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매주 노선별 실적 보고 통해 고강도 혁신 추진 계획유창근 사장, 채권단 눈높이에 맞춘 혁신안 내놓을지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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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상선이 정부로부터 1조원을 수혈받고 부활의 움직임을 보이는 듯 했으나 다시 위기에 직면했다. 산업은행이 현대상선에 고강도 경영혁신을 주문하면서 경영 정상화 부진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어서다. 산은의 책임 회피인지 현대상선 임직원들의 모럴 해저드인지 논란이 예상돤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현대상선에 대한 산업은행의 압박 강도가 거세지고 있다.

    대규모 공적 자금 투입을 앞두고 비판의 목소리를 미리 잠재우기 위한 측면도 있지만, 이미 2조원의 정부 지원금이 투입됐음에도 현대상선의 실적 개선이 이뤄지지 않은 데 대한 질타로 해석된다.

    산업은행은 매주 노선별 실적 보고를 통해 현대상선의 고강도 혁신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지난 8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기자간담회를 열고 "현대상선에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가 만연해 있고, 혁신 마인드가 실종됐다"며 "안일한 임직원은 즉시 퇴출시킬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곧바로 현 경영진을 겨냥한 건 아니라고 선을 그었지만, 해운업계에서 보는 시각은 다르다. 이 회장이 직접 현 경영진에 경고성 메시지를 전한 만큼, 유창근 사장을 비롯한 현대상선에 강도 높은 경영혁신을 요구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사실 오래 전부터 업계 일각에서는 회생이 어려운 현대상선 지원을 두고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것이란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하나밖에 남지 않은 국적선사를 살리기 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였고, 현대상선의 경영정상화 의지도 절실함이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실제로 현대상선은 이번 3분기에도 적자가 확실시되면서 14분기 연속 적자행진을 이어갈 전망이다. 지난 2분기 영업손실은 1998억원으로 지난해 2분기와 비교해 규모가 70억원이나 늘어났다. 저운임·고유가에 글로벌 선사들의 경쟁까지 과열되면서 내년에도 상황은 더 개선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의 압박에 유 사장의 부담감도 커지고 있다. 현대상선은 올 3월 주총에서 임원 퇴직금 규모를 줄이고 사내·외 이사 보수한도도 기존 25억원에서 20억원으로 20% 축소했다. 임직원들의 임금도 2010년부터 8년째 동결된 상태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여전히 회사 사정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이제 결정은 유 사장에게 달렸다. 산업은행이 강도 높은 경영혁신안을 주문한 만큼, 유 사장도 어떤 식으로든지 채권단의 눈높이에 맞춘 혁신안을 내놔야 하기 때문이다. 유 사장은 지난 2014년 3월 현대상선을 떠난 지 2년 반 만에 구원투수로 투입됐다. 지난 3월 재신임을 받아 2021년 3월까지 임기가 남아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채권단이 모든 책임을 현대상선 경영진에게 돌리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도 나온다. 해운업계 전반에 불황이 지속되면서 전 세계 해운사가 모두 힘든 상황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경영진을 교체하더라도 마땅한 적임자가 없다는 것도 문제다. 지금 상황에서는 현 경영진을 우선 믿고 기다리는 게 낫다는 의견도 있다. 

    때문에 산업은행의 이같은 압박은 현대상선 경영 정상화 책임에서 벗어나기 위한 수단이라는 지적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현대상선에 경영 정상화 부진에 대한 책임에서 벗어나고자 먼저 발을 빼는 것으로 보인다"며 "책임은 현대상선에 돌리고, 앞으로 한국해양진흥공사 주도로 지원에 나설 생각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현대상선은 이와 관련 공식적인 답변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