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치료제 ‘레이저티닙’ 내년말 국내 조건부 허가 예정영업망 네트워크‧탄탄한 캐시카우로 안정적인 수익 강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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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한양행이 1조4000억원 규모의 신약 기술수출의 쾌거를 이루며 최근 가장 ‘주목받는 종목’으로 떠올랐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유한양행은 지난 5일 글로벌 제약사 얀센과 최대 12억5500만달러(한화 약 1조3805억원)의 폐암치료제 ‘레이저티닙(YH25448)’에 대한 기술수출 계약을 성사시켰다고 공시했다.

    국내 제약업계에서는 지난 2015년 한미약품이 사노피와 맺은 당뇨신약 ‘퀀텀프로젝트’(3조6000억원)에 이어 두 번째 규모다.

    계약에 따라 유한양행은 얀센으로부터 계약금 5000만달러(560억원)을 받은 뒤 향후 레이저티닙 임상 결과와 허가, 상업화 성과에 따라 나머지 계약금을 단계별(마일스톤)로 받는다. 여기에 상업화 성공시 순매출 규모에 따른 10%의 경상기술료도 지급된다.

    계약금 5000만달러에 대한 반환의무는 없지만 기술수출금액 및 로열티의 40%는 원개발사인 오스코텍과 제노스코에 배분 지급토록 계약했다.

    증권가에 따르면 레이저티닙은 빠르면 2021년경 상업화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현재 국내서 진행 중인 비소세포폐암 임상 1/2상이 연내 완료될 예정이며 임상 2b상의 추가진행 후 내년 말경 국내에서 조건부 허가가 내려질 수 있다. 

    강양구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내년 중 국내 시장에 출시될 경우 항암제 특성상 50% 이상의 높은 마진 확보를 기대할 수 있다”며 “임상을 차질없이 진행한다면 첫해 매출이 약 200억원 이상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성과는 앞서 지난 3분기 유한양행이 시장 기대치를 밑도는 ‘어닝 쇼크’ 직후에 일어난 만큼 시장에는 더욱 크게 다가오고 있다. 앞서 유한양행은 3분기 매출액 3756억원, 영업이익 4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3%, 77.3% 각각 감소했다. 당기순이익도 38억원에 불과해 75.1% 줄었다.

    회사 측은 R&D 비용 증가와 수출 감소를 원인으로 설명했지만 증권가는 일제히 유한양행의 목표가를 내렸다. 그러나 실적 발표를 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기술수출건이 발표되면서 재차 목표가는 크게 올랐다. 

    사실 유한양행은 국내 제약사 중 매출 규모 기준으로 1위를 고수해 왔다. 하지만 매출규모에 비해 상품매출(타 제약사 약 도입판매)의 비중이 높고 신약 개발을 위해 투여되는 연구개발(R&D) 비중이 낮다는 지적을 늘 받아 왔다.

    공시에 따르면 유한양행의 상품매출 비중은 2011년 이후 7년 넘게 과반을 훌쩍 넘어 왔다. 지난해에는 73.7%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에 유한양행은 최근 몇 년간 수익성 하락을 감수하면서도 R&D 투자를 확대했다. 실제 유한양행의 매출액 대비 R&D 투자비중은 2014년 5.7%에서 2017년 6.9%까지 꾸준히 늘어 왔다. 

    이번 기술수출 ‘잭팟’으로 유한양행은 시장의 여러 우려를 단번에 불식시키게 됐다.

    오랜 업력과 영업망 네트워크로 갖춰진 탄탄한 ‘캐시카우’로 수익성이 안정적이면서도 신약개발이나 신사업 등에서도 성과를 내기 시작하는 단계이니만큼 향후 성장성이 높음을 시사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한편, 이번 유한양행의 성과는 대내외적 악재로 조정기를 맞았던 제약‧바이오주의 부흥을 다시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수익성 높은 항암신약의 상업화를 눈앞에 두고 있는 제약사가 다수 있는 것도 고무적이다.

    일례로 한미약품은 미국 FDA에 항암신약 '롤론티스'와 폐암치료제 '포지오티닙'의 허가를 연내 신청할 예정이다. 신라젠은 글로벌 임상3상 중에 있는 항암제 '펙사벡'의 상업화 시점을 눈앞에 두고 있다.

    제넥신은 면역항암제 '하이루킨-7'의 병용투여 요법 임상에 대한 미국 FDA의 승인을 받았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어려운 시장 상황에서도 유한양행의 쾌거로 인해 업계가 전반적으로 힘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