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기 경제팀 출범에도 기대보다 우려 가득경제정책 변화없어 기업들 보수적으로 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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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내년 사업계획을 세우는 데 어려움이 많습니다. 예년보다 일정이 늦어질 것 같습니다.”

    15일 재계에 따르면 국내 대기업들은 내년 사업계획 수립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재계에서는 문재인 정부 2기 경제팀 출범에 대해 낙담하는 분위기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내정자와 김수현 신임 청와대 정책실장에 대한 기대보다 우려가 큰 상황이다.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라는 3대 경제정책 기조를 그대로 유지한다는 방침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올해 경제상황이 어려워진 것을 보고도 기존 정책을 유지한다고 하니 답답할 따름이다”며 “사람이 바뀐다고 될 문제가 아니라 경제정책이 수정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대기업들은 내년 사업계획 수립에 어려움이 많다.

    통상적으로 10월~11월 사이에 각 계열사별로 사업계획 초안이 작성되고, 11월~12월에는 수정이 여러차례 이뤄지면서 최종안이 마무리된다.

    하지만 내년 경기전망이 어둡고 불확실성도 확대되면서 사업계획 수립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경제성장률이나 국제유가, 환율 등의 지표가 예측이 안되기 때문이다. 내년 1월은 돼야 대기업들의 사업계획 윤곽이 나올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현대차는 올해 실적부진 여파로 내년에는 허리띠를 바쫙 졸라 맬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미중 무역전쟁 여파로 수출시장에서의 어려움이 예상되면서 이에 대한 대비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미국의 무역확장법 232조 시행 여부 등에 따라 관세 폭탄을 맞을 수도 있어 미국시장이 관건이다. 결국 현대차는 내년에 '생존'이라는 절박한 키워드를 앞세울 가능성이 커 보인다.

    현대차 관계자는 “불확실성이 많기 때문에 실무 부서에서 여러가지 고민이 많을 것”이라며 “아직 내년 사업계획의 윤곽이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SK도 아직 내년 사업계획의 밑그림을 그리기에는 시간이 이르다는 입장이다. 무엇보다 SK그룹은 '따로 또 같이'이라는 경영이념이 있기에 계열사별 독립경영을 강조, 그룹 차원의 사업계획을 규정 짓기 어렵다. 다만 최태원 회장이 지난해부터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사회적가치 창출 같은 큰 그림 속에서 내년에도 이를 본격적으로 구현하는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SK 관계자는 “각 계열사별로 현안이 다르기 때문에 사업계획을 보수적으로 할지, 공격적으로 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롯데도 내년 사업계획 수립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롯데는 중국의 사드보복 여파로 아직 중국시장에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호텔롯데 상장과 롯데카드 등 금융 계열사 지분 정리 등 지주사 전환 마무리도 남아 있다. 특히 신동빈 회장에 대한 대법원 판결도 마지막 변수로 꼽힌다.

    롯데 관계자는 “악재 및 변수가 많아서 사업계획 수립에 고충이 많다”며 “고용과 투자에 대한 약속은 차질없이 이행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최근 롯데는 향후 5년간 50조원 투자와 7만명 고용을 약속했다.

    한화는 시나리오별 대응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내년 경제여건을 정확하게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시나리오별로 A안, B안, C안 같은 상황별 대응전략을 짜고 있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방산 부문과 태양광 부문에 좀더 중점을 둘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 관계자는 “전사적으로 사업계획 수립에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효성도 사업부별로 작년 베이스를 기초로 사업계획을 수립하고 있지만, 환율이나 국제유가 등의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기본적으로 내년 경제상황이 올해보다 어렵다는 것을 전제로 고심하고 있다.

    효성 관계자는 “아시아 수출 비중이 가장 높지만, 미중 무역전쟁 영향도 크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전망이 어려워 내년 사업계획 수립이 늦어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