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은행 이사회와 의견 조율 진행 중'7개월째 공백' 은행장 선임 해 넘기나
  • ▲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 ⓒDGB금융지주
    ▲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 ⓒDGB금융지주
    취임 반년째를 맞이한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이 지배구조로 번진 내부갈등 진화에 나섰다.

    7일 업계에 따르면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은 지주 및 은행 이사회와 지배구조 선진화 제도와 관련 세부내용을 조율·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은행장 선임 절차도 지배구조 갈등이 일단락되면 진행된다.

    현재 은행장 공백은 7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주된 이유는 내부 갈등 구조 탓인데, 최근 지주사가 새롭게 바꾼 지배구조로 갈등의 골은 더 깊어졌다.

    최근 개정한 지배구조는 은행 이사회와 노동조합의 큰 반발을 사고 있다. 김 회장은 지배구조를 선진화하겠다며 CEO 추천권을 일원화하도록 관련 규정을 변경했다. CEO 자격요건도 대폭 강화했다.

    은행장 선임에 대해서는 은행 이사회 권한인 선임권을 지주가 가지되, 은행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기로 했으나 반발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노조는 은행장 자격요건의 경우 현실적으로 충족하는 후보가 없어 지주 회장이 은행장을 겸직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조성한 것 아니냐고 지적하고 있다. 이는 사실상 외부 인사 수혈을 위한 인선 기준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그동안 은행장이 되려면 금융회사 경력 20년 이상이면 됐지만, 앞으로는 금융회사 임원 경력이 5년은 돼야 한다. 여기에 등기임원 경험, 마케팅 및 경영관리 임원 경험, 은행 외 타 금융사 임원 경험 등도 따진다.

    현재 내부에서 이 조건에 해당하는 임원은 김태오 회장뿐이다. 박명흠 직무대행은 12월이 돼야 임원 경력 4년을 채운다. 

    퇴임한 임원들까지 시야를 넓혀도 대부분 재판을 받고 있어 어렵다. 지난해부터 벌어진 비자금 조성, 채용비리, 수성구청 펀드 손실금 보전 등 문제와 관련된 재판이 진행 중인 부분도 최고경영자 선임의 걸림돌이다.

    일각에서는 대구은행의 고질병인 학연, 지연 연결고리도 문제라는 시각이 크다. 경북고 라인과 대구상고 또는 영남대 출신의 계파 갈등 속에서 김 회장이 영향력을 높이기 위해 차기 행장 선임을 미루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DGB금융은 김 회장의 은행장 겸임설과 낙하산 인사설까지 돌며 저항기류가 확산되자 은행장 자격요건 완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이렇듯 이사회 갈등이 어떻게 해소되느냐에 따라 CEO 선임 절차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는 차기 은행장 선출이 내년으로 넘어갈 가능성도 있다. 

    박명흠 직무대행 임기는 오는 12월 26일 끝난다. 올해 은행장 선임 절차가 개시되지 않으면 박명흠 대행이 또 연임돼 대행 체제가 이어질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새로운 후보를 직무대행으로 뽑기에는 리스크가 크다.

    만약 이달과 내달 선임 절차가 개시될 경우 은행장 후보 검증 절차가 최소 3개월에서 6개월까지 대폭 강화됨에 따라 공식 선임은 내년으로 넘어가게 된다. 

    여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실적도 하락곡선이다. 그룹의 3분기 누적 순이익은 2786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 증가했지만 3분기 개별(861억원)로 보면 전년 동기 대비 8.2%, 2분기 대비 22.5% 감소했다. 

    순익 기여도에 90%이상을 차지하는 대구은행뿐만 아니라 비은행 계열사도 고전했다. 총자산도 3분기(69조원)에 70조원 돌파를 예상했으나 2분기보다 오히려 8064억원 감소했다. 

    김태오 회장이 취임한 이후 인적 쇄신과 신뢰회복 의지를 공고히 했지만 반년의 레이스는 아쉬운 성적이다. 이런 분위기는 실적까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