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천억 규모 회사채 발행시 '원금+이자' 매년 120억가입자 감소세 속 케이블 결합 상품 시너지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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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KT가 자회사인 KT스카이라이프를 통해 딜라이브 인수전에 나선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스카이라이프 일부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가입자가 점점 떨어지고 있는 케이블과의 시너지가 모호할 뿐 아니라, 인수자금을 KT스카이라이프 측에서 모두 부담해야 하는데 그렇기엔 회사 재원이 충분치 못해 회사채 등으로 원금과 더불어 매년 120억원 가량의 이자를 내야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딜라이브 인수를 통해 더 많은 이익을 얻는 건 KT인 만큼, 거대 공룡 탄생을 꺼려하는 공정거래위원회의 합병 심사 선례를 의식해 자회사인 스카이라이프를 내세우기보단 KT가 직접 인수전에 나서는게 더 보기좋은 그림이 아니겠냐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스카이라이프는 최근 딜라이브 측에 인수 의향이 있음을 통보했고 현재 실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스카이라이프 측은 실사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나, 유료방송 업계에선 이미 해당 실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에따라 스카이라이프 내부적으로 딜라이브 인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조금씩 터져나오고 있다.

    업계는 8000억원 내외에서 딜라이브 인수가가 결정이 될 것으로 보고 있는데, KT가 아닌 스카이라이프가 그 부담을 충당하기엔 회사 재원이 충분치 못해 인수 이후 '고난의 행군'이 이어지는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실제 KT스카이라이프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2016년)대비 20% 감소한 780억원으로, 수익률이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지난달 30일 발표된 3분기 영업이익은 89억원으로 전년대비 34.6%나 감소하기도 했다. 때문에 증권업계에선 스카이라이프가 인수를 위해 회사채를 발행할 수 밖에 없으며, 3000억~4000억 정도의 회사채를 발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스카이라이프의 신용도를 고려해 볼 때 3%의 이자율이 들 것으로 예측되, 회사채를 최대 4000억원으로 잡았을시 원금을 포함, 대략 매년 120억원 가량의 이자가 발생한다는 분석이다. 더욱이 금리에 따라 이자율이 올라갈 수도 있는 만큼, 그 비용 부담은 더 커질 것이란 설명이다.

    아울러 인수가와 회사채 발행에 따른 이자 대비 규모의 경제 측면에서 이익이 창출되야 하는데, 그만큼의 시너지가 나올지 의문이 든다는 주장이다.

    딜라이브가 상장회사면 주식가격이 오르는 부분에서 이익이 생길 것이나 상장회사가 아닐 뿐더러, 가입자가 점점 떨어지고 있는 케이블과의 시너지가 모호하다는 이유에서다.

    업계는 스카이라이프의 딜라이브 인수시 위성방송(무선)과 케이블(유선)의 결합상품이 나올 것을 보고 있다. 같은 실시간 방송을 제공하고 있는 사업자끼리 결합상품을 구성하는 것에 의구심을 품고 있는 모습이다.

    더나아가 VOD에 강점을 보이고 있는 스카이라이프가 딜라이브 실시간 방송에 VOD를 껴넣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마저도 이익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딜라이브 가입자가 현재 200만 정도로 알려져 있는데, 그 중 인터넷이 연결되야 VOD를 볼 수 있는 만큼, 지난해 말 기준 딜라이브 가입자 중 인터넷도 함께 가입한 고객이 51.5만, 전체 가입자에 4분의 1 밖에 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뿐만 아니라 딜라이브의 가입자 유지율이 불안하다는 이유도 들고 있다.

    딜라이브는 16개의 방송 권역을 가지고 있다. 그 중 12개는 서울에 있고, 4개가 경기북부에 있다. 때문에 전체적으로 고소득층이 몰려있는 수도권 가입자가 대부분이고, 200만 중에 166만이 QAM(디지털전송방송)으로 셋탑박스를 보유한 고가 상품 가입자여서, 장기적 시점에서 가입자들이 언제든 다른 회사 가입자로 갈아탈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다.

    QAM이란 디지털 신호를 전송하는 방식의 하나다. 우리나라의 케이블TV는 이 방식으로 디지털 방송 전송을 하고 있다. QAM 방송을 보기 위해서는 지역케이블방송사업자(SO)가 제공하는 상품에 가입해 셋톱박스를 달아야 한다. QAM 신호는 암호화되어 있어 암호를 풀어야 하는데 이 역할을 셋톱박스가 하고 있다.

    인수를 통해 스카이라이프가 얻을 수 있는 이익은 미비한 배당금 밖에 없다는 것도 문제다. 업계는 딜라이브가 매년 260억원 정도의 당기순이익이 나오는데 배당성향이 많아야 40% 정도를 예상하고 있다. 이렇게되면 대략 90억정도의 돈이 배당되는 건데, 이외엔 얻어낼 수 있는 이익이 거의 없다는 주장이다.

    배당성향은 회사가 당기순이익 중 얼마를 주주에게 배당금으로 돌려주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당기 사업연도의 총배당금을 당기순이익으로 나누어 산출한다.

    마지막으로 업계는 스카이라이프가 인수한 딜라이브 가입자들이 스카이라이프가 아닌 KT로의 전환이 될까 우려하고 있다.

    최근 '스카이라이프와 KT의 복합상품'인 OTS(채널은 스카이라이프, VOD는 KT) 가입자의 KT IPTV 서비스 OTV(Olleh TV) 상품으로의 전환도 일부 발생하고 있다.

    업계에선 'KT가 스카이라이프 가입자를 퍼갔다'라는 말이 나오고 있는데, 딜라이브 인수 후 이 같은 사례가 또 일어날까 노심초사하고 있는 분위기다.

    업계 한 관계자는 "스카이라이프의 딜라이브 인수에 대한 시너지가 충분히 소명이 되고, 이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 이후에 인수가 진행되야 할 것"이라며 "그렇지 않고 인수를 진행한다면, 케이블에 이어 국내 유일 위성사업자인 스카이라이프도 재정난에 허덕이며 미디어 생태계가 더욱 어려워 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딜라이브의 인수를 통해 더 많은 이익을 얻는 것은 KT인데, KT가 자기의 돈으로 딜라이브를 인수하는 것이 깔끔하고 그림이 좋아보인다"며 "KT는 가입자를 늘리기 위한 잠재적 시장군으로 스카이라이프를 이용해선 안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