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자본 3조원대 등극…하나금융, 올해만 1조 이상 실탄쏘며 내부 불만 불식지주 내 비은행 강화 의지·하나금투 실적개선 맞물리며 경쟁력 확보 평가 자본활용·ROE 관리 과제…체질개선 앞장 이진국 사장 연임 가능성 높아져
  • 하나금융투자가 올해 두차례 증자를 통해 자기자본을 3조원대로 늘리며 대형IB 반열에 올라섰다.

    하나금융지주의 비은행부문 강화를 위한 니즈가 수년째 경쟁사들의 질주를 바라만 봤던 하나금융투자에 힘을 실어 주는 계기가 됐다.

    3일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하나금융투자는 지난달 30일 이사회를 열어 운영자금 4976억원을 조달하기 위한 주주배정 방식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이에 따라 보통주 930만주가 주당 5만3500원에 새로 발행된다.

    하나금융지주는 하나금투의 이번 유상증자에 참여해 930만주를 4976억원에 취득하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하나금융투자는 이미 지난 3월 7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한 바 있으며, 이번 유상증자 결의는 올해 두번째다.

    이번 증자로 하나금융투자의 자기자본은 기존 2조7000억원에서 3조2000억원 수준으로 늘어난다.

    이에 따라 자기자본 3조원 이상에 부여되는 대형IB 라이센스를 취득해 기업여신, 프라임브로커 등 신규업무 수행이 가능해진다.

    특히 초대형IB 요건인 자기자본 4조원에도 한발 더 가까워졌다.

    수년동안 하나금융투자는 내부적으로 자기자본 확충에 대한 의지를 키워왔다.

    경쟁사들이 규모의 경제를 앞세워 사업분야를 넓히고, 이로 인해 순이익 규모 역시 눈에 띄게 높아지는 모습을 지켜봐왔기 때문이다.

    다만 하나금융지주의 종속회사로서 자기자본 확충을 전적으로 지주에 맡길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실적부진까지 겹치며 쉽게 증자 카드를 꺼내지 못했다.

    자본력을 확충하지 못했던 하나금융투자의 고민 역시 내부에서만 지속돼 왔고, 경쟁상대에 비해 인색한 지주에 대한 불만 역시 이어져 왔다.

    이같은 상황은 올해 초부터 바뀌기 시작했다.

    올해 초부터 하나금융투자는 투자금융부문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보이며 전체 실적 역시 뛰기 시작했다.

    3분기 말까지 대규모 IB 거래에 힘입어 1417억원의 순이익을 기록, 지난해 연간 당기순이익분을 채웠다.

    특히 미국 상장 리츠 우선주 거래, 덴버 오피스 빌딩, 프랑스 CBD 오피스 펀드 수익증권 등 상반기에 이어 3분기 중에도 IB부문의 수익이 가시화됐다.

    실적의 증가에 따라 자연스럽게 지주 내 이익기여도 역시 높아지게 됐고, 비은행 계열사의 덩치를 키우기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하나금융지주 역시 실탄을 풀게 됐다.

    지주 내 1계열사 KEB하나은행 역시 호실적을 거두고 있지만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상반기 기준 95%가 넘을 정도로 쏠림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데 따른 효과도 하나금융투자가 보게 됐다는 평가다.

    비은행 계열사 비중을 크게 높이고 있는 신한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의 행보 역시 자극제가 됐다.

    업계 관계자는 하나금융투자의 자본확충에 대해 "생명이나 캐피탈 등 다른 비은행 계열사에 비해 하나금융투자를 키우는 것이 신속하면서도 최대한의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지주측의 판단"이라고 분석했다.

    하나금융투자는 자기자본 확충 후에도 당장 업계 내 자기자본 순위를 끌어올릴 수 없지만 신한금융투자의 자기자본은 3조2600억원대를 바짝 추격하게 됐다.

    특히 신한금융지주는 물론 KB금융지주, NH금융지주 등 경쟁 금융그룹과 나란히 자기자본 3조원 이상 증권사를 보유하게 됐다.

    이에 따라 은행을 기반으로 성장한 금융그룹 내 증권사들간의 경쟁 역시 더욱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하나금융투자의 경우 자기자본 규모가 1년 만에 1조원 이상 수직상승한 만큼 자본의 효과적인 활용 및 ROE 관리가 더욱 중요해졌다.

    초대형IB 라이센스 취득을 앞둔 상황에서 이진국 사장의 역할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이진국 사장은 2016년 3월 취임 이후부터 줄곧 자본확충에 대한 지주의 지원 없이 자산관리, 대체투자, 은행과의 협업 등을 키워드로 제시하며 '단순히 덩치를 키우는 것보다 작지만 단단한 회사'를 추구해 왔다.

    2010년 이후로 취임한 사장들의 재임 기간이 2년 안팎으로 타사 대비 짧았던 반면 이진국 사장은 내년 임기만료까지 완주할 경우 만 3년을 채우게 된다.

    연임 여부가 결정되는 시점에서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이 체제를 굳건히 갖췄고, 그동안 안정성을 바탕으로 인사가 단행됐다는 점에서 힘을 실어준 하나금융투자를 이끌 기회를 이진국 사장에게 다시 한번 제공할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