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을 범죄집단으로 몰아가는 인식 문제재계 "전략 수정 없이 사람만 바뀌었을 뿐"
  • ▲ 최태원 SK 회장(오른쪽부터)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광모 LG 회장 등이 지난 9월 북한 평양 인민문화궁전에서 열린 리용남 북한 내각부총리와의 면담에 참석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 최태원 SK 회장(오른쪽부터)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광모 LG 회장 등이 지난 9월 북한 평양 인민문화궁전에서 열린 리용남 북한 내각부총리와의 면담에 참석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기업의 경영 룰을 결정하는 정부가 기업들에게는 절대 갑인데, 계속 말이 바뀌니까 불안할 수밖에 없죠."

    문재인 정부 들어서 기업인들의 불만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손바닥 뒤집듯 바뀌는 일관성 없는 정책에 대기업을 범죄 집단으로 몰아가는 등 '기업 때리기'가 갈수록 심해지면서 정부가 기업을 상대로 '갑질'을 하고 있다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내달 문재인 정부 2기 경제팀이 출범하지만, 소득주도 성장론은 계속 유지될 전망이다.

    전체적인 전략 수정 없이 사람만 바뀌는 것일 뿐, 기업 사정은 크게 달라지는 건 없을 것이란 뜻이다. 설상가상으로 대기업에 대한 강한 압박이 예고되면서 재계 한숨소리는 깊어지고 있다.

    최근 정치권은 삼성전자, 현대차, SK그룹 등 15개 주요 대기업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농어촌상생기금 출연을 독려했다. 자유무역협정 체결에 따른 시장 개방으로 위기에 놓인 농어업인과 농어촌 경쟁력을 높이고자 한 요청이지만, 사실상 재계를 압박하고 강요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기업들은 정부의 이같은 압박에 어찌할 바를 몰라하고 있다. 겉으로는 참여 독려라고 포장했지만, 정부에 혹시라도 미운털이 박힐까 우려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강제성이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지난번 정권에서는 기업을 때리면서도 뭐라도 해줬는데, 지금은 때리고 뺏고 이런 갑질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대기업이 겪는 어려움은 이뿐만이 아니다. 정부는 대기업의 이익 일부를 중소기업에 나눠주도록 하는 협력이익공유제를 비롯해 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 등을 추진하고 있다.

    문 정부 들어 대기업을 향한 주요 사정 기관들의 칼끝도 더욱 날카로워 졌다. 재계 1위 삼성이 집중 표적이 되면서 재계 전체가 긴장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치권을 비롯한 시민단체는 반기업 정서를 부채질하며 기업 목소리를 외면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공정경제 전략회의를 통해 "반칙과 특권, 부정부패로 서민경제가 무너졌다. 성장할수록 부의 불평등이 심화됐고, 기업은 기업대로 스스로의 국제경쟁력을 약화시켰다"며 정부의 정책기조 3대 축인 '소득주도성장·혁신성장·공정경제'를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재계는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기업들도 정부 정책과 박자를 맞추기 위해 상생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는데, 정부가 나서서 이래라 저래라 제재를 가하면 기업 활동은 위축될 수 밖에 없다. 이런 기업 사정을 외면한 채 일자리 창출과 신사업 투자에 열을 올리는 정부가 기업들 입장에서는 야속할 뿐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정부가 재벌 개혁을 강조해 기업 활동이 위축될 수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다른 한편으로는 사회적 책임까지 요구하고 있다. 두 가지 다 충족시키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도 "예전에는 괜찮다고 했던 것을 계속 뒤집으면서 압박을 가하니까 항상 불안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오히려 중소기업을 걱정하는 대기업 관계자도 있었다. 이 관계자는 "정부가 이렇게 압박해도 저희같은 대기업은 결국엔 살아남는다"며 "문제는 버틸 힘이 없는 작은 중소기업들"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대기업 잡으려다가 작은 기업들까지 사지로 내모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