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흐름 유의 재차 강조…인플레이션 저속 우려통화정책 완화 선호 쪽인 '비둘기파' 색깔 나타내
  • ▲ 신인석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이 12일 서울 세종대로 본관에서 열린 오찬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한국은행
    ▲ 신인석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이 12일 서울 세종대로 본관에서 열린 오찬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한국은행
    신인석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이 12일 열린 오찬간담회에서 "현재 상황에서 통화정책을 통해 물가 경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견해를 밝혔다.

    금리조정은 정책금리가 중립금리에 비해 낮은 수준임에도 물가상승률이 확대돼 가는 것을 확인해가며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선제적 대응이 위험하다는 근거로는 경제주체들에 신호 오발송과 인플레이션의 저속 우려를 들었다. 

    그는 "물가상승률의 확대추세가 불확실한 시점에서 금리조정 시 당국이 인플레이션 목표제에 충실히 정책운용을 펼치는지에 의문이 커질 수 있다"며 "금리조정의 다른 이유가 거론되고, 결국 인플레이션 목표 달성이 중앙은행의 우선 정책목표가 아니라는 인식으로 변질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 우리 경제는 인플레이션의 과속이 아니라 저속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기대물가상승률의 하락으로 향후 물가상승률의 확대 과정은 완만하면서 동시에 하락과 상승의 부침도 있는 과정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통화정책이 선제 대응해야 한다는 명제는 고(高)인플레이션 기간인 1970년대에 나온 명제로, 지금과는 상황이 다르다는 것이다.

    신인석 위원의 발언처럼 중앙은행인 한국은행 통화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목표는 물가안정이다. 중장기적으로 달성해야 할 목표치를 미리 제시하고, 이에 맞춰 금리정책을 편다.

    신 위원은 "최근 중기 시계의 거시경제 흐름에서 가장 특이한 추이를 보이는 변수는 물가"라며 "통화정책의 목표로 물가안정, 금융안정, 실물경기 안정을 거론하는데, 실물경기가 변동이 있다고 해도 잠재성장궤도 수준에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물경기를 보면 우리경제 성장률은 지난 5년 평균 3.0%다. 올해 상반기 2.8% 성장했고, 연간 단위도 비슷한 수준의 성장이 예상된다는 게 신 위원의 의견이다.

    신 위원은 "물가안정을 보면 2013년부터 5년간 평균 소비자물가상승률은 1.24%다. 그 이전 5개년 평균 3.3%에 비해 절반 이하로 하락했다"며 "물가상승률이 이렇게 낮아진 것도, 목표치를 장기간 밑도는 것도 처음이다. 통화정책 담당자로서 눈여겨봐야 할 특이 현상"이라고 말했다.

    금융안정을 보면 지난 2014년부터 증가 속도가 빨라진 가계부채에 대한 우려감을 표했다. 가계부채는 향후 흐름의 전개에 따라 중장기 시계에서 금융시스템뿐만 아니라 물가와 경기의 안정성을 위협할 수 있는 잠재 위험요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계부채 위험성이 한국은행 통화정책까지 나서서 대응해야 할 정도의 단계는 아니라는 의견도 내놨다. 

    이날 신인석 위원의 발언은 기준금리 인상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가진 것으로 해석된다.

    보통 금통위원들을 두고 통화긴축을 선호하는 매파와 통화완화를 선호하는 비둘기파로 나뉜다. 이주열 총재와 윤면식 부총재, 이일형 위원은 매파로 분류하며 조동철, 고승범 위원은 비둘기파로 불린다. 

    신 위원은 매파나 비둘기파 색이 강하지 않은 중도파로 분류되는 만큼 연내 금리 인상도 쉽지 않아 보인다. 금통위원의 과반수가 인상을 주장해야 기준금리가 조정되기 때문이다.

    한편 지난달 31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연 1.50%로 동결했다. 지난해 11월 0.25%포인트 인상한 뒤 9개월째 제자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