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의 'Like a girl' 캠페인'여자답게'라는 표현에 대한 묵직한 메시지 전달
  • 좋은 광고란 과연 무엇일까. 본질적이고 원초적인 그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저는 제가 직접 만난 현업의 광고 전문가들에게 무작정 질문을 하나 던지기로 했습니다. "당신의 인생 광고는 무엇입니까?" 전문가들이 뽑은 최고의 광고 스토리를 통해 좋은 광고의 의미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편집자주>

    미국 뉴욕에 있는 세계적 광고회사 에프씨비 뉴욕(FCB NY)에서 최고크리에이티브책임자(CCO, Chief Creative Officer)로 활동하고 있는 아리 하퍼(Ari Halper)는그의 인생 광고로 지난 2014년 P&G가 선보인 '여자답게(Like a girl)' 캠페인을 뽑았다.

    수십년 동안 광고업계에 종사하면서 수 천 편 혹은 수 만 편의 광고를 봐 온 그였지만 그 광고를 보자마자 눈물을 왈칵 쏟았다고 한다.

    아리 하퍼 CCO는 "Like a girl 광고를 본 순간 큰 충격을 받았다"며 "여자답다 라는 표현에 얼마나 많은 선입견이 포함돼 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끔 만들어 준 광고였다"고 말했다.

    이어 "광고 제작사로서 여성의 생리대나 탐폰 제품 광고를 만드는 일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고 모두가 꺼려하는 광고 중 하나"라며 "P&G 광고는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여자답게 라는 표현에 대해 아주 강력한 메시지를 던졌다"고 전했다. 
  • "여자애처럼 뛰어보세요. 여자애처럼 싸워보세요. 여자애처럼 공을 던져보세요." 

    누군가 이같은 요구를 한다면 우리는 어떠한 행동과 표정, 태도를 보여줄까. P&G 광고는 이 같은 물음으로 시작한다.

    감독은 성인 남녀 모델 여러명과 한 소년 모델에게 이같은 주문을 한다. 그들은 하나같이 힘 없고 다소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여자애처럼' 보여질 법한 행동들을 보여준다.

    그들은 두 팔과 다리를 양쪽으로 팔랑팔랑 흔들면서 뛰고 엉덩이를 과장되게 흔들면서 달리는가 하면 싸워보라는 주문에는 웃으면서 힘 없이 팔을 허공에 휘둘렀다. 공을 던질 때도 모두 마찬가지였다.

    장면이 바뀌고 감독은 이번에 어린 소녀(girl)들에게 똑같은 주문을 한다.

    "여자애처럼 뛰어보세요. 여자애처럼 싸워보세요. 여자애처럼 공을 던져보세요." 

    분명 같은 요구였지만 이들의 행동은 완전히 달랐다. 소녀들은 전속력으로 힘차게 달렸고 강한 펀치를 날렸으며 공을 던질 때는 온 힘을 다해 던졌다.

    감독은 이처럼 짧은 실험을 통해 '여자답게'라는 표현의 의미에 대해 묵직한 메시지를 던진다.

    한 모델 여성은 인터뷰를 통해 "맞아요. 우리는 여자이기 때문에 여자처럼 달리고 여자처럼 공을 차지만 우리는 좋은 성적을 내고 아주 잘 해내고 있어요. 남들이 뭐라고 하건 간에 나는 여자처럼 수영하고 여자처럼 걷고 여자처럼 아침에 일어나죠. 당연히 전 여자니까요. 그게 문제 될 건 없습니다."라고 말한다.

    감독은 처음으로 실험을 진행했던 한 여성에게 "만약 다시 여자애처럼 달려보라고 한다면 당신은 어떻게 달릴건가요?"라고 묻자 그 여성은 "전 제 자신처럼 달릴거에요.(I'll run by myself)"라고 말하며 힘차게 달리기 시작한다.

    아리 하퍼 CCO는 기자와 'Like a girl' 광고를 이야기 하는 도중에도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는 "그 광고를 생각할때마다 눈물이 난다"며 "여자답게 라는 표현이 일종의 언어 폭력이라는 것을 그 전까지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광고를 본 이후로 나는 내 자녀들에게 여자애처럼 혹은 남자애처럼 무언가를 하라는 말을 절대로 하지 않는다"며 "P&G의 광고는 내 인생에서 가장 감동적이고 가장 훌륭한 광고였다"고 전했다.

    P&G의 'Like a girl' 캠페인은 MSL 그룹(MSL Group New York)과 레오 버넷 토론토가 만든 작품으로 지난 2015년 세계 최고 권위의 광고제인 칸 국제 광고제(The Cannes Lions International Festival of Creativity)에서 PR부문 그랑프리를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