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안팎서 '강남의 저주' 우스갯소리 나오는 이유
  • 프랜차이즈 업계 사이에서 '강남의 저주'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강남으로 사옥을 이전한 업체들이 줄줄이 각종 위기 상황에 휘말리면서 나온 우스갯소리다.

    11일 프랜차이즈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업계를 들썩이게 한 '호식이두마리치킨'는 강남의 저주를 피해가지 못했다.

    호식이두마리치킨은 '한 마리 가격에 두마리 치킨을'이라는 마케팅으로, 1999년 첫 사업 후 단숨에 대구 체인사업본부를 비롯해 서울과 부산 등 3개 사업본부, 전국 8개 지사를 운영하는 대표적인 치킨프랜차이즈 브랜드로 성장했다. 이후 2015년 6월 강남구 논현동 HOSIGI타워에 마련된 서울강남사옥 시대가 열렸다.

    대구에서 시작된 업체다 보니 수도권 시장 공략을 위해 강남에 터전을 마련한 것이다.

    당시 최호식 회장은 "호식이두마리치킨이 이만큼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창립 이후 꾸준히 추구해온 '상생경영' 덕분"이라며 "새로 입주한 HOSIGI타워를 거점으로 세계시장으로 뻗어나갈 수 있는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라고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강남 입성 2년만에 달콤한 꿈이 깨지고 말았다. 최호식 회장의 여직원 성추행 사건이 수면 위에 오른 것이다. 불매운동이 이어졌고, 본사를 믿고 있던 가맹점들은 떨어지는 매출을 그저 바라봐야만 했다.

  • 최호식 호식이두마리치킨 회장이 성추행 사건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강남경찰서에 출석하는 모습.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최호식 호식이두마리치킨 회장이 성추행 사건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강남경찰서에 출석하는 모습.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최근 공정위로부터 가맹점 갑질 제재를 받은 피자에땅도 2016년 신월동에서 강남으로 사옥을 이전한 바 있다. 

    아울러 농가 AI(조류 인플루엔자) 보상금 편취 의혹, 닭고기 농가 가격 후려치기 등 협력업체 갑질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하림 역시 본사는 익산이지만 강남에 사옥을 두고 있다.

    미스터피자, 제너시스BBQ, bhc치킨, 탐앤탐스 등 최근 논란이 불거졌던 주요 업체들이 모두 강남에 사옥을 두고 있다.

    이처럼 신기하리만치 강남에 사옥을 둔 업체에 리스크가 뒤따르자 업계 안팎에서 '강남의 저주'라는 말까지 나온 것으로 보인다.

    한 프랜차이즈 업체 관계자는 "일반화 시키기 어렵지만, 사업을 통해 수익 난 업체들이 강남으로 사옥을 이전하는 경우가 많다"며 "그런데 그 이후, 리스크에 휘말리면서 위기를 겪는 경우가 잇따르다보니 업계 안에서는 '강남의 저주'라는 말까지 나오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처음부터 강남에 사옥을 두고 시작한 업체도 있지만 강남으로 사옥을 이전한 업체들의 리스크 시점이 사옥 이전 이후라는 점도 주목된다.

    이를 두고 업계 사이에서는 사업으로 돈을 벌자 강남에 입성한 이후 초심을 잃고 해이해진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성공한 업체들 대부분은 사업 시작 직후 피나는 노력이 있었을 것"이라며 "강남의 저주가 단순히 강남에 사옥을 짓는게 문제가 아니라 돈을 벌게된 이후 초심을 잃는 업체들이 생겨났다는 뜻 아닐까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