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투자증권 긴 인수戰 끝…내달 24일 주총후 합병 마무리3년 전 그룹 자회사 중장기 계획따라 'DGB증권' 상표 출원'하이투자' 고유 이름 삭제 시 동남·수도권 영업 타격 불가피
  • DGB금융지주가 긴 여정 끝에 하이투자증권을 품게 됐다. 지난해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한 후 10개월 만이다. 

    김태오 DGB금융 회장의 첫 숙원과제인 증권업 진출이 결실을 보면서 종합금융그룹으로의 마지막 퍼즐이 완성됐다.

    합병 마무리 후 새롭게 바뀔 상호는 DGB증권, DGB하이투자증권이 유력한 가운데 지주와 증권사 모두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상표 등록한 'DGB증권'이냐…하이투자 그대로 쓴 'DGB하이투자증권'이냐

    13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금융위원회는 인수자인 DGB금융지주의 하이투자증권 자회사 편입을 승인했다. 

    하이투자증권 자회사인 현대선물 손자회사 승인도 함께 이뤄졌다. 하이자산운용은 11월 중 편입 신고를 진행할 계획이다.

    DGB금융은 내달 24일로 예정된 임시주주총회에서 정관 및 사명 변경, 이사 선임 등을 처리한 후 합병 작업을 끝낸다. 손자회사 절차까지 완료하게 되면 11월 말께 최종 마무리다.
  • ▲ ⓒ특허청
    ▲ ⓒ특허청
    하이투자증권의 사명은 내부 논의를 거쳐 주총 때 결정된다. 내부에서는 DGB증권과 DGB하이투자증권을 유력한 차기 사명으로 보고 있다.

    앞서 DGB증권은 상표 등록을 마친 상태다. DGB금융은 지난 2014년 12월 DGB생명, DGB자산운용, DGB증권 3개 상표를 동시에 출원했다. 

    2011년 지주사 출범 이후 그룹의 중장기적인 자회사 인수 작업 계획에 따라 상표를 사전에 등록한 것으로, 이후 차근차근 자회사 라인업을 확대해왔다.

    2015년에는 (구)우리아비바생명을 인수해 DGB생명으로, 2016년에는 (구)LS자산운용을 인수해 DGB자산운용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이런 흐름을 보면 미리 상표 등록을 마친 DGB증권 사명을 쓸 가능성이 크다. 금융지주사 자회사로 편입되면 대부분 그룹의 상호를 따게 된다.

    하지만 '하이투자' 고유의 이름은 버리기 쉽지 않아 보인다.

    DGB금융 영업권은 대구, 경북 지역에 집중돼 있고 하이투자증권은 부산, 울산, 경남 지역을 중심으로 서울과 경기도까지 뻗어 있다.

    DGB금융이 수도권과 동남권으로 영업 기반을 확장할 수 있는 절호의 상황에서 하이투자 상호를 버린다면 기존에 닦아온 영업력은 떨어지고 시장 넓히기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한 관계자는 "하이투자 사명을 사용한지 10년이 넘었고, 이름을 바꾸는 것은 전국으로 영업망을 확대하려는 DGB에게도 긍정적이지 않다"며 "대표이사직에 대해선 아직 논의 중인 것은 없지만 조직 안정을 위해 주익수 사장 체제를 유지하거나 공모 형태의 선임 방식이 유력하다"고 말했다.

    ◆김태오 회장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하이투자 노조 화합 '관건'

    DGB금융의 하이투자증권 인수는 장정 10개월이 소요됐다. 타 인수·합병(M&A) 사례와 비교하더라도 긴 시간이다.

    DGB금융은 지난해 11월 현대중공업그룹과 하이투자증권 지분 85%를 450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지만, 비자금 조성과 채용비리 의혹 등으로 대주주 적격성 문제가 불거지면서 진통을 겪었다.
  • ▲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 ⓒDGB금융지주
    ▲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 ⓒDGB금융지주
    이후 지난 5월 외부 인사인 김태오 회장이 전격 선임되면서 대대적인 조직 쇄신과 증권사 인수에 올인한 덕에 결실을 보게 된 것이다.

    김태오 회장은 취임 일성으로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기 위해 하이투자증권 인수를 적극 추진하겠다"라며 "은행 의존도를 줄이고 전 계열사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동안 인수 작업이 지연되면서 M&A에 공들일 수 있는 시간도 많았던 만큼 올해 초 6개월에 걸쳐 하이투자증권의 PMI(인수·합병 후 통합) 실사 작업을 진행해왔다.

    DGB금융 관계자는 "금융 복합점포 개설을 추진해 고객 기반과 네트워크를 수도권·동남권으로 확대하면서 소개영업 활성화를 통해 시너지를 극대화할 것"이라며 "그룹의 IB 역량 강화, 연계상품 확대 등를 통한 공동마케팅으로 수익원 다변화도 이뤄낼 것"이라고 전했다.

    DGB금융은 하이투자증권을 인수함으로써 손자회사를 포함해 총 12개의 계열사를 꾸리게 된다. 3대 지방금융지주 중 최초로 은행, 보험, 증권 등 전 분야를 아우르는 종합금융그룹의 기반을 완성하게 된 것이다.

    현재 DGB금융은 대구은행, DGB캐피탈, DGB생명, DGB자산운용, DGB데이터시스템, DGB유페이, DGB신용정보 등 7개 자회사와 2개의 손자회사가 있다.

    이제 남은 문제는 하이투자증권 노조와의 불협화음이다. 

    노조는 5년간 직원 고용 보장과 단체협약 승계를 담은 고용안정협약을 요구하고 있지만, DGB금융은 이를 수용하지 않고 리테일 사업부의 실적개선 논의를 추가로 요구하며 대치하는 상태다.

    김형래 하이투자증권지부 위원장은 "그동안 3번의 사명 변경과 매각 과정을 거치며 직원들은 매번 고용 불안에 떨어왔다"며 "리테일 실적개선은 사실상 구조조정으로써 직원 퇴출을 압박하는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하이투자증권 전신은 제일투자신탁으로, 이후 CJ그룹으로 편입되면서 CJ투자증권으로 이름을 바꿨다. 2008년에는 현대중공업그룹에 매각돼 하이투자증권으로 사명을 또다시 변경한 바 있다.

    노조는 지주 측이 리테일 구조조정을 철회하지 않고 협약 체결을 거부할 경우 매각 반대 집회와 함께 내달 임시주총도 물리적으로 막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이에 DGB금융은 노조와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