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계 "아직 회복세 아냐" vs 철강업계 "더 이상 봐줄 수 없어"

[취재수첩] 후판값 놓고 서로 힘들다는 조선-철강업계, 동업자 정신이 필요하다

엄주연 기자 프로필보기 | 2018-11-09 11:3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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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조선업계는 여전히 보릿고개를 넘고 있는데, 최근 2년 간 후판 가격은 20만원 상승했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철강업계의 후판값 인상 움직임에 대해 한탄 섞인 목소리로 이같이 말했다. 철강업계는 대내외 악재에도 회복세를 이어가는 반면, 조선업계는 아직까지도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 다시 조선업계에 후판 가격 인상이라는 악재가 서서히 드리우고 있다. 업계 곳곳에서는 이미 추가 가격 인상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아직 시기와 인상 폭은 알 수 없지만, 조선업계는 "차라리 결론이 나지 않고 답보 상태로 몇 년 가기를 바란다"며 두려움에 떨고 있다.

오랜 불황 끝에 이제서야 기지개를 켜기 시작한 조선업계에 후판값 인상은 직격탄이나 다름없다. 후판은 선박 건조에 쓰이는 두께 6mm 이상의 두꺼운 판재류다. 선박 건조 비용의 약 20%를 차지하는 만큼 조선사들은 후판가격에 민감하다.

조선업계에서 후판값 인상이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는 건 고정불변이다. 선박이 건조되는 데 1~2년의 시간이 걸리는데, 후판 가격이 인상되면 상승분만큼 손해를 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후판의 가격을 결정하는 협상은 보통 업체별로 반기마다 실시된다. 철강업계는 이미 올해 상반기와 하반기에 한차례씩 조선용 후판 가격이 인상됐지만, 여기에 추가 인상을 검토 중인 것이다.

이유는 조선사들의 수주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데다 원재료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철강업계 역시 조선업계의 어려운 사정은 이해하지만, 후판값 인상은 수익성 확보를 위한 차원이 아니라 '정상화'로 가는 길이라고 한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저희도 더이상은 버티기 힘들다"며 "지금까지 적자가 낸 게 하루 이틀 얘기가 아니었다. 재료값이 올라가면 제품값이 올라가는 게 정상"이라고 설명했다.

조선업계 사정은 어떨까. 회복은 커녕 아직까지도 적자에서 허덕이고 있다. 이번 3분기도 국내 조선 3사 가운데 대우조선해양을 뺀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의 조선 부문 성적표는 암울하기만 하다.

조선업계 관계자들은 최근 선박 수주 소식에도 "업황 회복은 멀었다, 아직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입버릇처럼 얘기한다. 신중함의 표현이라고 생각해도 희망 섞인 말은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다는 것 또한 사실이다.

조선해양플랜트협회도 나서서 "후판 가격 인상은 조선업 생존에 위협"이라며 후판 가격 인상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하는 상황이다. 협회는 "연속적으로 후판가격이 인상된다면 조선업계의 회생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라고 주장한다.

철강업계는 2007~2008년 조선업이 호황일 당시, 후판 공급난이 지속되는 상황에서도 후판 가격 인상을 자제하고 국내 조선업체와 상생을 도모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현재 상대적으로 더 힘든 건 조선업계다. 그 잘 나가던 때도 힘을 모았다면, 지금 서로 힘든 상황에서도 돕고 사는게 맞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동업자 정신이 필요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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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엄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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