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회장, 출소 직후부터 경영현안 챙기기 총력호텔롯데, 4년째 ‘답보’… 면세점 실적이 변수
  • 신동빈 롯데 회장이 지난 5일 집행유예를 선고 받은 후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를 빠져나오고 있다. ⓒ정상윤 기자
    ▲ 신동빈 롯데 회장이 지난 5일 집행유예를 선고 받은 후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를 빠져나오고 있다. ⓒ정상윤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 받으면서, 그가 보여줄 ‘뉴롯데’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그가 출소함에 따라 그간 멈춰섰던 롯데의 각종 현안이 풀릴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특히 호텔롯데 상장 추진이 재개될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10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신동빈 회장은 지난 5일 출소 직후부터 주요 현안 등을 보고 받으며, 늦춰진 경영시계를 되돌리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특히 지난 8일에는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 공식 출근해 황각규 부회장과 ▲호텔·서비스 ▲화학 ▲식품 ▲유통 등 4개 사업부문(BU)장을 만나 각사의 현재 상황을 파악했다.

    신동빈 회장은 현안 점검에 이어 이날부터 계열사들의 이사회에 참석한다. 호텔롯데와 롯데케미칼은 10일, 롯데쇼핑은 11일에 이사회를 개최한다. 신 회장은 3개 회사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재계는 신 회장이 경영복귀 신호탄으로 ‘호텔롯데 상장’을 택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015년 8월부터 진행 중인 상장계획을 우선순위로 마무리해, ‘롯데=일본기업’이라는 이미지를 벗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재계 관계자는 “총수부재 중 롯데가 풀어야 할 여러 숙제가 나타났지만, 그 기간이 오래된 것부터 하나씩 해결하려 할 것”이라며 “호텔롯데 상장은 신 회장이 직접 공언한 사안이지만 4년째 큰 진전이 없어, 이 문제부터 짚고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신동빈 회장의 호텔롯데 상장계획 발표 이후, 당시 정책본부 재무팀과 호텔롯데 재경팀은 ‘상장TF’를 결성해 구체적인 상장 절차를 밟았다. 2016년에는 TF팀이 싱가포르와 홍콩에서 모건스탠리와 JP모건 관계자 등을 만나 호텔롯데 기업설명회(IR)도 개최했다.

    당시 TF팀 소속이던 박창영 롯데면세점 상무는 “싱가포르와 홍콩에서 하루에 8군데씩 관계자들을 만나 호텔롯데 상장 관련 설명회를 1시간씩 진행했다”며 “해외 투자자들은 호텔롯데에 큰 관심을 보였고, 국내 시장에서도 삼성생명의 공모규모인 5조원을 넘길 것으로 기대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호텔롯데 상장계획은 2016년 6월부터 시작된 검찰의 롯데에 대한 전면수사로 중단됐다. 당시 호텔롯데 면세사업부 역시 압수수색을 당해, 향후 예정된 글로벌 IR을 취소했고 제출된 증권신고서도 철회해야만 했다.

    증권가 역시 신동빈 회장이 호텔롯데 상장을 강하게 추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배구조 개편에 마침표를 찍기 위해 호텔롯데 등 계열사 상장작업에 속도를 낼 것이란 관측이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신동빈 회장의 경영복귀에 따라 지주회사 체제 완성을 위한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며 “현재 지주사 체제가 아닌 호텔 및 화학 사업부문을 편입하기 위해 1차적으로 호텔롯데의 상장 작업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단,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으로 면세점 실적이 줄어들면서 상장에 따른 ‘이해득실’을 따져야한다는 의견도 있다. 호텔롯데의 기업가치가 롯데그룹이 상장에 속도를 내던 2016년과 비교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호텔롯데가 작성한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EV/EBITA(기업가치비율) 방식으로 산정한 호텔롯데의 2016년 영업가치는 12조원대다. 그러나 면세점 실적악화로 지난해에는 1조원대로 추락했다.

    비상장사는 IPO를 통해 상장 과정을 밟으며 기업가치를 평가받는다. 이 과정에서 나타날 가치평가에 따라 상장가가 정해져 기업들은 실적이 좋은 시점에 IPO를 실시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따르면 호텔롯데가 조만간 상장절차를 밟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 관계자는 “호텔롯데 상장 등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작업은 현재 진행중”이라며 “최종결정권자인 신동빈 회장이 복귀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아직 정확한 시점 등을 예측하기는 어렵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