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증권부 차진형 기자
    ▲ 금융증권부 차진형 기자

    우리은행 이사회가 회장 선임에 대한 논의를 지주사 승인 뒤로 미뤘지만 여전히 논란의 불씨가 남아 있다.

    회장 후보로 문재인 대선캠프 출신 인사들의 이름이 계속 오르내리고 있는 것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특정인을 위한 자리가 아니다”라고 강조했지만 우리은행의 지분 구조 상 정부의 입장을 무시하긴 힘들다.

    이 때문에 우리은행 이사회 내에서도 회장 겸직과 분리를 놓고 고민이 많다. 현재까지 이사회 내 의견은 반반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렇다면 다음달 초 이사회를 앞두고 먼저 생각해봐야 할 문제는 누구를 뽑느냐보다 분리와 겸직 중에 실익이 있느냐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최근 5년 사이 회장·은행장을 겸직했다가 분리한 곳은 KB금융지주를 비롯해 지방금융지주회사다.

    이들 모두 은행의 이익기여도가 80%를 넘어 초반에 회장과 은행장을 겸임해 왔다.

    이후 은행이 안정권에 진입한 이후 회장과 은행장을 분리하며 현재는 비은행 부문 강화를 위해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서도 M&A를 적극 추진 중이다.

    KB금융 윤종규 회장은 현대증권·LIG손보 인수를, JB금융 김한 회장은 광주은행·우리캐피탈 등을 인수하며 몸집을 불렸다.

    공격적인 M&A를 추진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은행이 안정적 수익을 뒷받침해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두 회사는 현재 비은행 실적이 크게 향상돼 지주 전체 실적도 큰 폭으로 개선됐다.

    업계에서도 두 회사의 지배구조 변화 과정을 성공적인 사례로 평가하고 있다. 회장과 은행장이 겸직 체제로 출발했지만 ‘선 조직안정, 후 M&A 전략’이 가장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토대가 됐다는 것이다.

    회장·은행장을 겸직했을 때 우려되는 부문은 회장의 ‘제왕적 권위’다. 금융당국 역시 이 부분을 강하게 걱정하는 부문이다.

    하지만 이 문제는 지주회사 지배구조 규정에 명확하게 명시하면 충분히 해결 가능하다. 각 금융지주회사는 회장이 이사회 내 임원추천위원회에 간섭할 수 없도록 배제하고 회장의 임기도 장기집권 할 수 없도록 ‘나이 제한’을 걸어뒀다.

    KB금융과 하나금융은 70세, 신한금융은 67세로 회장의 연령 규정을 못 박았다.

    일각에선 ‘회장·은행장의 겸직이냐 분리’보다 지주사 핵심 계열사인 은행의 민심을 잡아야 한다는 말도 있다. 아무리 경영능력이 뛰어나도 은행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하면 계속 잡음이 흘러나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JB금융지주 김한 회장 역시 현역 시절을 대부분 증권업에 종사해 왔다. 은행권에 발을 디딛 것도 2008년 KB금융지주 사외이사를 맡으면서다.

    2010년 전북은행장에 오른 뒤 JB금융지주 회장까지 겸임했지만 광주은행 인수 뒤에는 전북은행장을 후임에게 물려주고 광주은행장을 맡으며 민심을 헤아렸다. 현재는 광주은행장까지 후임자에게 물려주며 잡음 없이 안정적 궤도에 올려놨다.

    반면 DGB금융은 새로운 회장이 선임됐지만 대구은행의 민심이 어지럽다. 은행장 선임이 7개월째 미뤄지면서 지주, 은행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진 상황이다.

    사태 수습을 위해 지주회사가 계열사 최고경영자 후보추천위원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배구조를 규정했지만 은행 이사회가 이를 반대하고 있다. 대구은행 지점장으로 구성된 신규 노동조합도 김태오 회장의 인사개입을 비난하며 쉽게 진정될 기미가 없다.

    업계 관계자는 “은행의 이익기여도가 높다 보니 사외이사, 임원들의 요구가 높을 수밖에 없다”라며 “결국 회장의 역할은 누가 빠르게 조직안정을 가져갈 수 있느냐부터 해결해야 경영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