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진흥공사, 현대상선 지원 규모·방식 결정 아직 안돼유창근 사장, 흑자전환 시기 2020년 2분기 이후로 연기
  • ▲ 유창근 현대상선 사장. ⓒ현대상선
    ▲ 유창근 현대상선 사장. ⓒ현대상선
    유창근 현대상선 사장이 올해 최우선 목표로 내건 경영정상화 계획이 암초를 만났다. 해운시황 침체로 인해 흑자전환 시기를 예측할 수 없는데다 정부 지원도 시간이 걸리면서 유 사장이 임기 내 경영정상화 약속을 지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상선에 대한 정부 지원 방안 결정이 늦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현대상선에 향후 5년간 5조원을 투입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는 얘기가 나왔지만, 해운재건을 담당하는 기관인 해양진흥공사에 따르면 아직 확정된게 없는 상황이다.

    해양진흥공사 관계자는 "현대상선에 대한 지원 규모와 방식 모두 결정이 안 된 상황"이라며 "지원 방안이 확정되는대로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상선은 지난 4월 정부가 발표한 '해운 재건 5개년계획'에 따라 20여 척의 초대형 컨테이너선 발주 작업에 돌입했다. 이후 해양진흥공사가 출범하면서 현대상선의 발주 계획도 순항하는 듯 보였으나, 정부의 지원 방안이 확정되지 않으면서 아직까지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글로벌 선사로 도약을 준비하던 현대상선은 애가 타고 있다. 현대상선은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과 건조 계약체결 의향서(LOI)를 맺은 이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업계에서는 현대상선이 최적의 타이밍을 놓칠까 우려하고 있다. 현대상선은 그동안 2M과 맺은 2M+H(머스크·MSC+현대상선) 제휴 때문에 신규 선박 투입에 제약을 받아 왔다. 오는 2020년 3월 협약이 만료돼 제한이 풀리는 만큼, 이 시기에 맞춰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인도받는다면 서비스를 확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란 게 시장 분석이다.

    유 사장의 경영능력도 시험대에 올랐다. 경영정상화를 위해서는 흑자전환이 급선무다. 하루빨리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발주해 선적량을 높이는 동시에 매출원가율을 높여야 하지만 상황은 좋지 않다.

    현대상선은 2분기 매출 1조2388억원, 영업손실 1998억원을 기록하며 13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갔다. 지난해 2분기보다 매출은 0.3% 줄었고 영업손실 규모는 700억원가량 늘었다. 1분기 적자까지 포함하면 현대상선의 상반기 적자는 3699억원에 이른다.

    당초 올해 3분기를 흑자전환 시기로 밝힌 유 사장도 한발 물러나는 모습이다. 유 사장은 최근 '한국해양진흥공사-한국선주협회 업무협약식'에서 기자들과 만나 "3분기 흑자전환은 만만치 않다"며 "초대형 선박이 인도되는 2020년 2분기 이후 (흑자전환이) 가능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올 초 연임이 확정된 유 사장의 어깨는 그 어느때보다 무겁다. 지난 2016년 대표이사에 선임될 당시부터 유 사장에게 주어진 과제는 '현대상선 정상화'였다. 유 사장이 연임된 주된 이유 역시 "실적개선 성과를 내기에는 임기가 너무 짧았다"는 평가 때문이었다. 

    유 사장 입장에서도 임기를 잘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2020년 2분기 이후 흑자전환에 성공하고 경영정상화를 이뤄내는 것이 필수이다. 유 사장의 임기는 2021년 3월까지다.

    현대상선은 이러한 악조건 속에서도 2020년 2분기 이후에는 흑자전환을 이뤄낼 수 있다고 자신한다. 정부 지원 방안이 늦어지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걱정할 정도까지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LOI를 체결할 당시 9월 말이나 10월에 배를 발주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며 "일정대로라면 2020년 2분기부터는 배를 인도받을 수 있어 걱정할 만큼 계획이 늦어지고 있는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