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원 부광약품 대표 이어 국내 제약사 여성 CEO 탄생한독 여성친화적 기업문화, 여성 CEO 배출에 ‘한몫’
  • ▲ 조정열 한독 신임 대표이사 사장 ⓒ한독
    ▲ 조정열 한독 신임 대표이사 사장 ⓒ한독

    최근 한독에서 조정열 신임대표가 선임되면서, 국내 제약업계 CEO 인사에 여풍(女風)의 물꼬가 틀 수 있을지 주목된다.

    5일 업계에 따르면, 한독은 지난 4일 신임 대표에 마케팅 전문가 조정열 신임 대표를 선임했다고 공시했다.

    조 신임 대표는 의약품뿐 아니라 소비재·예술·스타트업 등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아온 전문경영인이다. 이화여대 사회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한 조 신임 대표는 유니레버 코리아, 로레알 코레아를 거치며 브랜드·소비재 비즈니스 경험을 쌓았다. 이후 다국적 제약사 MSD 아시아·태평양 지역 전략 마케팅 상무, 한국 피자헛 마케팅 전무, 갤러리 현대와 K옥션 대표, 카셰어링 업체 쏘카 대표 등을 두루 역임했다.

    51세의 젊은 여성이 제약사 CEO로 발탁된 것은 파격적 인사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평이다. 다국적 제약사에 비해 국내 제약사에는 여성 CEO가 드문 편이라 더욱 눈길을 끈다는 것.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에 따르면 회원사인 40곳의 다국적 제약사 중 여성 CEO가 활약 중인 곳은 9곳이다.

    국내 제약업계 최초 여성 CEO는 지난 2015년 3월 선임된 부광약품의 유희원 대표다. 한독도 이번 인사를 통해 국내 제약업계 여성 CEO를 배출해냈다.

    이러한 인사 단행은 한독의 여성친화적 기업문화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한독은 지난 2016년 여성가족부가 주관하는 ‘가족친화우수기업’ 재인증을 받았다. 가족친화인증은 가족친화제도를 모범적으로 운영하는 기업과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자격을 부여하는 제도다. 이번 재인증은 오는 2019년까지 유지된다. 이로써 한독은 2011년 첫 인증 이후 총 8년간 가족친화우수기업 자격을 유지하게 됐다.

    지난 1954년 설립된 한독은 1964년 국내 제약사 최초로 독일 훽스트(현 사노피)와 합작했다. 이후 48년간 합작기업으로 운영되다 2012년 사노피와의 합작 관계를 정리하고 독립경영체제에 돌입했다. 설립 초창기부터 글로벌 제약사와 제휴하며, 선진국형 인사 시스템과 여성친화적 조직 문화를 형성했다.

    한독은 지난 1977년부터 격주 휴무제를 시행했고, 1998년에는 업계 최초로 주 5일 근무제를 실시했다. 이는 주 5일 근무제가 법제화된 2005년보다 훨씬 앞선 시기다.

    아울러 직원들이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도록 시차출퇴근제, 육아기 단축근로, 재택근무제도 등 다양한 복리후생제도를 갖추고 있다. 한독은 이러한 제도를 사용할 경우 인사상의 불이익이 없도록 조치하고 있다. 정기인사에서 육아휴직 중인 직원이 승진한 사례도 종종 볼 수 있을 정도다.

    이러한 조직 문화에 힙입어 한독의 여직원 비율은 지난 상반기 기준 42.43%로, 상위 제약사 10곳의 평균치인 27.47%를 훨씬 상회하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다국적 제약사는 이전부터 여성친화적인 기업문화와 복리후생제도가 잘 갖춰져 있어 비교적 여성이 많았다”며 “최근에는 국내 제약사들도 가족친화적인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많이 노력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