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4조4000억 감소, 분기 매출 수준… '직원 900명 감축'비상장 5사, 4조 증가… '상장-비상장' 격차 '44→18조'로 줄어
  • ▲ 자료사진. 모로코 사피 복합화력발전소 현장. ⓒ대우건설
    ▲ 자료사진. 모로코 사피 복합화력발전소 현장. ⓒ대우건설
    최근 대형건설사를 중심으로 '먹거리' 감소 우려가 가시화되고 있다. 특히 시공능력평가순위 상위권에 자리한 상장 5개사의 수주잔고가 1년새 22조원 감소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반면 비상장사는 예년 수준을 유지해 상장·비상장사간 격차가 대폭 줄어들었다.

    19일 분기보고서 분석 결과 상장 대형건설 5개사(대림·GS·대우·현대건설·삼성물산)의 3분기 기준 수주잔액은 총 146조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68조원보다 13.1%(22조원) 감소했다.

    기업별로 보면 △대림산업 7조4960억원 △GS건설 6조4272억원 △대우건설 4조3122억원 △현대건설 2조3339억원 △삼성물산 1조6228억원 순으로,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기업당 평균 4조4384억원 감소한 것으로, 이들의 3분기 평균 매출이 3조1400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1개 분기 이상의 매출이 날아간 셈이다.

    수주잔고 급감 배경은 지속된 해외사업 부진이 주된 요인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이 기간 5개사의 해외 수주잔액은 53조원에서 35조원으로, 33.5%(17조원) 감소했다. 수주잔액 총 감소액 중 80.1%에 달하는 규모다.

    앞서 국내 건설사들은 중동 지역을 중심으로 해외 영역을 확장했지만 2014년 하반기부터 국제유가가 하락세에 접어들면서 발주량이 줄고 프로젝트 지연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대림산업과 GS건설은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플랜트 부문에서 꾸준히 영업손실을 기록하면서 수익성이 저하됐으며 대우건설은 2016년 해외 잠재손실을 실적에 반영하는 '빅배스(Big bath)'를 단행해 5000억원에 달하는 손실을 기록했다.

    이후 건설사들은 '수익성에 기반한 선별수주'를 내세우면서 해외사업에 보수적으로 접근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국내 기업의 해외 신규수주는 2014년 660억달러에서 이듬해 461억달러로 감소했고 2016년부터 200억달러대에 머물고 있다.

    대형건설 A사 관계자는 "최근 해외사업을 보수적으로 접근한 것이 수주잔고 감소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며 "이 외에도 국내 SOC예산 감축 등으로 과거에 비해 일감이 많이 줄어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일감 기근은 고용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상장 5개사의 고용 현황을 보면 올 3분기 정규직은 2만1641명으로, 지난해 3분기 2만2554명보다 4.05% 감소했다. ▲삼성물산 건설 부문 402명 ▲GS건설 239명 ▲대우건설 132명 ▲현대건설 125명 ▲대림산업 건설 부문 15명 등 모두 913명이 줄어든 것이다.

    이 중 대림산업은 지난 3월 1~2개월의 무급휴가를 실시했고 대우건설도 이달 초 플랜트 부문 정직원 1200명에 2개월간 유급휴가를 시행했다.
  • ▲ 자료사진. 말레이시아 만중5 석탄화력발전소 전경. ⓒ대림산업
    ▲ 자료사진. 말레이시아 만중5 석탄화력발전소 전경. ⓒ대림산업
    5개사의 곳간이 빠르게 비어가고 있는 반면 비상장들은 예년 수준의 잔고를 유지해 미래 먹거리에 대한 부담은 상대적으로 적을 것으로 보인다.

    대형사 가운데 비상장사는 현대엔지니어링, 포스코건설, 롯데건설, SK건설, 한화건설 등이며 이들의 총 수주잔액은 128조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124조원보다 3.45%(4조원) 증가한 규모다.

    평균 수주잔고는 25조원으로, 이들의 별도 기준 평균 매출이 1조4000억원 수준임을 감안하면 4년치 이상의 먹거리가 남은 셈이다.

    SK건설, 한화건설, 롯데건설이 각각 1조7694억원, 1조7166억원, 2482억원 감소했지만 포스코건설(5조3258억원)과 현대ENG(2조7037억원)의 수주고가 대폭 증가한 결과다.

    이에 상장 5개사와 비상장 5개사간 수주잔고 격차도 대폭 감소했다. 두 집단의 지난해 3분기 수주잔고 차액은 44조원에 달했지만 상장사 부진에 따라 올 들어 59.7%(26조원) 감소한 18조원으로 급감했다.

    실제로 포스코건설의 수주잔고는 37조원에 달하며 이보다 많은 수주고를 보유한 곳은 현대건설(40조원) 뿐이다. 특히 비상장사의 총 해외 수주잔고는 43조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조원 증가하면서 상장사를 넘어섰다.

    현대ENG가 21조원으로 대형사 중 가장 많은 해외 일감을 보유하고 있으며 한화건설, 포스코건설, SK건설도 6조~8조원을 기록하는 등 전반적으로 상장사보다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를 유지했다.

    현대ENG 측은 "중동 지역 부진에 따른 동남아 등 신시장 개척 전략이 성과를 보였고 국내에서도 양호한 분양실적을 거두면서 민간사업자의 협업 제안이 늘어나 수주잔고가 확장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