓒ연합뉴스
    농민들은 보 추가 개방을 우려하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가뭄이 연례행사가 되어가는 상황에서 물 공급이 막히면 농사에 악영향이 불 보듯 뻔하다는 것이다.

    정부도 보 개방 중간 모니터링 결과에서 보 개방이 지하수위와 어업·친수시설 등에 영향을 미치는 게 확인됐다고 밝혔다. 특히 지하수위는 보 개방 폭과 비슷한 수준에서 저하됐으나 수막재배 등 지하수 이용이 많은 지역은 저하 폭이 크다고 설명했다.

    낙단보가 가까운 경북 의성군 농민들은 걱정이 태산이다. 낙단보에서 끌어온 물이 제일 먼저 들어온다는 생송2리의 이태철 이장은 "보를 전면 개방하면 농사를 못 지어 주민들이 난리 날 거다. 개방 반대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며 "보에 맞춰 (정부에서) 양수시설을 다시 했는데 보를 개방해 수위가 낮아지면 전부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환경단체에서 주장하는 녹조 등에 대해 이해는 하지만, 올해처럼 가뭄이 심하면 농사지을 마땅한 대안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한국농어촌공사에 따르면 낙단보 주변의 농업용수 수혜지역은 의성군 단밀면 인근 1320㏊와 도개면 인근 270㏊ 등 1590㏊에 이른다.

    의성군 관계자는 "서북부 지역 안개평야 등에서 벼농사를 짓는 농가가 많다"며 "환경부는 낙동강 녹조를 방지하려고 보 수문을 열어 물흐름을 개선한다는 건데 보를 개방하면 지하수위가 낮아져 농민들은 걱정이다"고 전했다.
  • ▲ 보령댐 도수로 방류구에서 쏟아지는 금강 물.ⓒ연합뉴스
    ▲ 보령댐 도수로 방류구에서 쏟아지는 금강 물.ⓒ연합뉴스
    상습 가뭄지역이 된 충남 서북부지역도 보 개방 수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충남도 설명으로는 2025년 기준으로 물 공급량이 하루 10만t쯤 부족한 것으로 조사된 가운데 서북부지역에 대한 광역상수도 사업은 2022년에야 준공될 예정이다. 이때까지 보령댐에 의존해 용수를 공급하기에는 역부족인 실정이다. 가뭄이 심할 경우 도수로를 통해 백제보에서 금강물을 끌어오지 않으면 주민과 기관의 절수 노력으로는 물 부족 사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충남도 관계자는 "올해 가뭄과 불볕더위가 계속돼 지난 16일 금강홍수통제소에서 도수로 사용허가를 받고 전기작업 등 가동 준비를 해왔다"며 "최근 태풍과 집중호우로 댐 저수량에 숨통이 트였지만, 가뭄이 심할 땐 도수로 가동 외엔 달리 방법이 없다"고 부연했다.

    충남 공주시도 가뭄과 대규모 행사인 백제문화제 개최를 위해 완전 개방한 공주보를 다시 닫아달라고 최근 환경부에 에스오에스(SOS)를 친 것으로 알려졌다. 공주보는 지난해 11월 완전 개방됐다. 공주시의회도 지난 23일 임시회에서 '공주보 수위 조절 촉구 건의안'을 여야 의원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시의회는 건의안에서 "제64회 백제문화제 기간만이라도 공주보 수문을 닫아 달라"며 "행사의 성공적 개최와 가뭄으로 타들어 가는 농심을 헤아려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한국수자원공사 공주보관리소 관계자는 "애초 어제(28일) 보를 닫으려 했으나 집중호우 등으로 오늘부터 수문을 닫고 있다"고 했다. 그는 보 개방과 관련해 "백제보의 경우 주변에서 하우스 농사를 짓는 농민들의 민원이 적잖은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