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정보 공개 '알리오' 있으나 마나… 출장자 명단·비용 비공개 수두룩
  • ▲ '알리오'에 공개된 한국농어촌공사 임원 국외 출장보고서 일부 캡처ⓒ한국농어촌공사
    ▲ '알리오'에 공개된 한국농어촌공사 임원 국외 출장보고서 일부 캡처ⓒ한국농어촌공사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의 농어촌 관련 공기업·공공기관이 국민 혈세로 해외 출장을 다녀온 뒤 보고서를 수박 겉핥기식으로 제출하고 있어 외유성 출장 의혹을 키운다는 지적이다. 출장비는 물론 누구를 대동하고 출장을 다녀왔는지 알길이 없어 국민의 감시를 받겠다는 정보 공개 취지를 살리지 못한다는 의견이다.

    보고서 수준도 기관별로 천차만별이다. 10여명이 일주일간 다녀와도 A4 1장 분량의 보고서만 제출하는 경우가 있는 반면 출장비 내역, 출장자 명단, 출장 업무와 촬영 사진 등을 상세히 밝히는 사례도 있어 '깜깜이' 출장 논란을 부채질한다.

    기획재정부가 운영하는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는 16일 현재 농림축산식품부‧해양수산부 각 소관 또는 산하 공기업‧공공기관 총 29개의 임원 국외 출장 보고서가 공개돼 있다.

    이들 기관이 '알리오'에 공개한 임원 출장 보고서는 ▲출장비 ▲출장자 전원 명단 ▲구체적인 출장 업무 내용 등을 전혀 공개하지 않거나 부실하게 공개하는 경우가 많았다. 

    한국마사회는 김낙순 회장이 지난 7월과 9월 각각 다녀온 일본·싱가포르·영국·프랑스 출장 보고서 총 2건에서 모두 출장 동행인 명단을 비공개에 부쳤다. 영국·프랑스 출장 보고서에선 '회장 외 3명', 일본·싱가포르에선 '회장 외 9명'으로 알렸을 뿐이다. 또 두 건 모두 출장비는 공개하지 않았다.  

    1월 임직원 캄보디아 봉사활동 출장 보고서에서도 출장자 명단을 '부회장 외 20명'으로만 공개하고 방문지 이름도 '현지마을'로 적는 수준에서 공개했다. 

    한국농어촌공사는 지난 4월 30일부터 5월 6일까지 최규성 사장의 네팔 등 3개국 출장 결과 보고서에서 출장자를 'CEO 외 6명'이라 밝히고 업무 성과도 '홍보를 통한 국제적 위상 제고', '주요 기관과의 인적 네트워크 구축' 등으로 구체성을 띠지 못했다.

    공사는 지난해 9월 2일부터 9일까지 임직원 13명의 출장 내역을 공개한 '노사 선진 문화 체험 해외 연수' 보고서에서도 출장자 명단을 '경영지원 겸 농지관리이사 외 12명'이라고만 밝히고 출장비는 공개하지 않았다. 보고서 내용도 '노동조합 관련 기관' 방문, '유럽 노동조합 체험' 등 명확성이 떨어졌다. 10여 명이 6박 8일간 유럽 연수를 다녀와 공개한 이 보고서는 분량도 A4 용지 한 장에 불과했다.

    농어촌공사 관계자는 "출장비는 공공기관 출장 여비 지급 기준에 맞춰 지급되었고 감사에서 문제 된 부분이 없어 공개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미흡한 정보 공개는 국민의 감시를 원천 차단하는 셈이라고 지적한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지난달 2일부터 6일간 김 모 감사가 다녀온 스페인 출장보고서에서 업무 성과를 'best practices 습득' 등 모호하게 표현한 채로 공개했다. 

    해수부 산하 단체의 출장 보고서도 부실하기는 매한가지다. 항만 공기업인 여수광양항만공사(3건), 울산항만공사(3건), 인천항만공사(3건), 부산항만공사(11건) 등도 올해 공개한 보고서 총 20건에서 모두 출장비를 비공개했다.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은 지난 9월 2일부터 4박6일간 다녀온 임직원 뉴욕 출장 보고서에서 출장자 명단을 '관장 등 5인'으로만 밝히고 업무 내용도 '사이드 이벤트 참석', '해양 관련 국제 절차 논의에 참석' 등 추상적 설명에 그쳤다.

    공기업과 공공기관 출장보고서는 기관별 편차도 컸다. 사단법인 어촌어항공단, 재단법인 한식진흥원 등은 올해 공개한 각 1건, 2건의 출장 보고서에서 출장자 전원의 이름·직급을 기재한 명단과 출장비 내역, 출장 업무 중 촬영 사진 등을 상세히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