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 못한 부작용, '수정' 불가피' VS 정책 일관성 훼손, '불신' 키운다"김현미 장관, 정책 설계 '실패' 인정… "임대 등록 혜택, '집 사자' 붐 일어"
  • ▲ 8월27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8월27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최근 '주택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 혜택'을 축소하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 시장에서는 찬성과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일부 정책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반응이 있는 반면 "정책의 일관성이 훼손돼 불신만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김현미 장관은 지난달 31일 국토부 일부 출입기자들과 가진 오찬에서 "의도와 다르게 임대주택으로 등록하면 혜택이 많으니까 집을 사자는 붐이 일어난 것 같다"면서 정책 설계의 실패를 인정했다.

    이어 그는 "처음에는 다주택자들에 대해 임대등록을 하라고 했는데, 지금은 이 기회에 집을 사야겠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며 "임대주택 세제 혜택이 과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해서 조정을 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8·2대책과 12·13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방안에 따라 올해 4월부터 다주택자 등에 대해 양도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 등의 과세를 강화하는 대신 등록한 임대사업자에 대해서는 양도세 등을 감면해주고 있다.

    다주택자가 지방자치단체에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양도세 중과 배제 △취득세·재산세 감면 △임대소득 과세 완화 △종부세 합산 배제 △건강보험료 부담 완화 등 종합적인 세제 혜택을 제공받기로 한 것이다.

    대신 등록 임대주택은 임대료 인상률이 연 5% 이내로 제한되고 최대 8년간 의무임대가 적용돼 세입자를 함부로 내쫓을 수 없다. 임대등록을 활성화해 임대료 급등 없이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민간임대주택을 늘리겠다는 정책 의도였다.

    하지만 불과 8개월 만에 정책 수정을 시사한 것이다.

    아직 구체적인 방안이 나오지 않았지만, 주무 장관의 작심 발언에 비춰 임대사업 등록자의 혜택이 종전보다는 꽤 줄어들 전망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서울 등 일부 주택시장에서 새롭게 주택을 구입해 임대주택 등록하는 다주택자에게 부여되고 있는 혜택의 적절성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기존 등록한 임대주택은 세제 혜택 축소 대상에서 제외돼 반발이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 서울 마포구 한 부동산 중개업소. ⓒ연합뉴스
    ▲ 서울 마포구 한 부동산 중개업소.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임대사업자 등록을 활성화하기로 한 것은 '음지'에 있던 주택 임대사업자를 제도권으로 끌어들여 과세 대상에 포함시키고 무주택 세입자에게는 급격한 임대료 인상 부담 없이 8년 이상 장기 거주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자는 취지에서 출발했다.

    상가는 상업용 부동산과 달리 주택 임대사업자는 높은 임대소득을 얻으면서도 세금 한 푼 내지 않는 사각지대에 있었다. 정부는 이런 임대사업자게에 세제 혜택을 줌으로써 정정당당하게 세금을 내고 임대사업을 하라고 길을 열어줬다.

    야당 의원 시절 다주택자에 대한 임대사업 의무 등록제 법안을 발의했던 김 장관은 당장 '의무등록'을 도입하기보다는 '인센티브 제공을 통한 자발적 등록'을 먼저 시행해보라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내놨던 나름의 '절충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김 장관은 "집 없는 사람의 주거안정도 굉장히 중요한 과제"라며 "집 없는 60%에게 안정적 임대료로 8년 이상 거주할 수 있게 하는 것은 중요한 주거정책"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임대등록자에 대한 세제 혜택은 새 정부 들어 갑자기 나타난 것은 아니다. 참여정부 당시 종부세를 도입하고 양도세 중과를 시행했을 때에도 주택임대사업자에게는 종부세 합산 과세 배제, 양도세 중과 대상 배제 등의 혜택이 주어진 바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사실상 새롭게 내놓은 '당근'은 내년 이후 2000만원 이하 임대소득자에 대한 분리과세가 시행됨에 따라 건보료 폭탄을 맞게 된 임대사업자에게 건보료 일부 감면 혜택을 주기로 한 정도다.

    참여정부 이후 답보상태였던 임대사업자 등록은 지난 4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시행을 앞두고 크게 증가했다.

    국토부 집계 결과 올 들어 7월까지 신규 등록된 임대주택 사업자는 모두 8만539명으로, 이미 지난해 한 해 신규 등록한 임대사업자 수 5만7993명을 넘어섰다.

    김종필 세무사는 "올해 양도세 중과 조치가 부활한 측면이 있고, 전산망 통합 등으로 정부가 다주택자에 대한 주택 보유 현황 등을 훤히 파악할 수 있게 됐다"며 "더 이상 정부 감시를 피해 임대소득을 얻기 어려워진 다주택자들이 절세를 위해 임대등록이라는 방법을 택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집값 불패'에 대한 맹신도 한 몫 한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전문위원은 "수많은 다주택자가 집을 팔지 않는 것은 양도세 중과로 퇴로가 없어지기도 했지만, 규제를 할수록 장기적으로 집값이 오른다는 '학습효과'가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자산가들이 장기투자를 목적으로 집을 사들이고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는 경향도 두드러졌다. 실제 재건축·재개발 예정지에서 이 같은 현상이 증가하고 있었다.

    용산구 A공인 대표는 "정비사업 초기 단계 지역은 길게는 10년 이상 기다릴 필요가 있다"며 "다주택자들은 임대사업자 등록 후 천천히 시장 상황을 살피겠다고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김 장관도 "부동산 관련 온라인 카페를 보니 '임대 등록하면 혜택이 많으니 집을 사자하는 사람들이 많고 그런 붐이 있는 것 같더라"며 "국회에서도 임대사업자 세제 혜택이 부자 감세라는 비판이 많았다"고 말했다.

  • ▲ 서울시내 한 부동산중개업소. ⓒ연합뉴스
    ▲ 서울시내 한 부동산중개업소. ⓒ연합뉴스

    현재 임대사업자에 대한 과도한 혜택으로 지목되는 종부세 합산배제·양도세 중과 배제 혜택은 서울·수도권 기준 공시가격 6억원 이하, 전용 85㎡ 이하 중소형에만 제공되는 것이다. 서울 강남권의 경우 상당수 공시가격이 6억원을 초과해 이런 혜택을 받을 수 없다.

    그럼에도 최근 강남 요지의 고가아파트에서 임대사업 등록이 늘고 있다. 전용 85㎡ 이하 주택이라면 공시가격이 6억원을 넘더라도 해당 임대주택에 한해 양도세만큼은 절세할 방법이 있기 때문이다.

    주택시장 침체기였던 2014년 말 소득세법과 조세특례제한법을 개정해 2017년까지 3년 동안 신규 주택을 구입하고 3개월 안에 8년 장기임대주택(준공공임대주택)으로 등록하면 이 집을 팔 때 양도세를 면제해주기로 한 조치를 이용하는 것이다. 이 조항은 지난해 세법 개정에서 올해 말까지로 시행이 1년 더 연장돼 올해 말 일몰을 앞두고 있다.

    양도세 면제라는 한시조항과 별개로 전용 85㎡ 이하라면 공시가격 6억원을 초과하더라도 최대 70%까지 주어지는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은 계속해서 받을 수 있다.

    여기에 시중은행의 임대사업자 대출은 고가주택의 임대사업 등록에 날개를 달아줬다.

    은행권은 서울 전역의 주택대출 기준이 강화되자 임대사업자 대출 영업에 열을 올렸다.

    서울 서초구 B공인 대표는 "임대사업자 대출을 이용하면 집값의 80%까지 빌려줘 30억원 아파트는 24억원까지 대출이 나온다"며 "은행 대출 상담사가 중개업소를 끼고 한 업소당 20~30건씩 임대사업자 대출을 진행한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강남구 C공인 대표는 "기존 대출이 많거나 자금이 부족한 경우 임대사업자 대출을 많이 이용했다"며 "공시가격 6억원 초과는 양도세 중과나 종부세 합산 배제 혜택은 없지만, 양도세 감면 혜택 때문에 임대사업자 등록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가 부동산대책을 일관성 있게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다. 국민들을 상대로 적극적으로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라고 유도해 놓고는 이제 와서 돌연 혜택을 줄이겠다고 말을 바꿔 오히려 혼란만 키우게 됐다.

    한 임대사업자는 "등록하라고 장려할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혜택을 뺏으려 하다니 정책이 이렇게 오락가락해도 되는 것이냐"며 "집값 안정도 중요하지만 일관성 없는 정책으로 무리수를 두고 있다"고 비판했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본부장은 "사적 임대시장을 준제도권으로 편입시켜 임대 주거권을 강화하자던 장관이 손바닥 뒤집듯 정책을 바꾸겠다는 것은 위험하다"며 "정부 말을 믿고 많은 사람들이 임대주택 사업자 등록을 했을 텐데 1년도 안 돼 정책을 바꾸면 일관성 문제도 있고 조세저항이 매우 우려된다"고 말했다.

  • ▲ (자료사진)서울 동작구 일대. ⓒ연합뉴스
    ▲ (자료사진)서울 동작구 일대. ⓒ연합뉴스

    심교언 건국대 교수(부동산학)는 "주요 정부 정책을 9개월 만에 바꾸면 시장 불안정성을 더 야기하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며 "중장기적으로 서민을 위한 임대주택 공급이 줄어들 수 있는 만큼 사전에 부작용 등을 꼼꼼히 따져 준비해야 일관성과 효과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임대등록이 다주택자들의 주택구입을 되레 활성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부 제도 손질이 필요하다면서도 임대사업 양성화와 전월세 세입자 보호 등 정책의 기본 취지를 훼손해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정부의 집값 잡기 정책과 임대등록 양성화의 기로에서 주객이 전도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수석 부동산전문위원은 "정부 입장에서 임대사업자 등록으로 다주택자들이 또 다시 집을 사고 매물이 잠기는 부작용을 두고 보긴 어려웠을 것"이라면서도 "정책의 일관성이 없으면 시장의 신뢰를 잃게 되는 만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 원장도 "임대사업자는 사적 임대시장에 전월세 공급을 확대해 임대시장 안정에 기여하는 순기능이 있는데, 세제 혜택을 과도하게 축소할 경우 임대등록을 하지 않을 것이고, 중장기적 관점에서는 전월세 물량 감소로 임대시장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과도한 세제 혜택 축소는 되레 시장의 혼란을 부추기는 만큼 고가주택에 대한 혜택을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임대사업자 대출을 중단하거나 최대한 줄이고 6억원 초과 임대등록자에게 부여하는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 등을 줄이는 것이다.

    고종완 원장은 "4년 단기임대는 투기에 악용될 가능성이 있지만, 8년 장기임대는 투기목적으로 보기 어려운 만큼 단기임대의 혜택을 줄이고 장기임대의 혜택을 늘리거나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기재부는 "김현미 장관의 발언은 최근 국지적 불안이 지속되고 있는 서울 등 일부 주택시장에서 주택을 새로 구입한 뒤 임대주택을 등록하는 다주택자에게도 혜택을 주는 것이 적절한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라며 "사적 전월세 주택 세입자도 안심하고 올해 살 수 있는 주거환경 조성을 위한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는 지속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현재 국토부는 우선적으로 '서울 등 일부 과열지역'에서 다주택자들이 투자목적의 신규주택을 취득하면서 대출규제를 회피 수단으로 임대주택 등록을 활용하는지, 이것이 시장 과열의 원인이 되고 있는지 관계부처와 검토 중에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