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가격인상 '면죄부' 경계 목소리… 국내 영화시장 지나치게 소수 업체에 몰리는 현상도 위험
  • ▲ CGV강변 '씨네&포레' 관. ⓒCGV
    ▲ CGV강변 '씨네&포레' 관. ⓒCGV

    전국 영화 관람객 2억명 시대. 우리 국민들이 한 해에 1인당 보는 영화의 수로 보면 4편에 가깝다. 많은 사람들이 문화생활에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한다는 뜻이다.

    7일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른 올해 우리나라 영화 관람객은 지난달 말 기준 약 1억9400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99% 수준이다. 매년 2억명을 넘기는 영화인구는 다른 나라와 비교해 절대 뒤지지 않는 수치다. 인구수를 감안하면 더욱 높다. 하지만 이 때문에 한국 영화시장이 포화 상태라는 분석도 뒤따른다.

    최병환 CJ CGV 대표이사는 "극장이 극장하고 경쟁하는 시기가 아니고, 극장이 해외여행하고 경쟁해야 하는 시대"라며 "극장이 OTT(Over The Top)나 IPTV로 가기 위한 경유처가 되기도 했다. 극장 생태계가 붕괴된다거나 단기간에 몰락하진 않겠지만 우리 시장 문화 플랫폼을 지켜야 하는 입장에서는 조금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영화 시장이 더 이상 성장하기 힘든 상황이 외부적인 원인으로 인해 촉발됐다고 생각하게 하는 대목이다. 국내 영화관 입장에서 포화상태인 국내 시장에서의 성장을 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가격을 높여 더 많은 돈을 벌어들이는 방법이다. 실제 국내 영화관들은 특별관과 복합 문화공간 구성, 좌석 차등 등으로 '프리미엄화'를 진행 중이다.

    현재 같은 영화를 같은 시간동안 보더라도 언제, 어디서 보느냐에 따라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처음에 "누가 굳이 같은 영화를 비싸게 주고 가서 보겠어"하던 반응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성인 기준 저렴하게는 7000~8000원 수준에 볼 수 있는 영화가 최대 5만원 가까이 뛰어오르지만 특별관의 매진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 1인 관람 가격이 3만~5만원 사이인 CGV 골드클래스·씨네드쉐프 살롱·템퍼시네마·롯네시네마 샤롯데관 등은 주말에 가고 싶다면 빨리 예매해야 한다.

    몇석 되지 않기 때문에 평일 저녁 역시 가득 차는 경우가 많다. 뿐만 아니라 4DX, 스크린X 등도 1인당 2만원에 가까운 금액이지만 영화에 따라 오히려 특별관이 더 잘 팔리는 경우도 있다.

    CGV리서치센터에 따르면 개봉일부터 지난달 30일까지 CGV에서 ‘보헤미안 랩소디’의 2D 일반 좌석 점유율은 주말 기준 47%인 데 반해 스크린X는 61.3%로 더 높았다. 스크린X에 싱어롱 버전을 더해 상영할 시 주말 좌석 점유율은 80% 넘게 치솟았다.

    지난 7월 CGV가 론칭한 자연 콘셉트의 잔디 슬로프 특별관 ‘씨네&포레(CINE&FORÊT)' 역시 SNS를 중심으로 20대 관객을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역시 1만8000원으로, 저렴하지 않은 가격이지만 이 관을 찾는 사람들은 계속해서 늘고 있다.

    CGV는 향후에도 다양한 특별관을 선보이는 등 특별관을 확장할 계획이다. 이승원 CJ CGV 마케팅 담당은 "영화관에 나와서 2시간 동안 영화를 보는 것이 얼마나 굉장한 경험인가를 느끼게 해주는 것이 과제"라며 "기술 특화관, 특별관, 문화 체험 공간 등을 확대해 국내 영화 시장이 새로운 문화를 만드는 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롯데시네마 역시 기존 프리미엄 '샤롯데관'을 운영 중이고, ‘클라우드 시네마 라운지(Kloud Cinema Lounge)’ 등의 문화공간 만들기에 나섰다.

  • ▲ 클라우드 라운지 건대. ⓒ롯데시네마
    ▲ 클라우드 라운지 건대. ⓒ롯데시네마

    롯데시네마 관계자는 “영화관을 방문하시는 고객들의 다양한 니즈에 맞춰 다양한 서비스를 확장해 나가고 있다”며 “앞으로도 고객에게 특별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다양한 공간을 준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단순히 영화를 본다는 의미를 넘어, 더 많은 돈을 지불하더라도 특별한 공간에서 특별한 방법으로 영화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는 영화관의 차별화 전략으로,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 하지만 일각에서 여전히 가격 인상의 '면죄부'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업계 1위 CGV는 같은 관이라도 좌석에 따라서도 가격 차등을 두고 있다. 시야 각도 등을 고려해 영화를 보기 좋은 좌석이냐에 따라 프라임존, 스탠다드존, 이코노믹존으로 구분된다. 문제는 이 좌석 구분에 객관적인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개개인의 취향이나 시야 각도가 모두 다를 수 있지만, CGV는 매 관마다 구역을 나눠 가격을 차등 부과하고 있다. 이코노미존 1만원, 스탠다드존이 1만1000원이고, 프라임존은 1만2000원이다. 이상한 점은 조조할인을 받을 수 있는 경우 이 구역이 모두 같은 선상에 놓인다. 모두 8000원이다.

    실제 CGV가 2016년 처음 좌석 구분을 두겠다고 발표한 당시 프라임존의 가격을 기준으로 하면 사실상 가격 인상을 단행한 셈이었다. 하지만 이코노미존을 기준으로 하면 가격 인하였다. 결국 프라임존의 점유율이 크게 높았기 때문에 사실상 가격을 올리면서도 '가격 조정'이라는 말로 소비자들을 혼란스럽게 했다.


    최근 영화 말고도 즐길 수 있는 문화 생활의 폭이 넓어졌다. 다만 영화시장의 위축의 원인을 여행과 OTT 등 외부적인 요인으로 돌리는 것은 옳지 않다. '빈익빈 부익부'의 원리가 문화생활 중 가장 접근성이 높은 영화에 적용되는 것은 경계할 일이다. 국내 영화시장의 성장은 합리적인 가격을 형성할 수 있는 건강한 시장 경쟁에서 나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