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자고 잘 먹는' 공간 만들기가 핵심
  • 타마유라. ⓒJW메리어트서울
    ▲ 타마유라. ⓒJW메리어트서울

    호텔업계의 F&B가 거듭 진화하고 있다. 과거 고급화에만 초점을 맞추던 호텔 레스토랑이 콧대를 낮추고 다양화를 꾀하고 있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4성급 이상 호텔이 레스토랑 리뉴얼 작업을 잇따라 완료했다. 최근 호텔 F&B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트렌드에 발맞춰 변화하는 모양새다.

    여의도 켄싱턴호텔은 레스토랑 '브로드웨이'를 스시&그릴 라이브 뷔페로 재단장해 선보였다. 외식 시장에 불어닥친 '파인 다이닝'(고급 식당) 트렌드를 충실히 반영하면서도, 가격을 대폭 낮췄다. 주중 점심의 경우 4만9900원에 뷔페를 이용할 수 있다.

    김종민 켄싱턴호텔 여의도 총주방장은 "빠르게 변화하는 외식 문화에 신속하게 대응하고 시그니처 메뉴 개발로 소비자 입맛을 사로잡기 위해 이번에 메뉴를 대대적으로 바꾸게 됐다"며 "장기간 소비자 조사를 바탕으로 신메뉴를 개발한 만큼 앞으로도 꾸준히 소비자에 맞춘 메뉴 개발을 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JW 메리어트 서울이 리노베이션을 통해 지난 8월 새롭게 오픈한 타마유라는 일본 정통 가이세키 요리, 에도마에 스시, 데판야키 요리를 즐길 수 있는 프리미엄 일식당이다. 별도의 오픈형 다이닝 홀 없이 7개의 별실과 함께 각 8석의 스시 카운터, 데판야키 스테이션 등 각 요리 별로 별도 공간이 마련된 것이 특징이다.

    라두 체르니아(Radu Cernia) JW 메리어트 서울 총지배인은 “타마유라는 프라이빗한 공간에서의 품격 있는 식사를 통해 차원이 다른 럭셔리를 경험할 수 있도록 마련된 특별한 공간”이라며 “타마유라를 방문한 고객들은 최상의 음식과 함께 방문한 목적과 취향 등에 따라 개개인이 원하는 서비스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고 전했다.

    롯데호텔서울은 '이그제큐티브 타워'를 위한 대대적인 리뉴얼 과정에서 레스토랑에 '노키즈존'을 도입하기도 했다. F&B가 호텔 투숙객 뿐만 아니라 일반 소비자들의 문화로 자리잡으며 기존 레스토랑과 차별화를 꾀하는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레스케이프는 과감하게 수영장, 댜규모 연회장 등을 없애고 그 자리를 F&B로 채워넣었다. 중식당 '팔레드신'은 홍콩의 '모트32'의 셰프와 운영자들이 직접 메뉴개발 등에 참여했다. 서래마을에서 프리미엄 디저트 샵 '메종 엠오'에서 '르 살롱 바이 메종 엠오'라는 디저트 샵을 내고, 보광동의 '헬카페'가 정통 이탈리아식 클래식 카푸치노를 뽑아낸다.

    이는 서울 도심의 경우 뚜렷하게 나타나는 분위기다. 한 국내 호텔 관계자는 "애매하게 시설만 갖추기 급급하게 보이기 보다는 확실히 고객을 유치할 수 있는 F&B를 선택하는 것이 낫다고 보는 경향이 있다"며 "다양한 레스토랑을 유치하게 되면 투숙객들의 다양한 기호도 만족시킬 수 있고 일반 고객들도 호텔 안으로 유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유명 F&B 매장을 호텔 안으로 끌어들이는 것은 당초 복합몰, 백화점 등에서 나타났던 현상이다. 지방 유명 F&B 매장이 백화점 푸드코트나 복합몰 등에 입점하면서 고객 유인책으로 사용된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다만 다른 점은 호텔 레스토랑의 고급화전략에 맞게 컨셉에 변화를 주거나 새로운 브랜드를 론칭한다는 점이다.

    온라인이나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예약을 받고, 할인 혜택을 주는 것도 최근에 나타난 트렌드다. 이로 인해 일반 소비자들이 거부감없이 호텔 레스토랑에 접근할 기회를 부여하고, 할인 혜택을 통해 진입 장벽을 낮추겠다는 의지로 분석된다.

    호텔 레스토랑 경험을 살려 호텔 밖으로 나가는 경우도 있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 출신 유현수 셰프와 함께 컬래버레이션한 한식당 ‘한옥’을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지하1층 교통센터에 오픈했다. 미쉐린 스타 셰프가 만든 품격 있는 다채로운 한식을 합리적인 가격에 선보이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처럼 호텔 F&B 전쟁이 점점 치열해지면서 국내 호텔업계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관련업계 관계자는 "호텔 외식 매장은 고급화와 다양화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호텔 레스토랑이 주는 프라이빗함과, 럭셔리함을 잃지 않으면서도 고객들을 꾸준히 호텔 안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전략이 필수적이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