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물동량 증가한 반면 선복량 줄어들면서 벌크선 운임 상승중국의 철광석 수요 회복…국제유가 상승과 환경규제 영향 덜 받아
  • ▲ 현재 Vale사(社)와 철광석 장기운송계약을 수행 중인 팬오션의 'SEA FUJIYAMA'호. ⓒ팬오션
    ▲ 현재 Vale사(社)와 철광석 장기운송계약을 수행 중인 팬오션의 'SEA FUJIYAMA'호. ⓒ팬오션
    해운업계가 장기불황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는 가운데, 벌크업계가 나홀로 순항하고 있다. 원자재 물동량은 꾸준히 증가한 반면, 선복 증가 속도가 줄어들면서 운임이 상승한 덕분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철광석이나 석탄 등 원자재와 곡물을 실어나르는 선박인 벌크선의 업황 회복세가 지속되고 있다.

    벌크선 운임을 대표하는 발틱운임지수(BDI)는 2016년 290포인트로 사상 최저치를 찍었다가 현재 1500대 수준까지 반등하며 상승기류를 타고 있다. 현재 3분기 평균 BDI는 1607포인트로 전 분기 대비 27.5% 상승했다.

    운임이 상승한 배경은 물동량 증가 폭이 선박 증가 폭보다 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상반기까지 심각한 공급과잉으로 힘겨워하던 벌크선사들이 올해 들어 신조발주를 줄이자 벌크선 운임도 오른 것이다.

    주요 화물인 중국 철광석 수요 회복도 운임 상승을 이끌었다. 3분기 중국 조강생산량은 지난해 동기 대비 5.8% 증가한 2.42억톤을 기록했다. 중국은 세계 철광석 교역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만큼, 벌크선사 물동량에 큰 영향을 미친다.

    업계에서는 현재 운임 수준이 연말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제유가 상승과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 등 해운업계가 마주한 리스크에도 벌크선사들은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벌크선사들은 장기운송계약을 주로 하고 있다. 장기운송계약은 선박 운용과 관련된 각종 비용에 일정한 마진이 보장되는 구조로 유가가 갑자기 상승해도 다른 계약에 비해 영향을 덜 받는다.

    IMO의 황함유량 규제가 시행될 경우에도 운항 시 사용하는 유류 비용을 운항 후 정산하는 전용선 계약 특성상 매출 및 영업이익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벌크선사들은 장기운송계약이 대부분이라 유가 상승에 다른 선사들보다 유하게 대처할 수 있다"며 "전용선 계약인 경우, 화주 측에서 손해보는 비용을 감안해 주는 등 서로 맞출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국내 벌크선사들은 하반기 수익성에 기대를 걸고 있다. 팬오션은 하반기 매출 1조3930억원, 영업이익 1400억원을 낼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2017년 하반기보다 매출은 17.9%, 영업이익은 33.3% 늘어난 수치다.

    올해 말부터 브라질 광산기업 발레와 브라질 펄프·종이 생산기업 피브리아에 장기 운송계약을 맺은 전용선을 투입하기 시작하면 실적 개선 속도는 더욱 빨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대한해운 역시 3분기 예상 매출이 약 3496억원, 영업이익이 39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기간과 비교해 매출액은 12.7% 줄어든 반면 영업이익은 22.5% 늘어나 시장 기대에 부합한다는 평가다.

    내년 하반기부터 예정돼 있는 신규 전용선 도입으로 추가 성장도 기대되고 있다. 대한해운은 지난해 수주한 한국가스공사 LNG 운반선 2척과 대한상선이 따낸 남동발전 1척이 내년에 운항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박성봉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3분기 벌크선사들의 영업이익이 시장컨센서스에 부합할 전망"이라며 "중국의 동절기 감산 동안 고품위 철광석 수입 의존도 확대로 현재 운임수준이 연말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