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증자 과정서 조현준 회장·조현상 총괄사장 역할 구체화금융계열사 효성캐피탈 정리는 숙제
  • ▲ 효성 마포 본사.ⓒ뉴데일리
    ▲ 효성 마포 본사.ⓒ뉴데일리
    효성이 지주회사 전환을 완성하기 위해 유상증자를 결정하면서 향후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유상증자를 거치면서 오너 일가가 지배력을 확대하는 동시에 소유 지분 구도에도 변화가 생길지 주목된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효성은 타법인 증권 취득을 위해 5975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효성티앤씨·효성중공업·효성첨단소재·효성화학의 주주들로부터 현물출자 신청을 받고, 그 대가로 주주들에게 (주)효성 신주를 발행·배정하는 방식이다.

    이제 관건은 효성이 오너 일가 지배력을 얼마 만큼 확대할 수 있을지에 달렸다. 업계에서는 효성이 유상증자를 통해 지주회사 요건을 충족하는 동시에 조현준 회장의 사업회사 지배력을 더욱 강화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지주회사가 유상증자를 할 경우, 일반 투자자는 큰 관심이 없는 반면 오너일가는 안정적인 지배구조를 위해 사업회사 지분을 내던지고 지주사 지분을 택한다. 때문에 유상증자는 오너 일가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도구로 알려져 왔다.

    주목해야 할 건 효성의 주가다. 주식을 맞교환 할 때 사업회사 주식을 시장 가격으로 평가한 뒤 그 값에 해당하는 지주회사 주식을 배정하기 때문에 사업회사의 주가가 높고, 지주회사의 주가가 낮을수록 오너 일가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효성 신주 발행가액은 청약일 전 과거 제3거래일부터 제5거래일까지(2018년 11월 21일~2018년 11월 23일)의 가중산술평균주가(기간동안 증권시장에서 거래된 해당 종목의 총 거래금액을 총 거래량으로 나눈 가격)로 결정된다. 향후 주가에 따라 발행 가격이 매겨진다는 뜻이다.

    현재 효성은 대규모 유상증자 소식에 장 초반 약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오전 9시 유가증권시장에서 효성은 전 거래일보다 4.73% 내린 4만250원에 거래됐다. 재상장 당일 시초가(7만9300원) 대비 49% 하락한 수치다.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효성 오너일가가 지배력을 높이는데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익명을 요청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보통 유상증자는 대주주가 갖고 있는 사업회사에 대한 지분을 불리기 위해 하는 것"이라며 "향후 지주회사의 주가에 따라 오너 일가와 사업회사 주주들의 입장이 달라 일반 주주들이 유상증자에 참여할 가능성은 적다"고 설명했다. 

    ◆소유 구도 재편에 따라 역할분담 구체화…계열분리 가능성 제기

    유상증자 과정에서 조현준 회장과 동생 조현상 총괄사장의 지분 구도가 어떻게 재편될지도 관심사다. 총수 일가가 지분을 맞바꾸는 과정에서 조 회장과 조 총괄사장의 역할분담이 구체화 될 것이란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통해 두 사람의 사업부문 경계가 뚜렷해지면, 향후 계열분리 시나리오도 예측해 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조 회장이 지배력 강화를 위해 사업회사들 지분을 효성 주식과 맞교환할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조 총괄사장의 결정에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다.

    조 사장이 산업자재와 화학 등 일부 사업부문을 독자적으로 이끌 구상이라면, 조 회장과 달리 이번에 효성 지분을 사업회사 지분과 맞교환할 필요가 없어진다.

    효성은 과거부터 승계 과정에서 계열분리를 겪어 왔다. 조석래 명예회장은 효성을 물려받을 때 조홍제 효성그룹 창업주로부터 효성물산, 동양나이론 등을 물려받고 차남 조양래 회장은 한국타이어를, 삼남 조욱래 회장은 대전피혁을 맡았다.

    지금 조 명예회장의 장남인 조 회장이 그룹의 중장기 전략과 섬유사업을 챙기고, 삼남인 조 사장은 산업자재 부문과 수입차, 화학사업 등을 담당하고 있는 점도 계열분리를 염두에 뒀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지주사 전환까지 또다른 숙제도 남아있다. 효성은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지주사 전환 후 2년 내에 금융계열사인 효성캐피탈을 정리해야 한다. 공정거래법상 지주사는 금융계열사 보유가 금지돼 있다. ㈜효성은 효성캐피탈의 97.2%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업계에서는 효성캐피탈 처분 방안으로 외부 매각을 가장 유력하게 거론하고 있다. 외부 매각 시 그동안 단점으로 지적됐던 높은 차입금 비중이 감소되면서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해석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