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회장 아들 김동관·김동원, 승진 명단에서 제외글로벌 경영환경 대응 위해 '재무통' 전진배치…M&A·사업재편에 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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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화그룹이 올해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미래 준비와 내실 다지기에 나섰다. 경영환경이 시시각각 변하는 만큼, 철저한 성과주의를 바탕으로 '변화' 보다는 '안정'에 방점을 찍은 모습이다.

    10일 재계에 따르면 한화는 지난 6일 한화건설과 한화도시개발 등 건설 부문을 시작으로 계열사별로 2019년도 정기 임원인사를 잇따라 단행했다.

    지난 7일 한화케미칼과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 등 화학 부문에 이어 9일 한화생명과 한화손해보험, 한화투자증권 등 금융 계열사 임원 인사가 이뤄졌다.

    10일에는 한화의 지주사 역할을 하는 ㈜한화를 비롯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방산 계열사들의 정기 인사가 진행됐다. ㈜한화는 화약·방산, 무역, 기계, 지원 4개 부문에서 직위별로 부사장 1명, 전무 2명, 상무 5명, 상무보 12명 등 총 20명의 승진 명단을 발표했다.

    20명의 임원 승진 인사를 실시한 지난해와 같은 규모로, 신상필벌 원칙에 따라 미래 준비에 초점을 맞춘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승진 명단을 살펴보면, '재무통'으로 꼽히는 지원부문의 강성수 임원이 부사장에 올랐고 한화의 주력 사업인 방산사업을 총괄하는 이호철 상무와 오양석 보은1사업장장이 전무가 됐다.

    업계에서는 한화가 미래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해 혁신보다 기존 주력 사업에 집중한 것에 주목하고 있다. 무엇보다 김승연 회장의 아들인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와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가 이번 임원인사 대상에서 제외된 것도 조직 안정화에 더 집중하겠다는 김 회장의 전략이 담겨 있다는 분석이다.

    한화는 이미 지난 9월과 10월, 경영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계열사 사장단 인사를 실시했다. 때문에 이번 임원인사에서는 승진한지 3년차에 접어든 김 전무의 부사장 승진 여부가 최대 관심사였다. 김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해 한화의 '3세 경영' 체제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김 전무가 이번 승진 대상에서 빠진 이유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철저한 성과주의 원칙에 따라 인사를 실시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 전무가 아직 승진 시점이 아니라는 판단과 함께 현재 태양광 시황이 부진한 것도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김 전무는 그룹 미래 먹거리인 태양광 사업을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다.

    김 전무의 동생인 김 상무는 처음으로 주력 총괄 보직을 맡으면서 경영 보폭을 넓히고 있다. 김 상무는 지난 1일 미래혁신 및 해외부문 총괄담당으로 선임되며 신사업 발굴 및 해외 네트워크 확대를 통한 투자사업 강화 등의 업무를 맡게 됐다. 다만, 김 전무와 마찬가지로 승진자 명단에서는 제외됐다.

    이번 인사에서는 미래 핵심 역량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으로 '재무통'들이 전진배치된 것도 특징이다. 화학 부문에서는 서정표 한화큐셀 CFO가 상무에서 전무로 승진하는 등 재무 부문 임원이 선전했고, 방산 부문에서도 ㈜한화 재무담당 임원을 역임했던 강성수 전무가 부사장에 올랐다.

    이는 4차 산업혁명과 함께 글로벌 경영환경이 급변하면서 살림살이를 맡고 있는 재무전문가들의 역할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인수합병(M&A), 사업재편 등이 활발히 이뤄지면서 재무적 차원에서 그룹 전반의 체질 개선도 중요한 이슈로 등장하고 있다.

    실제로 한화는 올해 초부터 사업 부문 재편을 통해 그룹 지배구조에 변화를 주고 있다. 태양광과 방산 사업을 중심으로 계열사 합병을 통해 경영 효율화를 추진하고 사업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앞서 실시한 사장단 '원포인트' 인사도 각 사업부문의 시너지 창출과 미래 성장 동력 창출을 목표로 했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한화 정기 임원인사는 신상필벌 원칙을 토대로 변화보다는 안정을 택한 인사로 보인다"며 "앞선 사장단 인사와 마찬가지로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M&A와 사업재편에 정통한 인물들을 전진배치한 것도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