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역사 '북미 모바일 판매 전진기지', 역사 속으로 사라져가전 판매법인에 흡수… 쪼그라든 스마트폰사업 효율화 등 체질개선 정조준
  • LG전자가 14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오고 있는 MC(Mobile communication)사업 흑자전환을 위해 효율화 작업에 강도를 높이고 있다. 미국에 따로 두고 있던 모바일 판매법인을 미국 판매법인에 흡수해 운영키로 했다. 2020년 흑자전환을 선언한 LG전자 MC사업본부가 한시라도 턴어라운드 시점을 앞당기기 위해 고육지책에 나섰다는 평가다.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LG전자는 지난 3분기에 미국 모바일 판매법인(LG Electronics Mobilecomm U.S.A., Inc.)을 미국 판매법인(LG Electronics U.S.A., Inc.)에 합병시켰다. LG전자는 미국에서 가전과 모바일 판매법인을 각각 두고 있었지만 이번에 통합해 운영하게 됐다.

    미국시장을 중심으로 20년 넘게 북미 스마트폰 판매의 전진기지 역할을 했던 모바일 판매법인은 이번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LG전자의 모바일 사업 태동부터 '싸이언'으로 대표되는 황금기를 모두 거쳤던 미국 모바일 판매법인은 최근 MC사업의 부진의 여파를 넘기지 못하고 통합 수순을 밟았다.

    LG전자 미국 모바일 판매법인은 MC사업부와 마찬가지로 최근 실적 감소를 피할 수 없었다. 무거운 마케팅 비용 탓에 이익률이 높지는 않았지만 매해 흑자를 기록해왔지만 최근 2~3년 사이 성장이 멈췄고 지난 상반기 기준으로 간신히 적자를 면하는 수준의 실적을 내며 최종적으로 합병이 결정된 것으로 보인다. 상반기 모바일 판매법인의 매출액은 2조 원을 넘었지만 순손익은 17억 원에 불과했다.

    모바일 판매법인보다 훨씬 더 마케팅 비용 부담이 큰 가전 판매법인의 실적이 부진한 것도 두 법인의 통합 이유 중 하나로 거론된다. 가전 판매법인은 지난 3분기 기준으로 매출액은 6조 4000억 원에 가까운 큰 법인이지만 2000억 원이 넘는 순손실을 기록하며 이익을 내기에는 버거운 모습을 나타냈다.

    미국 가전 판매법인의 적자는 2년 전부터 이어졌다. 3년 전인 2015년만 해도 7조 원에 가까운 매출과 500억 원이 넘는 순이익을 기록했던 곳이었지만 2016년 1200억 원에 가까운 적자를 내며 휘청였다. 지난해에도 9조 원이 넘는 매출을 냈음에도 880억 원이 넘는 손실을 기록하며 우려를 키웠다. 올레드(OLED) TV 출시로 주요시장인 북미에서 막대한 마케팅 비용이 소요된 원인이 컸다.

    여기에 모바일 판매 부진까지 겹치면서 LG전자는 투트랙으로 운영했던 판매법인을 합쳐 효율성을 극대화 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전환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MC사업의 2020년 흑자전환 시점을 조금이라도 앞당기는 것은 물론이고 매분기 개선되고 있는 실적을 보여줘야 하는 현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평가다.

    실제로 LG전자 MC사업부는 올 3분기에 전분기보다 개선된 실적으로 투자자들의 마음을 달랬다. 영업손실 1463억 원을 기록했지만 2분기(1854억 원 적자)보다 적자 규모를 줄이는데 성공했다. 연간 단위로 봐도 2016년 1조 2000억 원 적자에서 지난해 7000억 원대로 개선세를 나타낸데 이어 올해는 5000억 원대로 적자폭을 줄일 것으로 관측되며 턴어라운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내년부터는 미국 모바일 판매법인이 완전히 흡수되고 미국 가전 판매법인과 시너지 효과를 본격적으로 내면서 흑자전환 시계를 앞당기는데 일정부분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업계 관계자는 "MC사업부문의 경우 올해 적자폭을 많이 줄여놓는데 성공했고 체질개선을 위한 밑바탕을 다져놓았기 때문에 내년부터는 본격적인 턴어라운드 작업이 가시화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라며 "올해보다도 과감한 결정으로 효율화에 속도를 내는 동시에 폴더블폰이나 롤러블폰 등 스마트폰 시장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