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주택대출 받은 다중채무자 1차 타격청년층·은퇴생활자·저소득층 대출 축소 불가피
  • ▲ 자료사진. 은행 대출창구에서 상담받는 시민들. ⓒ연합뉴스
    ▲ 자료사진. 은행 대출창구에서 상담받는 시민들. ⓒ연합뉴스

    이달 31일부터 은행권을 시작으로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 규제가 강화됨에 따라 2건 이상 대출을 받은 이른바 다중채무자들이 직격탄을 맞게 됐다.

    소득신고를 제대로 하지 않았던 자영업자나 고소득 전문직 역시 고(高)DSR 대출로 분류될 가능성이 커 은행대출이 점차 어렵게 된다.

    뿐만 아니라 DSR이 기본적으로 개인의 현금 흐름을 보면서 대출 규모를 재단하는 규제인 만큼 현재 소득이 많지 않은 저소득층, 청년층, 은퇴생활자들에게도 상당한 타격을 입히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먼저 살펴볼 부분은 기존의 소득 관련 대출규제인 총부채상환비율(DTI)과 DSR의 차이다.

    분모는 연간소득으로 같다. 다만 분자가 DTI의 경우 모든 주택담보대출 원리금 상환액과 기타재출 이자 상환액이고, DSR은 모든 가계대출 원리금 상환액이다. DSR은 주택담보대출 이외 가계대출의 원금상환액까지 보는 더 포괄적인 개념이다.

    즉 DTI에 반영하지 않던 전세보증금 담보대출, 신용대출, 예·적금담보대출의 원금이 DSR에서는 계산되는 셈이다. 주담대 외에 다양한 빚을 진 다중채무자들이 DSR 도입시 1차 피해를 보는 이유다.

    이달 31일을 기점으로 달라지는 것은 그동안 시범 운용해오던 DSR 규제를 관리 지표화하는 것이다. 시범 운용시기에는 은행이 이 규제를 한 번 적용해보고 '아니면 그만'이라는 식이었다면 이제는 이 규제에 따라 대출을 거절하거나 대출한도를 축소할 의무가 생긴 것이다.

    금융당국은 위험대출 즉 고DSR의 기준선을 70%로, 초고위험대출의 DSR 기준선을 90%로 설정했다. 시중은행 기준으로 보면 DSR 70% 초과 대출은 전체 대출의 15%, 90% 초과 대출은 10% 이내로 관리해야 한다.

    이 때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소득이다. DSR은 소득대비 대출 원리금을 상환하는 개념이다 보니 소득이 많을수록 대출한도가 높아진다. 반대로 소득 규모가 작으면 한도 역시 낮아진다. 여기서 소득을 어떻게 증빙하느냐는 문제가 생긴다.

    금융당국이 100% 인정하는 가장 확실한 소득 자료는 근로소득원천징수영수증과 소득금액증명원, 사업소득원천징수영수증, 연금증서 등 이른바 '증빙소득'이다.

    '유리 지갑'인 급여생활자는 근로소득원천징수영수증 한 번으로 소득 증빙이 종료되지만, 절세 등 목적으로 사업소득을 줄여 신고했던 자영업자나 전문직들은 여기서 제동이 걸린다.

    신용카드보다 현금결제를 유도하고 현금결제 분은 소득신고에서 뺀 사업자들이 여기에 해당된다. 신고된 소득규모가 작은 만큼 대출도 그만큼 작게 나가게 된다.

    물론 △국민연금, 건강보험료 납부내역 등을 토대로 보는 '인정소득' △이자·배당금·임대료·카드사용액 등으로 보는 '신고소득' 개념이 있지만, 각각 소득의 95%, 90%씩만 반영해준다. 결정적으로 인정·신고소득은 5000만원까지만 인정해주는 한계가 있다.

    실제로 시범 운용 시기 중 은행에서 고DSR로 분류된 사람들 상당수가 자영업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말 소득이 적은 사람도 있지만 소득을 축소 신고한 사람들도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DSR을 관리 지표화하게 되면 은행 입장에서는 결국 소득증빙이 잘 안 돼 고DSR로 분류된 자영업자 대출부터 우선 줄여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 서울시내 한 은행 대출창구. ⓒ연합뉴스
    ▲ 서울시내 한 은행 대출창구. ⓒ연합뉴스

    의사·변호사 등 전문직이나 공무원·공기업·대기업 재직자들 역시 대출한도에서 특혜를 받기 어렵다. 과거에는 전문직 신용대출이나 은행과 협약된 공무원·공기업·대기업 대상 협약 대출의 DSR을 앞으로는 300%로 산정하게 된다.

    70%가 위험대출로 규정되는 상황에서 300%는 '초초고위험'대출이다. 이들이 은행 전체 평균 DSR을 악화시키는 점을 감안하면 전문직 신용대출이나 협약대출, 비대면 대출은 사실상 하지말라는 의미에 가깝다.

    특히 고소득 전문직 역시 소득을 축소 신고한 경우가 상당해 특례대출이 막히면 대출이 기존에 비해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저소득층이나 청년층, 은퇴생활자 등 현재 소득이 적은 사람들의 대출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

    새희망홀씨 대출 등 서민금융상품과 국가유공자 대상 저금리대출 등 실수요자 배려책이 시행되기는 하나, 일반적인 대출상품을 이용하려면 저소득층은 한도가 줄거나 대출을 거절당할 확률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청년층 역시 미래 소득을 감안한다고 하더라도 대출이 원활하기는 어렵다. 자산은 있으나 현재 현금 흐름이 약한 은퇴생활자 역시 대표적인 피해 계측으로 꼽힌다.

    시중은행들이 고DSR 대출 비중을 줄이고자 이런 계층을 먼저 고려할 가능성은 상당하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DSR이 저소득층에 미치는 효과를 감안할 때 현재 소득은 적지만 앞으로 소득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는 청년층이나 자영업자, 중소기업에 은행이 자율적으로 대출해 줄 수 있는 쿼터를 별도로 설정하는 방안을 검토할만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