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공유하기

로고

외식업체 울리는 임대료… "6개월 월세 안 받아요" 제안에도 '텅텅'

임대료 부담에 골목상권 형성됐지만… 상권 뜨면 임대료도 오른다

입력 2018-10-25 06:00 | 수정 2018-10-25 06:00

▲ 서울 서대문구 한 건물 1층 점포가 비어있다. ⓒ뉴데일리 임소현 기자

"3개월 월세 안 받겠다, 6개월 월세 안 받겠다 이런 건물주도 생겨났어요. 점포가 비어있는 채로 너무 오래 있으니까. 그런데도 상가 보러오는 손님조차 거의 없어요. 하고 있는 가게도 내놓는 판국에 새로 가게 하겠다는 사람들이 많이 없어진거죠."

경기도의 한 부동산에서 만난 A 공인중개사의 말이다. 최근 임대료가 천정부지로 치솟았지만 오히려 경기는 나빠지면서 비어있는 점포가 속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A씨는 "솔직히 목 좋은 1층 점포의 경우 개인이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지만, 아무리 점포가 비어있어도 임대료가 떨어지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그런데다 장사를 하겠다는 사람도 확 줄었는지 상가쪽은 작년에 비하면 거래가 거의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24일 둘러본 서울 용산구, 서대문구, 중구 등 중심지역 일대 역시 비어있는 점포가 어렵지 않게 눈에 띄었다. 역과 가까운 '역세권'에는 개인 점포보다는 대형 프랜차이즈 중심으로 매장이 들어서있었고, 역에서 조금 떨어진 곳들에는 폐업상태인 곳들은 물론, 빈 채로 수개월이 지난 점포들도 많았다.

용산구의 한 카페 프랜차이즈 업체가 있었던 자리는 벌써 1년 넘게 세입자를 찾지 못하고 있었다. 이 건물 맞은편에서 주먹밥 프랜차이즈를 운영하고 있는 가맹점주 B씨는 "저기 원래 대기업 프랜차이즈가 7년인가 8년동안 장사하다가, 원래부터 손님도 많지 않아서 적자를 좀 오래 냈던걸로 안다"며 "결국 문 닫았는데 손님도 많지 않은 목에 임대료는 예전보다 더 올라서 비어있는지 대충 1년은 넘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서대문구 역시 상황이 마찬가지다. 대학가가 조성된 신촌역 인근 건물 중 빈 점포가 속속 눈에 띄었다. '임대'라는 플랜카드가 크게 걸려있었고, 장사를 하다 폐업한 흔적도 즐비했다. 이 인근에 있었던 커핀그루나루는 얼마 전 폐업했다.

▲ 서울 서대문구 한 건물 1층에 임대 관련 안내 플랜카드가 붙어있다. ⓒ뉴데일리 임소현 기자

수년 전까지만 해도 학생들을 중심으로 유동인구가 많았던 카페 거리지만, 근처에 스타벅스커피가 생겨났고 저렴한 카페 프랜차이즈가 속출하면서 최근부터는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이용하는 손님을 보기 어려웠다는 것이 주변 상인들의 전언이다.

이런 데다 임대료는 꾸준히 상승하면서 이어지는 손해를 감당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외식업계의 임대료 문제는 수년째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우리나라에만 있는 '권리금' 문제도 한 몫 보탰다.

서울 중구에서 한 소형치킨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C씨는 2년 전 이 매장에서 장사를 시작했다. 권리금까지 포함해 사들였지만, 곧 조류인플루엔자(AI) 등 치킨업계에 여러 악재가 겹치자 매출이 곤두박질쳤다. 6개월만에 점포를 내놔야했지만 1년반 동안 세입자를 찾지 못해 아직 울며겨자먹기로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C씨는 "그래도 처음에는 보러오는 사람이 드물게 있었는데 한 1년 전부터는 아예 보러오는 사람이 없다"며 "권리금이라도 회수하면 싸게 넘기고 싶은데 그마저도 안 되고 지금도 그냥 간신히 유지하는 수준이지만 그만 두면 너무 큰 손해를 안게 되는 것이라서 당장 그만 두지도 못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화장품 로드샵 역시 폐점 러시가 이어지면서 로드샵이 주로 입점했던 유동인구가 많은 1층 점포가 비어있는 거리도 적지 않다. 임대료로 인해 상권이 죽고 있지만 임대료는 낮아지지 않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 커피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업계 분위기 자체가, 특히 대형 프랜차이즈일수록 가맹점보다 직영점을 내야 하는 상황"이라며 "임대료를 어느정도 본사에서 지원을 한다고 해도 임대료 부담을 느끼는 예비 가맹점주들이 크게 늘었다"고 전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임대료 문제가 계속해서 발생하자, 최근에는 높은 임대료를 피해 골목 안으로 들어가 새로운 상권을 형성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문래역 인근의 '문래창작촌'이 대표적이다. 원래는 철물점과 인쇄소 등이 즐비한 낙후된 지역이었지만 골목 사이사이에 카페나 펍 등이 들어서면서 입소문을 탔다.

▲ 서울 영등포구 문래창작촌. ⓒ뉴데일리 임소현 기자

이 때문에 철물점과 인쇄소가 모두 문을 닫는 저녁시간에도 유동인구가 꾸준히 유입되는 효과를 얻고 있다. 성수동과 익선동 역시 마찬가지다. 인근에 임대료가 비싼 지역이 위치해있지만 골목 안으로 들어선 외식업체들이 그들만의 상권을 다시 구축한 사례로 언급된다.

아울러 서울 용산구 숙대입구역 인근 골목에도 보이그룹 블락비 멤버 비범이 카페 '무자비'를 열었고, 인근에 분위기 좋은 카페가 들어서면서 과거에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던 골목 사이사이에도 커피를 마시기 위한 소비자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이렇게 형성된 골목상권이 다시 임대료 상승을 불러 일으키면서, 또 다시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관련업계 관계자는 "골목 상권은 수년 전부터 외식 문화 트렌드를 바꿔놓았지만, 상권이 뜨면 임대료가 또 다시 상승하는 구조라 문제점은 여전히 남아있다"며 "임대료가 비싸지면 물가 역시 비싸지고, 경기 회복은 쉽지 않지만 임대료만은 떨어지지 않는 이상한 상황 속에서 외식업계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임소현 기자 shlim@newdailybiz.co.kr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뉴데일리 댓글 운영정책

자동차

크리에이티비티

금융·산업

IT·과학

오피니언

부동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