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임클리닉 등 증빙 땐 기금 정산 혜택 필요행사장 찾은 장관들보다 국민 눈높이서 정책 챙겨야
  • 협약체결식. 왼쪽부터 여가부 이숙진 차관, 저출산위 김상희 부위원장, 김현미 국토부 장관, 박능후 복지부 장관, 박상우 LH사장.ⓒ국토부
    ▲ 협약체결식. 왼쪽부터 여가부 이숙진 차관, 저출산위 김상희 부위원장, 김현미 국토부 장관, 박능후 복지부 장관, 박상우 LH사장.ⓒ국토부

    "부처 장관들이 건설 현장까지 직접 찾았으니… (기사를) 1면에 잘 좀 내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국토교통부 모 과장이 21일 정부세종청사 기자실에서 백브리핑하며 이날 오후 경기도 하남 위례신도시에서 열린 '신혼부부와 아이들이 행복한 신혼희망타운' 기공식 및 관계기관 업무협약 체결과 관련해 한 말이다.

    추운 날씨에도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물론 보건복지부 박능후 장관, 여성가족부 이숙진 차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김상희 부위원장 등 여러 부처 고위 관계자가 건설 현장에 모였으니 국민이 잘 볼 수 있게 신경 써 달라는 요청이다.

    담당정책과장으로서 으레 할 수 있는 말이다. 편집국장인 양 신문 1면을 좌지우지한 월권도 희망 사항을 말한 것이니 애교(?)로 넘어갈 수 있다. 다만 국민이 아니라 공사 현장을 찾은 장·차관급 인사가 돋보일 수 있게 1면을 운운한 것 같아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국토부는 이날 신혼희망타운 전용 수익공유형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상품에 대해 설명했다. 신혼부부 주거비 부담을 줄이고자 1%대 초저리의 모기지를 연계한다는 내용이다. 이 대출상품은 최장 30년간 집값의 70%까지 지원하고 주택을 팔거나 대출금을 상환할 때 시세차익을 주택도시기금과 공유하는 것이다. 특히 정산 시점에 자녀 수에 따라 기금의 정산비율을 달리 해 자녀가 많을수록 혜택을 준다. 저출산위, 복지부와 손잡고 어린이집·돌봄센터 등 육아에 특화한 인프라를 구축하는 등 저출산 문제에 대응하려는 부처의 움직임이 눈에 띈다.

    신혼부부가 분양가격의 70%를 대출해 10년 미만을 살다가 집을 팔 경우 자녀가 2명 이상이면 기금이 정산해 가져가는 시세차익 지분은 30%다. 자녀가 1명이면 40%, 자녀가 없으면 50%를 정산한다. 자녀를 2명 이상 낳아야 유리한 조건이다.

    문제는 불임부부인 경우다. 자녀를 낳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는 신혼부부는 혜택의 사각지대에 있다. 딩크(DINK·결혼 후 의도적으로 자녀 없이 생활하는 맞벌이 부부)족이야 그렇다 쳐도 자녀를 원하는 부부에게 난임·불임은 마음의 형벌이다. 늦어지는 결혼에 급변하는 생활환경, 스트레스 등 다양한 원인으로 말미암아 불임 인구는 늘고 있다. 전체 부부 5쌍 중 1쌍이 불임으로 고통받는다는 통계도 있다. 최근에는 젊은 나이의 부부에게서도 흔하게 나타난다. 부부 모두 아무런 이상이 없는 '정상불임부부'도 적잖다.

    국토부 관계자는 불임부부에 대한 조건을 묻자 "(해당 상품은 출산에 따른) 혜택의 개념이지 페널티 개념이 아니다"고 엉뚱한 답변을 했다. 자녀를 낳아야 혜택이 돌아가는 데 낳지 못한다고 해서 벌칙을 주지는 않는다는 의미인 듯하다.

    국토부가 불임·난임부부에게 불임클리닉을 다니는 등 아이를 가지려고 애쓴 노력을 증빙하면 자녀를 낳은 것에 상응하는 혜택을 준다고 답했으면 좋았겠다 싶다. 임신하려고 애쓴 불임부부에게 기금 정산 때 혜택을 주겠다고 하면 "무슨 소리냐"고 펄쩍 뛸 신혼부부가 몇이나 될까.

    국토부는 아파트를 짓는 것만 신경 쓰면 되는 부처일까? 집은 그저 재테크 수단일 뿐인 걸까? 저리로 돈을 빌려 나중에 적당한 시세차익을 공유하도록 잘 설계만 하면 되는 걸까?

    집의 본질은 그 안에 사는 사람이 행복할 수 있어야 한다. 국토부 공무원도 자녀가 있을 거다. 기금지분 정산 비율을 설계하면서, 자녀 수에 따라 혜택을 차등적용 하는 기간 등을 정하면서, 불임부부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봤다면 복지부나 저출산위에 따로 예외조항을 두자고 먼저 제안할 수 있지 않았을까. 정책을 입안하는 담당 공무원의 세심함과 배려가 아쉬운 대목이다.

    모 과장이 건설 현장에 모인 장관들이 신문 1면에 잘 나올 수 있게 챙기듯, 정책을 마련하고 다른 부처와 협의하는 과정에서 세심하게 입주자 여건을 챙겼더라면 어땠을까.

    주거정책도 결국 국민을 향해야 한다. '신혼희망타운'이 아니라 그 안에 사는 신혼부부와 아이가 상처받지 않게 배려해야 한다. 국토부 정책입안자들은 지금 국민을 보고 있는지, 김 장관을 보고 있는지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