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쇼핑몰 이랜드에 러브콜까지… 내년 2~3개 매장 확장 계획
  • ▲ 슈펜 말레이시아 1호점 전경ⓒ김보라
    ▲ 슈펜 말레이시아 1호점 전경ⓒ김보라
    [편집자주] 사드, 불황의 여파로 주춤했던 유통업계가 해외시장 공략에 팔을 걷어붙였다. 주력 시장인 중국, 일본에서 벗어나 최근 동남아시아의 '말레이시아'에 주목하고 있다. 이곳은 인구 3000만명으로 시장 규모가 제법 되는 데다 도시화율도 75%로 싱가포르를 제외하면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빠르다. 국민소득도 인당 GDP 1만달러 수준으로 동남아 국가 중 가장 높다. 특히 말레이시아가 아시아의 이슬람(무슬림) 국가 맹주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도 매력 요인이다. 이 같은 잠재적 요소에 블루오션으로 떠오른 말레이시아에서 활약 중인 유통업계의 노력과 성과를 짚어본다.

    [쿠알라룸푸르=김보라] K-팝, K-드라마 등 한류 열풍이 거세지만 유독 'K-패션'(한국 패션)은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해외시장 성과가 미미하고 국내에서도 해외 브랜드에 밀리며 생존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이런 가운데 이랜드가 주목받고 있다. 국내 대표 패션기업으로 성장한 이랜드는 중국을 넘어 범아시아권으로 확산하며 'K-패션'의 선봉장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 ▲ 슈펜 말레이시아 1호점ⓒ김보라 기자
    ▲ 슈펜 말레이시아 1호점ⓒ김보라 기자
    지난 7일 오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중심가. 파빌리온몰을 중심으로 말레이시아 최고의 쇼핑 포인트로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지역이다. 우리나라로 통하면 핵심 상권인 '명동'에 속한다.

    이곳에서 포에버21·유니클로·H&M 등 글로벌 SPA(SPA(제조·유통 일괄형) 브랜드 사이로 이랜드의 '슈펜'이 눈에 띄었다. 파렌하이트88 쇼핑몰 1층에 위치한 슈펜 1호점은 2016년 현지 유통 업체인 백성과 합작 형태로 진출했다. 지상 1·2층, 1150㎡(347평) 규모를 자랑한다.

    이른 시간에도 불구하고 현지 소비자들은 신발을 직접 신어보고 점원에게 이것저것 묻는 등 꼼꼼히 비교하는 모습이었다. 이 곳에서 만난 다니엘 이스마엘은 "신발, 가방 물건도 많고 자유롭게 신어볼 수 있어 편리하다"면서 "주기적으로 가족과 함께 매장을 방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슈펜은 말레이시아에서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최신 트렌드를 반영한 2000여개 스타일의 신발과 양말·가방 등 잡화 상품을 매년 선보인다. 

    말레이시아의 슈펜 가격도 국내와 비슷했다. 플랫슈즈의 경우 55링깃(약 1만4000원), 남자 샌들의 경우 119링깃(약 3만2000원)에 판매하고 있었다. 말레이시아인의 평균 월급이 110만원을 감안하면 비싼 편이다.

    하지만 디자이너 출신의 이랜드 MD(머천다이저)들이 상품을 직접 소싱해 중간 유통단계를 없애 가격 거품을 확 줄였다. 이 때문에 타브랜드보다 저렴하면서 국내뿐 아니라 말레이시아에서도 '가성비' 브랜드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는 매장 관계자의 설명이다.

    실제 이랜드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1호점의 오픈 주말 양일간에는 방문객수는 3만명에 달했고 41만링깃 (약1억2000만원)이상의 매출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랜드 관계자는 "슈펜이 말레이시아 주요 도시 쇼핑몰에 대형 매장을 열며 최신 트렌드의 상징"이라며 "한국에서는 신촌이나 홍대 등 핵심상권의 주요 매장이 외국인 관광객들의 필수 방문코스로 알려지면서 해외 쇼핑몰 관계자들이 먼저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고 분위기를 설명했다.
  • ▲ 슈펜 3호점 모습ⓒ이랜드
    ▲ 슈펜 3호점 모습ⓒ이랜드
    이랜드는 향후 먹거리가 될 말레이시아의 확대에 힘을 쏟고 있겠다는 전략이다. 근본적으로 패션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른 만큼 국내에서 극적인 반등을 노리기보단 말레이시아를 통한 동남아 '블루오션'에 주력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랜드는 내년 1월에 조호바루에 생기는 팍슨 신규몰에 슈펜 4호점을 오픈한다. 같은 해 2~3개 매장을 추가로 연다는 목표다. 앞서 지난해 12월 말레이시아 조호바루에 슈펜 3호점을 열기도 했다. 3호점은 쇼핑몰인 패러다임 몰 내 826㎡(250평)로 규모로 들어섰다. 

    조호르바루는 싱가포르와 맞닿아 있는 국경도시로 주말에는 구매력이 높은 싱가포르의 가족 단위 고객들 유입이 많아 말레이시아뿐 아니라 싱가포르 소비자들까지 아우르는 핵심 상권으로 꼽힌다.

    여기에 슈펜과 함께 의류 사업까지 확장하며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는 구상이다. 이랜드는 말레이시아 파빌리온몰에 스파오와 미쏘, 후아유 등 3개 브랜드를 진출시킨 바 있다. 

    이랜드 관계자는 "말레이시아는 세계적인 패션 생산지에서 글로벌 패션 브랜드들이 경합으로 벌이는 패션 소비국으로 변모하고 있다"면서 "최근에는 한류 열풍이 패션, 미용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현지에서 'K패션'의 붐을 일으키는데 일조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