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전쟁', '금리인상', '경기침체' 등 부동산 시장 이상 기류2018~19년 입주 물량만 '80만가구'… 벌써부터 '하우스푸어' 걱정
  • 한때 코스피 지수 2000선이 붕괴되며 2008년 10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주가 폭락을 재현하듯 이달 들어 10년 만에 월간 기준 최대 낙폭을 보이고 있다. 게다가 미·중 무역전쟁과 미국 금리인상 같은 대외 위험 요인에다 국내 경기침체 등이 이어지면서 부동산 시장에도 이상 기류가 흐른다.

    강남권을 중심으로 뜨겁던 집값 상승세가 꺾인 것은 물론 지방을 중심으로 미분양 물량이 증가하고 입주대란으로 인한 전셋값 하락이 이어지면서 '부동산 10년 주기설'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만일 경기 하강과 맞물릴 경우 시세가 폭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2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25일까지 서울의 아파트 매매거래량(신고일 기준)은 8712건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달 1만2390건에 비해 약 30% 정도 감소한 수치다. 정부의 '9·13부동산대책' 발표 이후 거래 절벽이 심화되는 모습이다. 

    거래감소뿐 아니라 가격 상승세도 주춤하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10월 4째 주(22일 기준)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0.01% 상승, 전세가격은 0.01% 하락했다. 매매가격은 7주 연속 상승폭이 줄고 있으며 서울 역시 0.03% 상승해 주춤하고 있다.

    게다가 지방을 중심으로 미분양 물량이 쌓이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9월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전월(6만2370가구) 대비 2.8%(1774가구) 감소한 총 6만596가구로 집계됐다. 감소세로 접어든 것은 다행이지만 최근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아 분양 물량이 크게 줄어든 탓이다.

    지난달 아파트 분양실적은 전국 1만9484가구로 전년 동월(2만5191가구) 대비 22.7% 감소했다. 최근 5년 평균(3만3386가구)에 비해서는 41.6%나 줄었다. 지난달 부동산 경기의 3대 지표인 주택 인허가·착공·분양이 최근 5년 평균 대비 40% 넘게 감소하며 부동산 경기가 악화되고 있다.

  • ◇부동산 10년 주기설이란

    이런 이유로 증시와 마찬가지로 '부동산 10년 주기설'이 다시 제기되면서 2008년 부동산 시장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10년 주기설은 10년을 기점으로 아파트값이 활황과 침체를 반복한다는 주장이다. 1998년 IMF 외환위기 이전까지만 해도 집값이 상승곡선을 그렸지만 경제위기 여파로 집값이 폭락했다. 청구, 우방, 건영 등 지방을 기반으로 한 굴지의 주택업체들이 잇따라 무너졌다. 

    이후 김대중정부가 경기부양책으로 부동산 규제를 대폭 풀면서 이듬해인 1999년부터 집값이 본격적으로 상승해 그해에만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후 참여정부 시절인 2006년 집값을 잡기 위해 종합부동산세 등 각종 부동산 규제가 쏟아졌지만 부동산 가격은 오히려 폭등했다.

    무섭게 치솟던 부동산 시장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또다시 폭락하기 시작했다. 당시 시장을 주도했던 월드건설, 우림건설 등이 워크아웃(기업 개선작업)에 들어갔다. '버블세븐'이라고 불리던 강남·서초·송파·목동·분당·평촌·용인 등의 아파트 가격이 고점 대비 절반 가까이 줄어들며 '반값세븐'으로 전락하기도 했다.
  • ◇2018년 부동산시장 전망은

    10년이 지난 지금 국내 부동산 시장을 둘러싼 경제 여건은 2008년과 비슷하다. 특히 부동산경기가 살아나기 시작한 2014~2016년 공급과잉에 따른 '입주대란'이 우려되고 있다. 올해와 내년 아파트 입주 물량만 80만가구에 달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전 2007년(31만가구), 2008년(32만가구)보다도 훨씬 많다. 여기에 다가구·다세대주택과 오피스텔  입주 물량까지 더하면 실제 입주 물량은 이보다 훨씬 늘어난다. 

    글로벌 경제상황도 좋지 않다. 미·중 무역갈등에 따른 성장·교역 둔화, 미국의 금리인상 등이 경기침체로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시중은행 대출금리가 오를 경우 대출받아 집을 산 사람들의 이자 부담이 커지면 2008년 이후 제기된 '하우스푸어' 문제가 또다시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10년 주기설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1998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처럼 대형 악재가 있어야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는 것이다. 또 인구는 줄고 있지만 1인 가구 증가로 가구 수는 더 늘어나고 있는 것도 변수다.

    업계 한 전문가는 "주택 공급이 계속 늘어나는 상황에서 인구가 감소하면 부동산 투자 수요가 줄어 자연스레 집값은 떨어질 수밖에 없지만 최근 부동산시장은 다른 궤적을 그리고 있다"면서 "다만 채권 금리 상승과 글로벌 증시 하락 등 유동성의 불안한 흐름은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