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업계 최근 2~3년간 이어진 장기호황 막바지 우려 제기中-日, 이란산 수입 축소에 동아시아 나프타 가격 변동성 커져
  •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하며 승승장구 하던 국내 석유화학업계가 이란발 지정학적 리스크라는 암초를 만났다.

    화학 업체들은 원유를 수입하지 않기 때문에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지만 원가 상승과 직결돼 고민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지난 2~3년간 이어진 장기호황도 막바지에 접어들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정유·화학 업계의 호실적에 힘을 보탰던 이란산 원유는 미국의 제재 여파로 지난 9월부터 뚝 끊겼다.

    이란산 원유 수입 제재에서 우리나라를 예외로 인정해 달라는 정부 요구에도 불투명한 상황이 이어지면서 정유사들이 원유 구입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자 화학업계 역시 예의주시하고 있다. 원유 수입과는 거리가 멀지만 향후 수익성과는 직결될 수 있어 마냥 팔장만 끼고 구경만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란산 원유의 70%는 초경질유(콘덴세이트)로 이 유종을 가공하면 화학제품의 원료가 되는 나프타가 70% 가량 나온다.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의 이란산 원유 도입량은 전체 원유 도입량(11억1816만7000 배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3.2%에 달하는데 카타르산 콘덴세이트 대비 배럴당 2.5 달러 저렴해 국내 정유·화학사들의 선호도가 높았다.  

    지난 2016년 미국의 대이란 제재 해제 이후 전체 콘덴세이트 국내 도입량의 54%를 차지하며 카타르산 콘덴세이트를 밀어내고 1위로 등극한 이유다.

    이는 단순히 국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중국은 같은 기간 동안 이란에서 생산되는 원유의 3분의 1을 수입했으며 일본 역시 도입량을 크게 늘렸다. 

    이런 이유로 지난 2년간 나프타 공급이 늘어난 것은 물론 가격도 하향 안정세를 보이며 국내 화학사들이 사상 최대 이익을 거두는데 일조를 하게 된다. 

    지난 2016년 화학3사(LG화학·롯데케미칼·한화케미칼)의 영업이익 합계는 사상 처음으로 7조원을 넘은데 이어 지난해에도 신기록 행진을 이어갔다. 지난해 이들 3사의 영업이익률은 14%에 달할 정도였다.

    하지만 올해 하반기 이후 상황은 급반전될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과 일본 역시 이란산을 대체하는 원유 도입에 속속 나서고 있어서다.

    중국 시노펙의 이란산 원유 수입량은 절반으로 줄어들며 일평균 약 13만 배럴에 그칠 예정이며 일본 역시 미국산 등으로 대체할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이들 국가들은 오만, UAE, 미국산 등 상대적으로 저렴한 콘덴세이트로 대체할 예정이다.  

    올해 1분기 기준 콘덴세이트 도입단가는 배럴당 각각 오만 42.9 달러, UAE 44.4 달러, 미국 46.6 달러로 52.9 달러인 이란산보다 높은 수준을 형성하고 있다.

    특히 이들 유종은 나프타 생산 수율도 이란산 원유에 비해 낮아 향후 동아시아 지역의 나프타 공급량 축소 및 가격 인상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3분기부터 이어진 나프타 가격 상승을 더욱 부채질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동안 나프타 가격의 경우 지속적인 상승 추세를 보였다. 지난 7월 나프타 가격은 t당 655 달러, 8월 647 달러, 9월 680 달러를 기록했다. 

    나프타 가격이 오르면서 단기적으로 수요에까지 영향이 미치고 있다. 트레이딩 및 수요 업체들이 구매를 미루는 등 수요 부진의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합성수지 및 합성섬유 원료 등 전반적인 화학제품의 스프레드도 축소됐다. 대표적인 합성수지인 PE(폴리에틸렌)와 ABS(아크릴로니트릴부타디엔스타이렌)의 스프레드는 지난 2분기와 비교해 각각 t당 65 달러, 193 달러 줄어들었다. 

    이와 관련 업계에서는 지난 2년과 달리 석유화학 시장에 불확싱성도 높아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이란 제재로 석유화학 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아진 것은 맞다"며 "최근 스프레드 축소 등의 이슈는 있지만 상황을 좀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글로벌 경기 회복세로 견조한 수요를 보이고 있는 만큼 크게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원료 가격이 오르다 보니 시장의 관망세가 이어질 뿐 전반적인 수요 상황은 나쁘지 않다"며 "원가를 제품 가격에 전가할 수 있는지 여부가 중요한데 당장 걱정할 수준은 아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