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 지난 7월 법인 분리 계획 밝혀..노조 철수 수순이라며 반발르노삼성, 올해 임단협 끝내지 못해...노조, 지속적인 임금 인상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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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완성차업계가 반복되는 노사갈등에 시름을 앓고 있다.

    법인 분리에 나선 한국지엠은 노조의 거센 반발에, 파업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이다. 르노삼성은 국내 업체 중 유일하게 올해 임단협을 마무리 짓지 못하며, 노조가 부분파업에 돌입하기도 했다.

    판매 부진에 시달리는 양사는 연말 신형 말리부와 마스터 등 신차 출시로 분위기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려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끝나지 않는 노사갈등으로 신차 출시에 따른 회복 동력마저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판매순위 하위권인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이 노사 갈등으로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한국지엠은 향후 디자인센터, 기술연구소, 파워트레인 관련 사업을 분리, 글로벌 제품 개발 업무를 집중 전담할 신설 법인을 만들 계획이다. 지난 7월 한국지엠이 이같은 계획을 밝히자, 노조는 법인 분리를 한국 철수를 위한 포석이라 보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국지엠은 오는 19일 법인 분리를 위한 주주총회를 개최한다. 비공개로 진행되는 이번 주총에서는 산업은행과 한국지엠 관계자들만이 참석해 법인 분리에 대해 결의할 예정이다.

    이에 맞춰 노조는 쟁의 행위 찬반투표를 통과시키며 투쟁 의지를 불사르고 있다. 노조는 오는 22일로 예상되는 중노위의 결정이 조정 중지로 결론난다면, 곧바로 총파업에 돌입하겠다는 입장이다.

    업계는 한국지엠 노조의 이같은 주장을 설득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지난 17일 인천지방법원이 한국지엠의 2대주주인 산업은행이 제기한 주총 개최 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한 것도, 법인 분리를 철수 수단이 아닌 경쟁력 강화 방안으로 봤다는 분석이다.

    법원은 "주주총회 개최 자체를 금지하지 않으면 채권자인 산업은행 측에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급박한 우려가 존재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일각에서는 노조가 자신들의 세력 약화를 우려해 법인 분리를 반대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법인이 분리되면 대략 3000명의 직원들이 빠져 나가는데, 이들이 현재 소속된 노조에서 탈퇴할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는 설명이다. 

    노사갈등이 한국지엠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르노삼성 노사 역시 올해 임단협을 끝내지 못하며, 갈등 구도를 이어가고 있다.

    노조는 임금 인상을 주장하지만, 닛산 물량 배정을 위해 원가를 낮춰야만 하는 르노삼성 입장에선 그들의 요구를 받아주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부산공장 생산량의 절반을 차지하는 닛산 로그의 생산 물량은 내년 9월로 끝이 난다. 르노삼성은 일본보다 원가를 낮춰야만 향후 물량을 배정받을 수 있는 처지다.

    더군다나 지난해에 비해 30% 가량 내린 엔화는 르노삼성을 더욱 곤혹스럽게 하는 요인이다. 일본과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선 원가 경쟁력이 필수인데, 환율이 크게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임금 인상 등을 최대한 억제하려는 사측과 임금을 올리려는 노조와 충돌하며, 올해 임단협을 쉽사리 끝내지 못하고 있는 것.

    문제는 이러한 갈등 구도가 양사의 판매 회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국지엠은 내달 신형 말리부를 출시하며, 연말 판매 확대를 노리고 있다. 르노삼성 역시 최근 상용차 '마스터'를 내놓으며, 회복 동력을 끌어올리는 중이다. 

    하지만 노조와 갈등을 해결하지 못한 채 이들이 판매를 늘리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현재와 같은 대립 양상은 고객들에게 제품에 대한 믿음을 주기 어렵고, 생산이나 판매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판매량 꼴찌를 다투는 두 업체 입장에선 지금의 상황이 답답하기 그지 없을 것"이라며 "한국지엠이나 르노삼성 둘 다 노조가 요구하는 바를 들어주기 어려워 단기간에 풀어내긴 어려워 보인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