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천억 지원받고 신뢰 깬 한국GM 노조 파업 초읽기… 78.2% 찬성
  • 한국GM이 정상화 6개월 만에 앞날이 안갯속이다. 

    한국GM이 생산법인과 연구개발(R&D) 부문을 별도 법인으로 분리하겠다고 나서면서 '한국 철수설'로 번지고 있다. 

    한국GM 2대주주인 산업은행은 오는 19일로 예정된 한국GM의 주주총회를 열지 못하도록 법원에 가처분신청을 냈다. 만일 법원이 가처분신청을 수용하면 산업은행은 대책을 마련할 시간을 벌 수 있다. 하지만 주총이 예정대로 열릴 경우, R&D법인 설립은 시간문제다. 


    ◇ 8천억 지원받고 …신뢰 깬 한국GM 

    한국GM 노조는 15~16일 진행된 파업 찬반투표에서 전체 조합원의 78.2%가 파업에 찬성했다. 찬반투표에는 조합원 1만234명 중 8899명이 참여했고 이중 860명만 반대표를 던졌다. 

    이와 별도로 노조는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 조정 신청'을 냈다. 만일 노동위가 조정 중지 결정을 내릴 경우 노조는 합법적으로 파업을 벌일 수 있다. 

    노조는 한국GM의 신설 법인 추진을 구조조정을 위한 포석으로 보고 있다. 비용이 적게드는 연구법인만 남기고 인건비 등 비용이 많이 드는 생산법인을 구조조정하겠다는 의도라는 입장이다. 

    노조 측은 "법인 분리는 생산법인을 하청업체로 만들고 향후 발주량이 감소할 경우 언제든 공장폐쇄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한국GM은 이달 4일 이사회를 열고 인천 부평 본사의 디자인센터 등을 통합해 별도의 R&D법인을 신설, 분리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불과 지난 5월 산업은행과 합의한 한국GM 경영정상화과정에서는 빠졌던 내용이다. 당시 합의에는 산업은행이 한국GM에 8천억원을 투입하는 대신 GM은 6조8천억원의 투자를 약속했다. 또 한국GM을 최소 10년 간 운영하고 산은에 대한 비토권도 유지하기 했다. 


    ◇ 이동걸 회장 구조조정 성과 공염불 되나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금호타이어, STX조선 한국GM 등 구조조정을 연거푸 성공시키며 확실하게 정책금융 '맏형' 역할을 수행해왔다. 

    지난 5월 한국GM과 경영정상화에 합의한 뒤에는 "GM과 협상은 서로 만족할 만한 수준인 윈윈에 준하는 협상이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GM 분리법인 논란이 불거지면서 산업은행의 역할론이 뭇매를 맞는 형국이다. 산업은행은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비토권을 행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회장은 10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가처분 신청이 기각되면 비토권을 주총에서 행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GM은 이번 법인 분리건이 비토권 행사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산은의 비토권이 GM의 자산매각 등 등 특별결의사항에 한해서만 이뤄질 수 있도록 제한된 탓이다. 

    이를 두고 산업은행이 실효성이 적은 비토권에 의존해 한국GM을 지원한 것 아니냐는 논란도 뒤따르고 있다. 만일 법원의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져 주총이 열리지 않는다고 해도 이사회를 장악하고 있는 한국GM이 언제든 2차 주총을 소집할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산업은행 측은 "신설법인의 정체가 무엇인지, 왜 필요한지에 대한 설명을 듣지 못한 상태"라면서 "R&D 법인을 파악하기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