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경기침체 속 금리인상까지… 자금조달 적신호건설업 관련 지표 '하향세'… 업황 불확실성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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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료사진. ⓒ연합뉴스

    대형건설사들이 내년에 올해보다 13% 늘어난 2조6000억원대 회사채 만기물량을 상환해야 한다. 업황 전망이 비관적인데다 최근 기준금리 인상까지 더해지면서 자금조달 여건이 녹록치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차환 발행이 쉽지 않은 만큼 현금으로 상환하는 경우가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4일 채권시장에 따르면 시공능력평가 상위 10대 건설사가 내년에 갚아야할 회사채는 모두 2조6040억원 규모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올해 물량 2조2900억원에 비해 13.7%가량 증가한 수준이다.

    2년 연속 9000억원대 상환 물량을 보유한 삼성물산이 10개사 중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난 반면 GS건설은 2년 연속 만기도래 물량이 없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 당장 상반기에 상환해야 하는 규모는 1조3790억원에 달한다. 특히 1분기에만 6500억원의 회사채를 상환해야 한다. △현대건설 2000억원 △삼성물산 1500억원 △롯데건설 1300억원 △포스코건설 1200억원 △대림산업 500억원 등이다.

    시장에서는 대규모 회사채 만기 물량이 도래하지만, 건설사들이 차환을 발행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A금융투자 관계자는 "건설업 관련 지표가 하향세를 가리키면서 업황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며 "기관투자자의 수요예측에서 부진할 경우 리스크가 큰 만큼 A등급 이상의 건설사라고 하더라도 회사채 발행에 나서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더군다나 최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을 결정하면서 조달비용이 늘어나는 점도 부담이다. 한은은 지난달 30일 이주열 총재 주재로 금융통화위원회를 개최해 기준금리를 기존 1.50%에서 1.75%로 0.25%p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대형건설 B사 관계자는 "건설업황이 악화되는 상황에서는 은행의 대출태도가 보수적으로 바뀌어 금융기관 차입도 쉽지 않다"며 "비용을 떠나 자금조달 자체가 어려워지면 영업에 차질이 빚어지는 악순환이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근 건설사들의 주요 수익원이었던 주택시장 침체와 더불어 국내 건설업과 건설투자가 부진하다는 점도 회사채 발행에 발목을 잡는 요인 중 하나다. 건설시장이 악화되면 기관투자자들의 건설 회사채 수요가 떨어지게 되고, 이는 결국 회사채 흥행 부진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김민형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부동산시장 위축으로 주택건설에 따른 수입이 줄어들 수 있다"며 "건설업황이 내년부터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인 만큼 자금을 조달할 때 산업 평가가 나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이 때문에 건설사들은 올 하반기 들어 회사채 발행을 서둘러왔다. 금리 인상에 대비한 선수요 측면에서다. 실제 올 하반기에만 롯데건설 2000억원을 비롯해 ▲HDC현대산업개발 1300억원 ▲포스코건설 600억원 ▲한화건설 850억원 등이 공모를 통해 회사채를 성공적으로 발행했다.

    올 들어 회사채를 발행한 대형건설 C사 관계자는 "올해가 시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마지막 적기라고 판단했다"며 "내년에는 금리 인상과 함께 건설업황이 가라앉으면서 건설사에 대한 투자심리가 얼어붙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내다봤다.

    결국 건설사들은 회사채 발행을 통한 차환보다는 내부에 쌓아둔 현금을 소진하는 방식으로 상환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내년에 만기가 도래하는 삼성물산의 회사채 규모는 9700억원이다. 10대 건설사 중 가장 큰 규모다. 그러나 삼성물산의 경우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 규모가 1조7969억원으로, 10개사 중 가장 많다.

    대림산업 1조4709억원, 현대건설 1조4339억원, GS건설 1조2365억원 등도 대규모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롯데건설(5869억원, +100%), 현대건설(+49.2%), 포스코건설(+24.7%) 등의 경우 지난해보다 현금 및 현금성 자산 규모를 크게 늘렸다.

    D신평 관계자는 "금융시장과 업황을 고려하면 향후 몇년간 건설사가 회사채 시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기는 어려워질 것"이라며 "회사채 발행을 통한 차환보다는 보유한 현금을 통해 상환하는 경우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들 대형사와는 다르게 중소형 건설사의 경우 현금 자산 부족으로 유동성 위기에 시달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예의주시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