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률 전망 낮추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 열어이일형 의원 3연속 소수의견…고승범 위원 합류이 총재 "잠재성장률 수준 크게 벗어나지 않아"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뉴데일리DB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뉴데일리DB
    한국은행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7%로 낮췄다. 경기 안정을 택하며 이달 금리는 동결했지만 인상 소수의견이 2명으로 늘면서 내달 인상 가능성이 커졌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8일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1.50%로 동결한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이일형, 고승범 금통위원이 0.25%포인트 금리 인상 필요성을 주장했다"고 밝혔다.

    이일형 위원은 지난 7·8월 금통위에 이어 3연속 금리 인상을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 고승범 위원도 공식적으로 인상 대열에 합류했다. 

    이로써 내달 금통위에 관심이 쏠린다. 한국은행이 11개월째 금리를 동결하고 있지만 인상 기조는 켜둔 상태다. 즉, 경기 여건만 되면 금리를 올릴 준비가 돼 있다는 소리다.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도 금리 인상 의지가 엿보인다. 의결문을 보면 '견실한 성장세'라는 문구를 '잠재성장률 수준의 성장세'라는 문구로 변경했다. 또한 "향후 성장과 물가의 흐름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완화정도의 조정 여부를 판단해 나갈 것이다"라는 문장에서 '신중한 판단'이라는 문구도 뺏다.

    이와 관련 이 총재는 "잠재수준보다는 물가목표에 가까운 정도라면 금융안정에 더 유의해야겠다는 것을 이전에도 밝혀왔고 사실상 그럴 단계에 좀 더 가까워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통화정책은 기본적으로 거시경제 안정 위에 금융안정을 고려한다"며 "물가와 경기 흐름에 대한 판단이 선다면 금융안정에 중점이 아닌 역점을 둬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다만 11월에 금리가 인상될 것이라는 시각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이번 동결이 10월보다 11월이 더 유리하다는 판단이 배경이 된 것은 아니다"며 "이번에는 현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본 것"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요즘은 대외 리스크가 서로 표면 위로 드러나면서 상승작용을 해 리스크의 불확실성이 상당히 높아졌다"며 "성장과 물가 등 거시경제에 큰 부담을 주지 않는다면 금융안정에 대해서도 유념해 통화정책을 운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서 주택가격 억제를 위해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통화정책에 있어 주택가격 동향을 유심히 본다. 금리가 집값에 영향을 주겠지만 금리 외에 여러 요인이 복합 작용한다"며 "통화정책을 주택가격 조정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은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금리와 주택가격의 과거 관계를 보면 금리를 올릴 때 집값이 오르거나 금리를 내렸음에도 하락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금리를 올려도 경기 상황이 좋고 경상수지 흑자 폭이 컸을 때 집값이 같이 오르는 경우가 있다"고 덧붙였다. 금리와 주택가격이 일관되게 음의 관계를 보이는 것이 아니라는 거다.

    지난 5월부터 언급한 금융불균형 누적에 대해서는 "금융안정 리스크가 커지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그계부채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지만, 여전히 소득 증가율을 웃돌고 있다"며 "지속 증가하는 한 중장기적으로 볼때 경제에 부담을 준다"고 우려했다.

    이어 "가계부채 증가율을 더 낮춰야 하지만 국내 금융기관의 자산건전성이나 수익성 등을 볼때 충격 흡수력은 아직 충분하다"며 "금융안정 리스크가 쌓이고 있어도 가까운 시일 내에 금융시스템 안정을 저해할 정도로 우려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 ⓒ한국은행
    ▲ ⓒ한국은행
    한국은행은 올해와 내년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전망을 2.7%로 0.2%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이미 지난 7월에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3.0%에서 2.9%로 낮춘 바 있다. 올해 성장률은 6년 만에 가장 낮을 것으로 한은은 예상했다.

    이 총재는 "수정된 성장 전망치는 2분기 실적치가 반영돼 다소 하향됐지만 잠재성장률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한다"며 "물가도 1%대 중·후반에서 등락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올해 국내경제는 투자 조정이 이어지겠으나 수출과 소비가 양호한 흐름을 보이면서 2.7% 성장률을 나타낼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에는 재정정책이 확장적으로 운용되는 가운데 수출과 소비 중심의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경제 성장에 대한 지출부문별 기여도를 보면 내년에는 내수 기여도가 소폭 높아지고 수출 기여도는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향후 성장경로의 상방리스크는 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 등에 따른 내수여건 개선과 주요 대기업 투자지출 확대 등을 꼽았다. 하방리스크는 미·중 무역분쟁 심화에 따른 수출 증가세 둔화와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에 따른 국제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고용여건 개선 지연 및 소비심리 둔화 등을 꼽았다.

    한국은행은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올해 1.6%, 내년 중 1.7%로 전망했다. 

    올해에는 상반기 중 1.4%대 수준에서 점차 높아지면서 하반기 1.7%로 오름세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내년 중에는 국제유가 상승의 파급영향과 임금상승세 지속 및 공공요금 인상 등의 영향으로 1%대 후반의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