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벤처 자금공급 확실한 메시지·꾸준한 실행 수반돼야금융당국 자본시장 활성화 처방전…실패 반복되면 정책 내성 우려
  • 이달 초 정부와 금융당국은 '자본시장 혁신과제'를 발표했다.

    창업 초기의 중소·벤처기업들이 시장에서 자금을 원활하게 조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다양한 방안을 골자로 하는 정책을 발표하는 금융당국과 이를 지켜보는 업계 관계자들의 표정에서 다시 한번 기대감을 엿볼 수 있었다.

    그러나 기대 만큼이나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중소·벤처기업을 코스닥 상장사로, 더 크게는 구글, 아마존 같은 세계적 기술기업으로 키워야 한다는 열망은 수년간 지속돼 왔다.

    어떻게 하면 자본시장으로 돈이 들어오게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 역시 수년간 풀리지 않는 숙제로 남아있다.

    식어가는 증시를 살리기 위해서는 많은 투자자를 유치하고, 그들을 웃게 만들어 더 많은 돈이 들어오도록 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하지만 해답을 명확히 제시한 역사를 찾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금융당국은 그동안 수많은 '자본시장 활성화 대책'을 내놨다.

    그러나 정책들이 제대로 작동한 사례가 별로 없다.

    지난 2013년 벤처·중소기업에 대한 투자를 활성화하겠다며 출범시킨 제3의 주식시장인 코넥스시장은 신규 상장기업이 매년 눈에 띄게 줄고 있다.

    올해초 코스닥시장을 벤처기업 창업의 촉진시장으로 만들겠다며 만든 코스닥 벤처펀드는 반년만에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증권사들의 몸집을 키워주고, 그 대가로 모험자본에 대한 투자를 유인하기 위해 만든 초대형 투자은행(IB)은 소수 증권사를 제외하고는 발행어음 인가 조차 막혀 개점조차 하지 못한 상태다.

    올초 신규 IPO기업 100개 돌파, 하반기 3000억원 규모의 자금 투입 계획도 코스닥시장 열기가 한순간 식어버리면서 없던 일이 됐다.

    중소·벤처기업을 육성해 자본시장에 돈이 돌게 한다는 이론에는 모두 공감한다.

    반면 당국은 인위적 수급을 통한 단기부양 정책이 매번 부작용만 드러내며 실패로 끝났다는 경험을 여전히 간과하고 있다.

    인위적으로 수급을 조작해 가격을 올릴 수는 있다.

    실제로 코스닥 활성화 정책이 발표된 직후인 지난 1월 코스닥시장 거래대금은 12조원을 돌파하며 사상 최대치를 찍었다.

    반면 10월들어 지난 23일까지 38거래일 동안 코스닥시장의 거래대금이 4조원을 돌파한 날은 지수가 5.37% 폭락했던 10월 11일 단 하루에 불과하다.

    10개월 만에 1/3토막 수준으로 거래대금이 폭락하고, 지수는 고점 대비 25%가 폭락하는 동안 거래량의 80%를 차지하는 개인투자자들이 떠안았다.

    인위적인 부양책, 정책 기대감으로 끌어올린 시장에 대한 결말은 언제나 비극으로 끝난다.

    금융당국 역시 매번 정책을 발표하기까지 오랜 준비기간을 갖고 깊게 고민해왔다. 일각의 자본시장 홀대론에 대한 인식을 불식시키기 위한 노력의 흔적도 엿볼 수 있다.

    많은 준비를 했으니 시장도 적극적으로 참여해 달라는 당부 역시 빼놓지 않는다.

    그러나 자본시장은 냉정하다.

    확실한 메시지와 더불어 꾸준한 실행능력이 수반돼야 시장에 돈이 들어오고 돌아간다.

    대책 발표 직후 시장 상승에 만족할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시장을 살려나가는 확실한 정책이 필요하다.

    대책 발표만 해놓고 시장 활성화를 기대할 바에는 시장에 맡겨놓는 것이 오히려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