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남북경제협력과 비핵화 별개로 진전될 수 없어”… 재계 총수 방북 경계최 회장, 국제사회 반응 우려해 북한서 투자 결정 유보할 듯
  • ▲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5월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에서 열린 ‘베이징포럼 2018’ 개막식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SK
    ▲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5월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에서 열린 ‘베이징포럼 2018’ 개막식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SK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0여년 만에 북한을 방문한다. 과거 재계 총수 중 ‘막내’로 방북했던 최 회장은 이제 경제사절단을 이끄는 ‘고참’이 됐다. 그는 미국의 강력한 대북제재에 실질적인 투자 계획 보다 사업구상에만 전념할 것으로 관측된다.

    18일 최태원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광모 LG 회장 등 주요 그룹 총수들은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이날 오전 8시 55분쯤 경기 성남 서울공항을 출발해 10시께 평양에 도착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이 준비한 공식 환영행사와 오찬을 마친 후 김정은 위원장과 정상회담을 진행한다. 기업인들은 북한 경제 실무자와 만나 대담을 나눈다.

    최 회장은 이번 평양행 과정에서 고참 다운 면모를 보였다. 그의 첫 북한행은 지난 2007년이다. 당시 함께 방북했던 재계 총수 중 가장 어렸던 그는 다른 총수들의 사진을 찍는 등 ‘막내’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10여년이 지나 고참이 된 최 회장은 4대 그룹 총수 중 가장 늦게 서울공항행 버스에 탑승했다. 이들은 성남공항으로 가기 위해 서울 종로구 경복궁 동측 주차장에 집결했는데, 최 회장은 오전 6시50분께 나타났다. 반면 이번 경제사절단의 ‘막내’ 구광모 회장은 20분 앞서 도착해 선배들을 기다렸다.

    주차장에 도착한 최 회장의 표정은 그다지 밝지 않았다. 두 번째 방북 소감과 계획 등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침묵으로 일관한 채 곧바로 버스에 탔다. 미국의 강도 높은 대북제재가 연일 계속되는 가운데, 북한으로 향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판단된다.

    미국은 최태원 회장 등 재계 총수들이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방북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재계 총수들이 중심이 될 남북 경제협력과 비핵화가 별개로 진전될 수 없다는 것.

    이들은 재계가 북한에 대한 투자 결정을 경계하는 모습이다.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가 이뤄지기 전까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모든 행위 등이 이뤄져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방북 기업인들은 국제사회에서 외면 받지 않기 위해 최소한의 의견만 피력할 것으로 보인다”며 “어느 사업부문에 큰 관심을 두고 있다는 말은 투자결정으로 확대 해석될 우려가 있어, ‘생각 중이다’는 답변으로 정부나 북한의 요구를 완곡하게 거절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SK그룹은 재계에서 북한 사업에 큰 관심을 두는 기업 중 하나로 꼽힌다. 지난 2002년 북한 조선정보기술산업총회사와 합작해 중국에 IT기업 설립과 북한 CDMA망 구축 등을 추진했다. 또 최근에는 SK텔레콤이 남북협력 전담 조직인 ‘남북협력기획팀’을 꾸려 또다시 대북사업을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최태원 회장은 북한에서 사업구상에만 몰두하며, 관련 언급은 최대한 자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로 인해 정부가 원하는 실질적인 투자 보따리는 열리지 않을 공산이 크다.

    대북제재가 풀리지 않은 상황에서 자칫 투자 계획을 발표하면, 미국 등 글로벌 시장에서 상당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어서다.

    SK 측은 최 회장의 방북과 관련한 입장을 최대한 조심하고 있다. 재계 총수들과 북한 측의 대담과 관련한 주제가 아직 공개되지 않았고, 최 회장의 일정도 정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다른 재계 관계자는 “최태원 회장이 경제사절단 중 고참에 속해 그의 의견에 이목이 집중될 수 밖에 없다”며 “그의 목소리가 재계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만큼 최대한 의전행사 등만 치른 채 귀국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