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투證, 12년 CEO 유상호 교체…신임 정일문 임명미래에셋, 5인 부회장 체제 ‘전문 CEO’에 경영 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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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요 증권사들이 경영진을 잇따라 교체하거나 경영체계를 변경하면서 업계에 ‘새 바람’이 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등은 최근 신임 CEO를 선임했다.

    가장 눈에 띄는 곳은 한국투자증권이다. 회사는 ‘12년 장수 CEO’ 였던 유상호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키는 대신 후임자로 정일문 사장을 임명했다.

    2006년부터 사장직을 역임해 온 유 사장이 자리를 떠나는 만큼 업계로서는 상당히 파격적인 인사다. 유 사장은 그간 역대 최대 수준의 실적과 초대형IB 증권사로서 업계 최초 발행어음 사업권을 따내는 등 공도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유 사장은 퇴임을 앞두고 “세전 경상이익 기준으로 올해 (한투장권이) 사상 역대 최대 실적이 기대된다”며 “지금이야말로 후배들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웃으면서 정상에서 내려 올 최적기”라고 자평했다.

    이어 “12년간 CEO로서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매년 최고의 이익을 기록해 왔다는 게 아닌 138개 기업을 IPO시켜 기업 성장과 경제발전에 기여한 것”이라며 “증권업계가 어려울 때도 일체의 인위적 구조조정 없이 경쟁사 대비 2~3배의 신입직원을 채용해 온 것은 감히 자랑스럽게 여겨도 되지 않을까 한다”고 회고했다.

    신임 정 사장은 1963년생으로 1988년 동원증권 입사 후 다양한 부문을 역임했지만 특히 IB 부문의 경력이 많아 업계에서는 ‘IB 전문가’로 평가받고 있다. 업계 최고규모의 초대형IB 증권사이자 발행어음 1호 사업자라는 부담감을 다소 덜 수 있는 적임자로 분석된다.

    실제 한국투자증권의 올해 실적에서 IB의 기여도는 꾸준히 상승가도를 보여 왔다. 올 3분기 회사의 당기순이익은 4109억원, 연환산 자기자본이익률(ROE)는 12.3%로 업계 최고 수준을 지켰다.

    특히 순영업수익 기준 부문별 비중을 보면 IB가 22.4%로 위탁매매(22.4%)와 함께 가장 컸다. 지난해 대비 높은 기여도를 보여주며 3분기 증시 위축으로 감소한 브로커리지 부문을 메우는 데 공을 세웠다.

    이러한 시점에서 IB에 보다 힘을 주기 위한 적절한 시기의 수장 교체가 아니냐는 분석이 업계 내에서 나오고 있다.

    삼성증권도 상반기 배당사고로 인해 구성훈 전 사장이 퇴임하고 직무대행이었던 장석훈 대표가 정식 CEO로 취임하게 됐다.

    장 신임 대표는 배당사고로 혼란을 겪던 회사의 이미지를 빠르게 수습하고 정상화시켰다는 점을 인정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그 결과 삼성증권은 증시가 조정을 받은 지난 3분기 영업이익은 923억2600만원으로 전기 대비 30% 감소했지만 누적 기준 세전이익은 사상 최대 규모인 4091억원을 달성해 예상보다 ‘선방’한 성적표를 거뒀다.

    장 대표의 경력이 인사, 관리, 기획, 경영지원실장 등에 중점을 두고 있는 점도 회사가 ‘모험’보다는 ‘안정화’를 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미래에셋대우는 지난 16일 임원인사를 통해 국내경영을 ‘5인 부회장 체제’로 재편했다. 박현주 회장이 글로벌 경영에 주력하기로 한 가운데, 국내경영은 각사의 독립성을 존중하는 체제로 ‘전문성 강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인사에서 조웅기 미래에셋대우 사장과 최경주 미래에셋자산운용 사장이 각각 부회장으로 승진 임명됐다. 조 부회장은 과거 미래에셋증권 대표이사를 역임했으며 통합 미래에셋대우 출범 직후 대표이사가 됐다. 최 부회장은 미래에셋증권 당시 자산관리부문 대표 사장, 2016년부터는 미래에셋자산운용에서 리테일 및 연금마케팅 부문을 책임져 왔다.

    이로서 기준 최현만 수석부회장과 정상기 에너지인프라자산운용 부회장, 하만덕 미래에셋생명 부회장과 함께 ‘5인 체제’를 구축하게 됐다. 사실상 국내 경영에서 박현주 회장의 영향력 대신 전문 경영진의 결정권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도 이 같은 증권가의 변화에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증시가 다시 불안해지면서 증권업계도 도전을 받고 있는 가운데 기존의 리더십으로서는 한계를 느꼈을 것”이라며 “기존 체제에 익숙해진 구성원들에게 새로운 긴장감을 주기 위해서라도 경영진 교체는 필수적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