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업계, 정부 규제에 영업이익·점포 순증↓점주들 “알바가 ‘갑’이다”… 무인화 속도 낼까
  • 새 정부 들어 대형유통채널을 규제하는 법안 발의가 활발하다. 그런데 대형유통채널은 물론 영세상인까지 ‘행복해졌다’는 말이 들리지 않는다. 왜일까. 전문가들은 갑을(甲乙) 프레임에 갇혀 진짜 해결책을 찾는 데 실패했다고 꼬집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강자와 약자 구도의 이차 방정식이 아닌 새롭게 ‘상생 프레임’을 짜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유통규제의 모순점을 짚어보고 선진국에서 이미 경험한 유통산업구조 변화의 흐름을 통한 해결 방안 등을 上·中·下 세 편에 나눠 들어본다. <편집자 주>
  • ▲ 최근엔 나 홀로 성장세를 이어가던 편의점 업계마저도 성장세가 대폭 꺾였다. 최저임금 인상 시행 이후 직격탄을 맞아 가뜩이나 낮은 영업이익률이 더 낮아졌다고 호소하고 있다.ⓒ연합뉴스
    ▲ 최근엔 나 홀로 성장세를 이어가던 편의점 업계마저도 성장세가 대폭 꺾였다. 최저임금 인상 시행 이후 직격탄을 맞아 가뜩이나 낮은 영업이익률이 더 낮아졌다고 호소하고 있다.ⓒ연합뉴스
    “올해는 최저임금이 인상돼도 본사 지원이 있어서 버텼죠. 그런데 몇 달 후에 또다시 최저임금이 오른다고 하니까… 내년까지 본사와 계약 기간인데, 상생지원안을 따져보고 장사를 접을지 계속할지 정할 예정입니다.”(서울 광진구 A 편의점 점주)

    전통적인 소매유통업이 저조한 수익성 탓에 어두운 터널을 걷고 있다. 무엇보다 각종 규제 강화와 경기침체 장기화로 인해 백화점·대형 마트 할 것 없이 유통채널의 매출 정체가 이어지고 있다.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이동하는 소비환경 변화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엔 나 홀로 성장세를 이어가던 편의점 업계마저도 성장세가 대폭 꺾였다. 최저임금 인상 시행 이후 직격탄을 맞아 가뜩이나 낮은 영업이익률이 더 낮아졌다고 호소하고 있다. 

    ◇편의점업계, 정부 규제에 영업이익·점포 순증↓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BGF리테일과 GS리테일 등 업계 1·2위(점포수 기준) 업체 편의점 사업부문 영업이익과 이익률은 나란히 감소했다.

    BGF리테일 편의점 사업 부문은 상반기 매출액 2조7941억원, 영업이익 832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매출액은 2조5736억원, 영업이익은 1058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2205억원 가량 증가한데 반해 영업이익은 226억원 감소했다. 증감률로 따지면 매출액은 8.56% 감소한데 반해 영업이익은 21.36% 감소했다. 

    GS리테일 편의점 사업부문은 상반기 매출액 3조1488억원, 영업이익 851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 기록한 2조9832억원에서 1656억원 가량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959억원에서 851억원으로 100억원 이상 감소했다. 매출액은 5.55%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11.26% 감소했다. 

    이는 올해부터 본격화된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이 깊다. 편의점 업체들은 올해 최저임금이 16.4% 오르자 업체별로 최대 500억원의 상생기금을 마련해 점주들을 지원해 오고 있다. 500억원의 상생기금은 국내 최대 편의점 업체 CU의 지난해 영업이익의 20% 수준이다. 매출이 제자리거나 소폭 늘어난 상황에서 영업이익이 한꺼번에 20%가량 줄자 주요 편의점 업체들의 영업이익률도 동반 급락한 것이다.

    여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편의점의 점포 순증 속도도 더욱 둔화하고 있다. NH투자증권 이지영 연구원은 “현 속도대로라면 2018년 말 CU와 GS25의 점포 수 증가율은 연 5% 전후로 낮아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기존에 7~8%를 전망했던 것에서 수정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올 6월까지 국내 5대 편의점(CU, GS25, 세븐일레븐, 이마트24, 미니스톱)의 점포 순증은 1631개점으로 전년 같은 기간의 2831개점 보다 –42% 감소했다. 업체별로는 이마트24만 45% 증가하였고, CU와 GS25의 경우 각각 –58%, 67% 감소했다. 이는 올 3월 당사 발간 자료에서 밝힌 CU와 GS25의 -41%, GS25 -56% 대비 더욱 하락한 수치이다. 최근 몇 개월 사이 점포 순증 속도가 더욱 둔화 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근접 출점 제한이 본격화되면 신규 출점이 지금보다 더 줄어들 수 있어 편의점 업계 성장 동력이 크게 둔화할 것”이라고 전했다.
  • ▲ 최저임금 인상으로 큰 타격을 받은 건 본사뿐만 아니다. 또 다른 ‘을(乙)’인 점주의 수익성은 더욱 악화됐기 때문이다.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 관계자들이 16일 서울 성북구 전편협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명서 발표에 앞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한지명 기자
    ▲ 최저임금 인상으로 큰 타격을 받은 건 본사뿐만 아니다. 또 다른 ‘을(乙)’인 점주의 수익성은 더욱 악화됐기 때문이다.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 관계자들이 16일 서울 성북구 전편협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명서 발표에 앞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한지명 기자
    ◇점주들 “알바가 ‘갑’이다”… 업계, 무인화 속도 낼까

    최저임금 인상으로 큰 타격을 받은 건 본사뿐만 아니다. 또 다른 ‘을(乙)’인 점주의 수익성은 더욱 악화됐기 때문이다. 점주가 12시간 근무하는 점포의 경우 올해 평균 수익이 월 220만원 전후(본사 상생지원금 포함 시 250만~260만원)인지만, 내년에는 190만원 전후(상생지원금 미포함)로 월 30만원가량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24시간 아르바이트생으로 운영되는 풀오토 점포의 경우는 더욱 상황이 어렵다. 올해 평균 수익은 약 90만원 전후(본사 상생지원금 포함 시 120만~130만원)인데, 내년에는 13만원 전후(상생지원금 미포함)로 한계 상황에 봉착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자영업자들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폐업 위기에 처했다며, 정부에 특단의 대책을 요구 중이다. 서울 종로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점주 A씨는 “전국적으로 4만개가 넘는 편의점이 있어 더 이상 들어올 자리도 없는 상황”이라며 “다른 대책보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관련 대책이 절실하다”고 토로했다.

    이런 가운데 최저임금 인상의 역풍이 다소 엉뚱한 방향으로 튈 가능성도 제기된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힘들어진 편의점 등 일부 유통업계를 중심으로 인력 감축을 위한 무인시스템 도입이 확산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올해 최저임금 인상 이후 무인기기 도입과 무인 매장 설치 등으로 일자리 감소가 눈에 띄게 나타나고 있다. 일각에선 내년 최저임금 역시 인상폭이 작지 않아 유통업계는 점점 일자리를 줄이는 대신, 그 업무를 대체할 무인매장 등에 시선을 돌릴 수밖에 없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은 현재 3곳인 고객 셀프 결제(무인형) 점포를 연내 10여곳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세븐일레븐은 최근 무인 편의점 ‘세븐일레븐 시그니처’ 3호점을 오픈했다. 무인편의점 6곳과 셀프형편의점 2곳을 운영하는 이마트24는 연내 신규 가맹점 70여곳에 셀프형 점포를 도입키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