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부사장, 기업업무 제외한 공식석상 등장 없어재계 “산자위, 정 부사장에 인력 구조조정 이유 등 집중 추궁”
  •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 ⓒ현대중공업
    ▲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 ⓒ현대중공업
    현대중공업이 정기선 부사장의 국정감사 증인 출석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다. 정 부사장의 ‘재계 데뷔 무대’가 소통 보다 막무가내 호통으로 얼룩지는 국감장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15일 국회 등에 따르면 송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정기선 부사장을 국감 증인으로 신청했다. 정 부사장의 증인출석 여부는 여야 간사 합의가 이뤄져야 결정된다. 증인으로 채택될 경우 출석일자는 오는 26일 종합국감이다.

    현대중공업 측은 정기선 부사장의 증인신청이 알려진 후 출석 및 관련내용 파악에 분주하다. 정 부사장이 증언대에 선다면, 그가 경영전면에 나선 이후 회사업무를 제외한 공식석상에 나타나는 것은 이번 국감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 부사장의 증인 출석까지 여야 합의만 남은 상태에서 사실상 현대중공업이 할 수 있는 역할은 없다. 이로 인해 현대중공업 측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정 부사장은 그간 현대중공업의 신성장동력 확보와 경영현안을 챙기기 위해 국내 및 해외 거래선과의 만남 등에 모습을 보였다. 

    그는 대한상공회의소나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재계 주관 행사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대신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부회장이 기업을 대표해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간담회 등에 참석해왔다.

    한 재계 관계자는 “정기선 부사장이 증인으로 나선다면 여당 측 위원들은 인력 구조조정과 관련된 문제를 캐물을 것”이라며 “일자리 창출이 현 정부의 기조인데, 기업사정으로 이 흐름에 역행하는 이유를 정 부사장에게 집요하게 질문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현대중공업은 글로벌 불황으로 수년째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2015년 2만6158명이던 정규직원은 올해 8월 1만8846명으로 줄었다. 또 같은 기간 사내 하청 근로자도 4만783명에서 1만2664명으로 줄었다.

    아울러 지배구조 개편 이슈도 정 부사장에 대한 주요 질의내용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해부터 ‘정몽준 대주주→현대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현대중공업’으로 순환출자되는 구조를 개편하고 있다. 순환출자 고리에 있는 한 기업이 위기에 처하면 다른 기업도 부정적인 영향을 받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함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 개편 움직임이 총수 일가에 이익을 주기 위한 것으로 본다.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정기선 부사장이 현대중공업의 부품조달사업을 맡고 있는 ‘알짜기업’ 현대글로벌서비스의 대표이사가 되는 등 실리를 챙겼다는 목소리다.

    정기선 부사장을 증인으로 신청한 송갑석 의원은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이다. 해당 위원회는 정 부사장에게 인력 구조조정 문제와 현대중공업지주를 중심으로 한 지배구조 개편 과정 및 향후 계획과 함께 하도급업체 기술 탈취 의혹 등을 물을 예정이다.

    한편, 강환구 사장은 이날 정무위원회 국감 증인으로 나선다. 정무위는 강 사장에게 삼영기계 등 하도급 업체 기술 탈취 의혹과 관련해 집중 질의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