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수출 '잭팟' 만들어낸 오픈이노베이션

[취재수첩] 제약 패러다임 변화...유한양행 '오픈이노베이션' 성과

이정희 사장 취임 이후 바이오벤처 투자 적극… 파이프라인 확대
유망 후보물질 발굴에 집중… 면역항암제 등 기술수출 다시 기대

손정은 기자 프로필보기 | 2018-11-07 17:2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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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양행 본사. ⓒ유한양행


제약업계에 2015년은 기념비적인 해로 기억돼 있다. 한미약품이 글로벌 제약사인 베링거인겔하임, 사노피, 얀센 등에 잇따라 신약 후보물질을 기술수출하며 '잭팟'을 터뜨렸기 때문이다.

한미약품 기술수출은 당시 주가가 8배 가량 뛰었다는 점에서도 볼 수 있듯 기대감을 상승시켰고, 제약업계 종사자들에게 '우리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의 물꼬를 텄다.

누군가는 무모하다고 여겼던 한미약품 임성기 회장의 고집스런 R&D투자가 글로벌 신약 불모지인 한국을 재평가하게 만든 전환점이 된 셈이다.

국내 시장에서 복제약(제네릭) 경쟁에만 몰두하던 제약사들은 안목을 넓히기 시작했고, 이 시기를 기점으로 글로벌 시장 진출이 업계 화두로 자리잡았다. 사실상 한미약품의 성과가 업계 전반의 패러다임을 바꾼 것이다.

2018년은 유한양행에 의한 제약업계 패러다임 전환기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시장 진출의 전략으로 지속적으로 언급돼 오던 '오픈이노베이션'의 성과를 제대로 보여줬기 때문이다.

유한양행의 폐암 신약 후보물질 '레이저티닙'이 얀센과 1조 4000억원의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한 것은 그 규모만으로도 놀라운 성과지만, 결실을 이끌어온 과정도 주목할만하다.

레이저티닙은 2015년 유한양행이 오스코텍의 미국 자회사 제노스코에 15억원을 주고 사들인 물질이다. 당시만 해도 15억원 가치의 물질이 글로벌 신약이 될 것이라는 가능성을 눈여겨본 이들은 거의 없었다.

오히려 유한양행이 바이오벤처에 투자하고 유망한 후보물질들을 공격적으로 파이프라인에 흡수시키는 전략은 낯설게까지 여겨졌다.

유한양행이 변환점을 맞은 것은 현재의 이정희 사장 취임 이후부터다. 이정희 사장 취임 후인 2015년부터 유한양행은 바이오벤처 투자를 강화하는 행보를 보였다. 레이저티닙을 사들인 것도 이때다.

이전까지 유한양행은 R&D투자 비중이 매출의 5%대 수준에 그쳤다. 한미약품이 매출의 20% 정도를 투자하는 것에 비교하면 업계 1위 제약사 명성답지 않은 수준이다.

유한양행은 상위제약사 가운데도 R&D투자 비중이 낮고 글로벌 제약사의 판매를 대행하는 도입신약 등 상품비중이 업계 최고수준으로 높았다. 외형만 부풀린다는 한계점을 지적받아온 이유다.

이정희 사장 취임 이후 본격적인 체질개선에 나선 유한양행은 최근 3년간 신약 후보물질을 가진 바이오 벤처에 약 2000억원을 투자했다.

전략은 단순하고 명확했다. 한미약품처럼 다양한 분야의 자체 개발 파이프라인을 갖추기에는 늦었다는 판단이었고, 유망한 후보물질을 찾아 자체 기술력을 더해 성공가능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유한양행은 2015년 초 9개에 불과했던 파이프라인을 현재 24개까지 늘렸다. 이 가운데 절반이상은 외부에서 가져온 것이다.

유한양행은 특히 항암제 분야에 적극 투자하고 있는데 레이저티닙 외에도 면역항암제 파이프라인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이 가운데 제2의 레이저티닙이 나올 가능성은 충분히 열려있다.

스스로의 한계를 명확하게 평가하고 무엇을 잘 할 수 있는지를 선택하는 일은 말처럼 쉽지 않다. 유한양행은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새로운 길을 택했고 결과는 적중했다. 유한양행의 성과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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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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