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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융증권부 차진형 기자
지주사 전환을 앞둔 우리은행에게 ‘낙하산 CEO’가 내려올 것이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는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한 발언 때문인데 ‘정부가 우리은행 최대주주여서 지배구조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 한마디에서 시작됐다.
이후 그는 “우리은행은 은행 비중이 90%가 넘어 처음부터 분리하는 게 맞는지, 겸직으로 하면 겸직을 언제까지 할지 이런 부분들을 좀 더 생각해 봐야 한다”고 한발짝 물러났지만 이번 회장직 선임과 관련해 정부의 의지를 전달하겠단 뜻은 유지했다.
우리은행이 외부인사에 민감한 이유는 그동안 최고경영자 선임에 있어서 정치적 입김이 작용한 탓이다.
당시에는 공적자금 투입 은행으로 예금보험공사가 사실상 인사권을 행사한 영향도 있다. 이 때문에 회장-은행장 간 잦은 충돌로 조직이 흔들린 경험이 있다.
민영화 후 과점주주 체제로 전환하면서 정치적 입김은 줄었지만, 과거의 트라우마가 아직 남아있다.
은행 내부에선 회장-은행장이 분리 선임될 경우 결국 ‘은행장이 두 명’인 꼴이라며 반발 기류가 형성돼 있다.
외풍을 차단하겠단 의도가 강하지만 지주회사 출범 후 회장의 역할이 미비하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은 지주회사로 전환해도 은행 자회사로 우리카드, 우리종금 등이 남는다. 결국, 지주회사의 주 수익은 은행이 벌어오는 구조다.
여기에 금융당국이 전환 요건으로 자기자본비율 산출 방법을 표준등급법으로 적용할 경우 자본비율 하락이 불가피하다.
표준등급법 적용시 위험가중자산이 약 35~40% 증가하면서 내부등급법을 적용하는 현재보다 BIS비율은 약 4.1~4.2%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다.
물론 일시적인 하락이고 추후 내부등급법 승인시 다시 개선되겠지만 그 때까지는 낮은 자본비율로 인해 일정 규모 이상의 M&A는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도 우리카드 분리 작업, 우리종금 완전 자회사, 아주캐피탈 지분 인수 등 내부 계열사 조직도 다시 재정비해야 한다.
결국 우리금융지주 신임 회장의 목표는 비은행 부문 강화가 아닌 내부조직 다지기가 최우선 경영목표가 될 확률이 높다.
박필준 우리은행 노조위원장도 “현재 상황에선 신임 회장이 할 수 있는 역할이 미비하다. 일단, 조직을 안정화한 후 비은행 부문 강화에 나서야 주주가치도 극대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