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결손 4조 대책·일자리·남북협력기금 뇌관 회의록없는 소(小)소위서 깜깜이 심사
  • 올해가 채 한달도 남지 않은 가운데 470조원에 달하는 내년도 슈퍼예산안의 행방이 오리무중이다. 

    국회는 올해도 새해 예산안에 대한 법정시한(2일)을 넘긴 채 예산결산특별위원장과 여야 간사들 간 밀실심사를 이어가고 있다. 

    여야가 남북협력기금, 일자리 예산, 4조원 세수 결손 등을 두고 강경하게 맞서면서 합의점을 찾지 못하는 상황이다. 

    3일 국회에 따르면 국회 예산안심의는 전일부터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등 3개 교섭단체 예결위 간사를 핵심 축으로 한 비공식 협의체인 이른바 '소(小)소위'를 통해 진행되고 있다. 

    문제는 소소위가 국회의 공식기구가 아니다보니 회의 내용이 공개되지 않고 속기록도 남기지 않는다. 이 과정에서는 온갖 지역 민원사업과 쪽지예산을 주고 받기도 한다. 국회가 예산 심사를 밀실에서 날림으로 진행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예산소위는 감액심사를 마무리했다는 입장이나 여야 간 쟁점사항은 고스란히 숙제로 남겨뒀다. 남북협력기금, 일자리예산 등은 여전히 '보류'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일자리 예산의 경우, 정부는 올해 19조2천억원 규모에서 22% 늘린 23조5천억원으로 대폭 확대 편성했다. 고용참사에 따른 방어막으로 청년추가고용장려금, 청년내일채움공제 등 일자리 예산을 크게 늘렸다. 

    청년추가고용장려금 지원대상은 18만8천명으로 청년들의 목돈마련을 돕는 청년내일채움공제도 23만명으로 큰 폭으로 확대했다. 특히 공공일자리를 크게 확대해 사회서비스 및 공무원 등 현장인력을 늘릴 계획이다. 

    하지만 이러한 일자리 예산안은 야당의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정부의 이러한 정책을 두고 '가짜 일자리' 예산이라며 대대적인 삭감을 예고했다. 정부의 공공일자리 사업이 공공부문 단기 아르바이트에 그치는 데다 효과가 미미하다는 점을 문제삼고 있다. 

    애초에 취업자수 증가폭이 9개월째 10만명 이하로 추락한 데는 급격한 최저임금 상승, 주 52시간제 도입 등 급진적인 정책전환이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다. 

    또 남북협력기금 예산안도 뇌관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자유한국당 등 야당은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예산증액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내년도 남북협력기금 총액은 1조977억2천만원으로 편성했는데 올해 9592억7천만원보다 14.4% 증액한 규모다. 

    여야 간 논의가 진전을 보이지 못하자 문희상 국회의장은 이날 중으로 여야 합의에 도달하지 못할 경우, 오후 본회의를 열어 정부 예산안을 원안 상정하겠다고 압박하고 있다. 

    소소위에서 담판을 짓지 못한 예산안은 여야 원내대표단에게 넘어가는데 심사 진척 속도가 늦어 자칫 올해 표결이 늦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여당과 국회의장은 이날 오후 본회의 처리를 주장하고 있으나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하다. 절충안으로 5일과 7일이 언급되고 있으나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이 선거제 개편을 예산안과 연계처리하자고 해 더 지연될 공산이 크다. 일각에서는 올해 정기국회 회기 종료일인 9일까지 예산안 처리가 불발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서 "정기국회 종료와 함께 예산안과 마찬가지로 선거법도 그 전에 처리돼야 한다"면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과 예산안을 모두 한 자리에 올리고 결론을 내야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