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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기업들의 자금이 은행 곳간에 쌓여가고 있다. 투자환경이 얼어붙어 새로운 투자처를 찾지 못해서인데 미국 등 선진국 기업들 역시 마찬가지다. 성장기회를 찾아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렸지만 이마저도 정체된 상황이다.
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우리나라 비금융법인 기업의 금융자산은 2014년 2082조원에서 올해 1분기 2669조원으로 3년 새 587조원(28%포인트)늘었다.
금융자산 내역별 증가 추이를 보면 현금‧결제성예금(요구불예금, 수시입출식예금)이 2015년 77조원에서 올해 1분기 122조원으로 44조원(58%포인트) 증가했다.
저축성예금(정기예금, 정기적금, 기업자유예금, 저축예금) 역시 2010년 290조원에서 올해 1분기 471조원으로 181조원(61%포인트) 증가했다.
김광수경제연구소의 김광수 소장은 "한국 비금융법인 기업의 저축성예금 증가는 안정적인 장기자금 확보와 삼성전자와 현대기아차 등 극소수 글로벌기업들의 자금여력이 크다는 점, 새로운 투자처 발굴을 못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기업들이 성장한계에 부딪혀 해외시장으로 투자 기회를 찾고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기업의 대외직접투자는 2010년 이후 중국과 아세안 등을 중심으로 증가세를 보이다 2016년부터 멈춘 상태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의 비금융법인 역시 현금성 자산이 늘었으나 우리나라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에 따르면 미국 비금융기업의 금융자산은 2010년 17조1000억달러(약 1경9203조 3000억원)에서 올해 1분기 27조8000억달러(약 3경1216조 6200억원)로 10조7000억달러(약1경2015조300억원) 늘었다.
내역별로 보면 현금‧당좌예금은 글로벌 경제위기 직후인 2009년 5000억달러(약 561조 4500억)원에서 올해 1분기 1조5000억달러(약 1684조 3500억원)으로 3배 정도 늘었다. 반면 저축성 예금은 같은 기간 3000억달러(336조 7800억원) 느는데 그쳤다.
전문가들은 미국 비금융기업 역시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하면서도 새로운 투자처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김광수 소장은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국내외 정치경제 등 사업환경의 불확실성이 크게 높아지면서 미국 비금융기업들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유동성 확보 수요가 높아졌다"며 "충분한 자금 여력이 있음에도 신규사업이나 새 투자처를 찾지 못해 현금성 자산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